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과거 경제위기와 다르지만…문제는 트리플 악재"
과도한 'R 공포'…미국 증시 정상화 수순
미 경제 변수, '중동 리스크·대선·인플레' 등
2024-08-06 17:45:11 2024-08-07 11:27:28
 
코스피가 전 거래일(2441.55)보다 80.60포인트(3.30%) 오른 2522.15에 장을 마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91.28)보다 41.59포인트(6.02%) 급등한 732.87에 거래를 종료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유지웅 기자] 미국 증시 영향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양대 시장에서 시총이 235조원이 증발했다가 6일 하루 만에 4% 넘게 반등하면서 단숨에 코스피 2500선을 회복했습니다. 
 
어제 하루 1987년 '블랙 먼데이'를 떠올렸던 이들도 있지만, 일각에선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과도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동안 미국 시장의 금융시장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과열된 탓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흔들렸던 미국 증시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다만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AI 거품론이 지적돼 관련 분야에 투자가 줄 수 있다는 점과 중동 국가 간 고조되는 긴장관계에 연말에 있을 미국 대선까지 변수가 많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공포가 부른 패닉셀…여전한 '미 경기침체' 우려
 
전 세계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미국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R 공포'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민주당 경제통'인 안도걸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증시가 일시적으로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증시가 타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실업률 때문인데, 전달 대비 소폭 오름세일 뿐 과거 5~6% 수준을 생각하면 안정적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 증시는 지금까지 AI 등으로 과열된 상태였다"라며 "근거 없이 치솟던 증시의 거품이 꺼진 수준인데, 이를 경기침체의 공포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뿐이다. 7월 고용률은 11만명에 달하는 데 어떻게 경기가 침체됐다고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양준혁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샴의 법칙'이 발동돼 경기 침체가 확인됐다고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라며 "미국의 실업과 함께 늘어난 것이 고용률인데, 이는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노동공급 자체가 증가한 영향일 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리지만 안정화를 찾을 것이다. 다만 이전에 있었던 거품은 빠지고 정상화를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증시가 빠르게 폭락하고 회복하게 되는 것은 정보의 격차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 간에 정보 간극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또 주식을 사고파는 일이 스마트폰 하나로 손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한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미국의 경기 침체가 서서히 시작됐다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부 미국의 경기 침체가 시작된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완만한 수준이라 지금처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중동 리스크·대선·인플레이션까지…연말까지 '화약고'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지난해 하마스-이스라엘에 이어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인데요.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등 일종의 '중동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말에 있을 미국의 대선과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등 여전히 악재는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하반기 금리 조정에 대한 의견도 엇갈립니다. 
 
양준혁 교수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언제든지 경제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불안은 동반된다"며 "지난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충돌 당시 세계 유가가 들썩이면서 급등과 안정을 반복했던 것이 그런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갈등이 있던 지역은 산유국이 아니라 유가가 다시 정상화된 것이지만 이번엔 산유국인 이란이 전면전에 나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안도걸 의원은 "중동 갈등이 일시적으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국가 간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으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당장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도 섣불리 금리 인하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식 교수는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 인하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지난달 금리 인하 기조를 강하게 보이면서 9월 인하에 힘을 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9월도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는데요. 이는 금리 인하 시그널이 경제에 불안감으로 작용해 다시 한번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더불어 이번 미국 증시의 여파로 AI에 대한 '거품론'이 고개를 들면서 관련 산업 분야에 투자가 위축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우석진 교수는 "한 산업이 발전할 때 급격한 증가 후에 다시 둔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현재 미국의 증시를 보면 그런 경향을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그걸 반영해 기업가치 등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하·유지웅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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