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 5일?…쿠팡택배 카톡방서 '유령ID' 사용 정황
쿠팡 새벽배송 업무 카톡방서 '유령ID' 공지
"쿠팡 '격주 5일제', '유령ID'로 주 6일 이상"
2026-03-09 17:51:28 2026-03-09 17:51:28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쉬는 날에도 출근하다 목숨을 잃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가 속한 택배 대리점의 카카오톡 업무 대화방에서 이른바 '유령ID'를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유령ID'는 군대에 가거나 퇴사를 해서 실제로는 일하지 않는 사람의 업무ID 입니다. 쿠팡은 잇따른 택배노동자들의 사망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격주 5일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쿠팡 측이 '유령ID'를 사용해 눈속임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다른 사람의 ID를 사용해 겉으로 격주 5일제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주 5일보다 더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쿠팡 택배 배송차량(사진=뉴시스)
 
9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쿠팡의 새벽배송을 맡은 하청 택배 대리점의 택배노동자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선 A씨와 B씨의 업무ID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거나,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해당 카카오톡 대화방을 보면 A씨, B씨의 이름으로 일정 지역의 배송 물량이 배정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대화방이 기록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7개월 동안 A씨, B씨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등 실제로 일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당 대화방은 배송 업무 중 배송품의 파손, 분실 등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소통하는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A씨와 B씨는 당시 쿠팡 택배 업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해당 대리점에 소속돼 쿠팡 새벽배송을 했던 한 택배노동자는 "일하는 동안 A씨와 B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둘 중 한명은 군대를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A씨와 B씨의 업무 ID는 다른 택배노동자가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방 내용을 보면 한 택배노동자가 "A씨 ID로 제가 C씨랑 (업무를) 시작한다"며 다른 사람이 A씨의 ID를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다른 날 택배노동자 C씨는 A씨 ID의 로그인 오류 메시지를 대화 방에 공유하면서 "이거 처리 안 되느냐"고 문제 해결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A씨의 ID를 사용해 배송 업무를 한 정황으로 보입니다.
 
'유령ID'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해당 대화방에서는 "B씨 ID 비번(비밀번호)이 뭐였냐", "B씨 ID 비번 변경했다. 공지 확인하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특히 대화방에는 "B씨 ID로 하나라도 배송완료 해야 한다"는 대화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장은 "등록된 ID가 한 달 정도 사용 않으면 쿠팡에서 삭제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유령ID'가 삭제되지 않도록 대리점 차원에서 관리했다는 겁니다.
 
카카오톡 대화방 기록을 바탕으로 각색한 이미지(사진=뉴스토마토)
 
노조에선 이들이 '유령ID'를 사용한 것을 두고 쿠팡이 잇따른 택배노동자 사망의 대책으로 내놓은 '격주 5일제'를 우회해 더 일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초 '격주 5일제'를 도입하고, 격주로 5일 넘게 같은 ID로 배송업무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일하지 않는 사람의 '유령ID'를 사용해 우회하는 방법으로 더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강 본부장은 "겉으로는 '격주 5일제'가 잘 지켜지는 것처럼 눈속임하고 실제로는 다른 아이디로 더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령ID'를 사용한 배송은 대리점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대리점에서 일했던 택배노동자는 "나도 그 사람들 ID(유령ID)를 사용해서 더 일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주지역에서 쿠팡 새벽배송 업무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 오승용씨도 동료의 ID를 이용해 8일 연속 야간배송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장혜경 진보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쿠팡 택배 대리점에서도 주 5일은 노동자 본인 ID로 배송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하루는 다른 ID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여 노동시간을 은폐하려는 행위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해당 대리점에서는 팀장 역할을 하던 40대 택배노동자가 지난 1월6일 쉬는 날임에도 새벽배송을 하다 쓰러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한 달간 투병하다 지난 2월4일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으며, 고인은 평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고인의 근무표에는 쉬는 날로 표시돼 있었지만, 배송 업무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이에 고인도 해당 '유령ID'를 사용했다는 의심도 나옵니다.
 
'유령ID' 사용에 대해 쿠팡의 배송 부문 자회사 CLS(쿠팡로지틱스서비스) 관계자는 "타인의 정보를 이용한 ID 생성, 타인의 ID 사용은 계약 등을 통해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모든 영업점에 대해 이러한 내용을 지속 안내하고 있다"고 부인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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