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윤활유 사업 부문을 기반으로 실적을 방어한 가운데, 윤활기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액침냉각유’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발열 장비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면서, 액침냉각유 관련 수요도 빠르게 늘 전망입니다.
SK엔무브가 개발한 액침냉각유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담근 모습. (사진=SK엔무브)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윤활유 부문을 통해 실적을 방어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윤활유 사업에서 영업이익 60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인 4481억원을 상회합니다. 화학과 배터리 사업에서 각각 2365억원, 931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윤활유 사업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셈입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윤활유 사업에서 영업이익 5821억원을 기록, 정유 부문 1571억원 적자와 석유화학 부문 1368억원 손실을 메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82억원입니다. GS칼텍스 역시 윤활유 부문이 491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수익성 방어에 기여했습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8840억원이며, 석유화학 부문에서 14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견고한 실적은 윤활유 사업이 고부가 제품 중심인 데다,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유가와 경기 변화에 따른 수요 변동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사 요구에 맞춰 점도·규격 등을 조정하는 맞춤형 공급이 가능한 데다, 장비 성능과 신뢰성에 직결되는 특성상 한 번 거래가 형성되면 거래처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올해는 중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중심으로 윤활기유 생산설비 증설 계획이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에쓰오일 측은 지난달 26일 컨퍼런스콜에서 “2026~2027년 그룹Ⅲ 윤활기유 증설 규모가 글로벌 공급 대비 약 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GS칼텍스가 개발한 직접액체냉각유체 ‘Kixx DLC Fluid PG25’ (사진=GS칼텍스)
다만 업계에서는 윤활유 사업이 고도화 설비 투자와 장기 거래관계를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신규 설비 역시 계획 대비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실제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와 사우디의 일부 증설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 대비 일정이 늦춰져, 가동 시점이 올해 하반기 이후로 밀리거나 단계적으로 순차 연기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유업계는 윤활유 사업의 실적 방어를 넘어,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윤활기유 기술력을 고도화해 ‘액침냉각유’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발열 서버의 열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열관리 솔루션 수요가 커지면서, 기존 공랭·수랭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액침냉각 방식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시장은 2025년 1억8000만달러에서 2032년 8억3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23.9%로 추정됩니다.
국내 주요 정유 4사는 액침냉각유 분야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제품을 개발해 SK텔레콤에 공급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액침냉각유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GS칼텍스는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삼성SDS와 LG유플러스 등 주요 데이터센터에 잇달아 공급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도 2028년까지 네이버클라우드에 자체 브랜드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에쓰오일 역시 고인화점 신제품 ‘e-쿨링 솔루션’을 개발하고 스마트그리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유는 고부가 사업으로 정유업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라며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전기차·ESS 등 적용처가 넓어질 여지가 큰 만큼, 관련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시장 선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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