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금융당국 제재가 마무리되더라도 은행권은 ELS 영업에 신중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권은 홍콩ELS 불완전판매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2024년 초부터 판매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국내외 증시는 강세장이지만 고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데다 판매사 책임 강화, 성과평가 체계 변화가 겹치면서 공격적인 영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위험성 큰 사업으로 인식"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ELS 관련 은행권 과징금과 제재 이슈가 정리되더라도 과거처럼 판매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최근 증시 호황에 힘입어 국내 ELS 투자 매력이 커졌지만 은행권은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됐습니다.
당초 은행들은 당국 방침에 대한 자체 내규 반영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지난해 말 ELS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연말 들어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 부과 이슈가 부상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위험성이 큰 사업을 계속 가져가는 게 맞느냐는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스피가 5000선을 넘는 고점 구간에서 ELS를 적극 권유하기에는 영업 현장 부담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증시가 활황이면 일반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ELS 특성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만기까지 지수가 일정 구간 이상을 유지하거나 상승할 경우 약정된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수 상승 또는 박스권 유지를 전제로 설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수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고점 구간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을 전제로 한 상품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기초지수 하락 시 수익을 얻는 인버스형 ELS나 변동성 확대에 연동되는 구조 등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구조의 상품도 존재하지만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ELS 대부분이 상승 또는 일정 구간 유지 시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돼 왔다"며 "은행 창구에서 고객층을 고려할 때 공격적인 하방 베팅 상품은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상품 판매와 관련해 '고객 수익' 관점의 성과평가(KPI)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변수입니다. 단순 판매액이나 수수료 수익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로 고객이 수익을 냈는지 여부를 영업점 평가에 반영하라는 방침인데요. 고객 손실이 발생하면 직원뿐만 아니라 지점 단위 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어 ELS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공격적 영업은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판매상품 손실 땐 지점 평가 감점
이찬진 금감원장도 이날 은행장 간담회에서 홍콩ELS 불완전판매 사례를 앞세워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은 무엇보다 먼저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면서 "이에 걸맞는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KPI 체계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물리적 요건도 제약 요인입니다. 당국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반 예금·대출 창구와 분리된 거점 점포를 운영해야 합니다. 층간 분리나 별도 출입문 설치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원금의 20%를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가격 결정 방식이나 손익 구조를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일부 은행은 거점 점포 공사를 검토 중이지만 비용과 인력 재배치 부담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고난도 상품 판매망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ELS 제재가 끝난다고 해서 과거처럼 판매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라며 "코스피가 5000선을 넘는 고점 구간에서 ELS를 적극 권유하기에는 영업 현장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은행들은 ELS 대신에 원금을 보장하는 지수연동예금(ELD)과 방카슈랑스 상품을 확대하며 비이자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ELS 판매 중단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ELD의 경우 주가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이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ELS와 구조가 다릅니다. 고객이 맡긴 원금은 대부분 정기예금이나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넣어두고, 일부 원금과 안전자산에서 발생한 이자를 주가지수 관련 파생 상품으로 운용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요. 다만 ELD는 ELS와 달리 선취 수수료율이 낮은 데다 가입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상품 구조는 발행사인 증권사가 설계하지만 손실이 나면 결국 판매사인 은행이 책임을 지는 구조이고 이제는 고객 수익까지 평가에 반영되는 상황이라 공격적 영업은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증시가 안 좋을 때는 문제가 생겨 판매를 중단하고, 증시가 활황일 때 판매를 재개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가 'ELS사태 책임전가 저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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