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의견 묵살하는 5%룰 개정, 국감 화두 예고
(2024 국감 미리보기)공동보유자 5%룰 미공시 의결권 제한 논쟁
"주총장 의결권 제한 관련 소송 늘어"
2024-08-26 16:34:21 2024-08-27 10:05:41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는 등 주주행동주의가 강화하면서 회사와 소액주주 간 의결권 대립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이 '5%룰 미공시'를 이유로 소액주주 연대로 모인 의결권을 제한해서인데요.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5%가 넘었을 경우 '공동보유자'이기 때문에 사전 공시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5% 미공시를 사유로 주총장에서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5%룰과 관련해 '공동보유자'의 요건 및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공동보유자' 범위 모호…소액주주에 불리"
 
2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대량보유 보고제도(5%룰) 관련해 일부 조항의 불명확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시 활동 유형에 따른 보유목적 분류 및 특례요건을 현실화하는 등 지분공시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보완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9일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발간해 이같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대량보유 보고제도 즉, '5%룰'은 상장기업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한 자에 대해 지분보유 및 변동상황, 보유목적 등의 변경이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이를 공시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5%룰은 회사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투기 목적의 자금유입을 제어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됐습니다.
 
최근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소액주주 연대 등 일반주주에 의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확대되고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한 협력적 주주관여가 용이해졌는데요. 기업과 주주가 '5%룰'의 해석 및 위반에 대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체와 특별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대량보유상황보고 의무를 지닙니다. 이 때 특별관계자에는 공동보유자가 포함됩니다. 이 '공동보유자' 해석을 놓고 회사와 주주간 대립이 첨예합니다.
 
현재 자본시장법상에서는 '공동보유자'의 범위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을 합의한 자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요.(시행령 제141조제2항) 공동 보유자는 합의나 계약 등에 따라 주식을 공동 매매하거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주주입니다.
 
이 모호한 조항 때문에 상장회사가 소액주주의 의결권에 대해 '공동보유자임에도 공시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일방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소액주주는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공동보유자가 아닌 개별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한 투자자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관 또는 일반주주가 연대를 통해 의결권 경쟁(proxy contest), 주주제안,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협력적 주주관여에 참여하는 경우, 대량보유 공시의무 위반으로 의결권 행사 제한 관련 소송 및 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의 요건 및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했습니다.
 
상장사가 '5%룰'을 악용해 소액주주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챗 지피티)
 
5%룰에 소액주주 의결권 제한돼
 
실제로 지난해 임시 주주총회를 연 코스닥 상장사 티사이언티픽(057680)은 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소액주주와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최초 집계 때 양측이 확보한 의결권은 회사 측 약 34%, 소액주주 측 약 42%였습니다.
 
하지만 주총 의장이 소액주주 측 지분 중 약 11%의 의결권을 제한했습니다. 일부 소액주주가 '공동 보유자'에 해당함에도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그 결과 소액주주 측이 주주 제안한 7명의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고 회사가 제시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통과됐습니다.
 
지난해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겪은 헬릭스미스(084990)만호제강(001080) 소액주주도 비슷한 이유로 주총에서 각각 약 4%, 약 11%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받았습니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은 의결권 위임을 통한 5%룰 적용을 인정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5%룰 적용을 놓고 이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5%룰 공시 자체는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액주주들이 연합해서 5%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 효과를 줄 수 있다"며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공시에 대한 준비를 사전적으로 수립해 위반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해석상 불확실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개선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른 소액주주들이 '공동보유자'라는 이해관계자로 묶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있습니다. 정병원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5%룰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비밀리에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데, 소액주주같은 경우에는 공동으로 의결권만 행사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5%룰로 묶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공동의 이해관계라고 하기에는 개개인의 이익이 모두 다르며 과정에서의 여러가지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이어 "문제는 회사측에서 이를 악용한다는 것"이라며 "일부 상장사에서는 공동의결권 행사를 약정하지 않은 사람들도 소통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보유약정을 한 것아니냐며 일방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한 개선 방안으로 예외조항을 추가 열거하는 방식보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명확히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정을 채택하고 '사실상 영향력 행사' '경영권(지배권)' '공동보유자'와 같이 모호한 개념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하는 규정 정비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