(격랑의 이커머스)①"내부 경쟁에 알·테·쉬 견제까지"…내우외환에 '시름'
업계 1위 쿠팡은 공정위와 '대치'
토종 업체는 실적 방어에 '급급'
C커머스 침투 속 치열한 생존 경쟁
2024-06-27 16:34:21 2024-06-27 17:17:34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에 하나둘씩 변수가 발생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안으로는 당국과 불공정 이슈로 공방전을 펼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실적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수두룩하고, 밖으로는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를 막아내기 바쁜 처지입니다. 선두 유지에 온 힘을 쏟는 상위권 업체와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중위권 업체까지, 이커머스 시장은 저성장 기조 속 생존 경쟁에 돌입한 형국입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은 '자기 상품' 상단 노출에 대한 정당성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쿠팡 플랫폼에 자체 브랜드(PB)·직매입 상품이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되는 것을 알고리즘 조작과 직원을 동원한 별점·댓글 조작의 결과로 봤습니다. 쿠팡이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다른 업체들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해 쿠팡과 PB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CPLB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쿠팡은 댓글 조작을 부인하는 동시에 자기 상품의 상단 노출은 진열 전략이자 유통업계의 관행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는데요. 행정소송을 비롯해 로켓배송 철회를 언급하며 강수를 둔 상태입니다. 로켓배송은 미리 매입한 물건을 빠르게 배송하는 쿠팡의 대표 서비스입니다. 유통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쿠팡은 지난 20일 예정됐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한 상태입니다.
 
고물가 시대 유통업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가운데 쿠팡과 공정위의 다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쿠팡의 사례가 본보기가 돼 후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죠.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된 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토종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시름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각 사의 보고서와 IR 자료를 보면 컬리·SSG닷컴·G마켓·11번가·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롯데온)는 전년 동기에 이어 영업손실을 이어갔습니다. 쿠팡은 531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1%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선두 업체인 쿠팡과 네이버 커머스부문은 같은 기간 각 28%, 16.1%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고, 새벽배송 강자인 컬리도 5.8%의 매출 성장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 중위권 업체들은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11번가 -20.9%, G마켓 -15.8% 등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특수 가고 저성장 돌입…"생존에 초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오프라인 쇼핑에 제한이 있었던 만큼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며 이커머스 업계는 고속 성장을 이뤘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25곳(오프라인 13곳·온라인 12곳)의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체 매출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41.4%에서 2023년 50.5%로 4년 만에 9.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특수가 막을 내리며 이커머스 성장세는 꺾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조성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산업 내에서 최저가와 빠른 배송은 너무나 당연해졌고, 사업자간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가격이나 배송 경쟁보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를 락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하지만, 그러한 기업들은 손에 꼽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커머스 산업은 코로나19를 지나며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는 성장이 아닌 생존과 차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침투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혼돈에 빠졌습니다. 중국 플랫폼은 중간 유통망을 생략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해 제품 단가 자체가 낮은 데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한 할인 방식으로 소비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렇다 보니 뚜렷한 차별성이 없는 중위권 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판국이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데, 내수 침체 시기 실적 방어도 어려운 마당에 투자 확대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의 경우 이커머스에 올인하긴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향후 토종 이커머스업계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한 가운데 해외 이커머스 침투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오프라인을 압도하며 고속 성장을 지속해왔지만, 최근 들어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진입하는 등 확실히 정체기에 돌입한 모습"이라며 "문제는 업계가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이 됐는데, 오히려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악화하는 내우외환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태되는 업체들이 발생하고 있고, 국내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도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 상황에 염가 마케팅을 내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매우 우려되는 요소"라고 덧붙였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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