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오만 살랄라항의 석유 저장시설이 이란의 드론공격으로 불타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2주째 이어지면서 장기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방공망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미 일본은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12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미국이 한국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군사적·비군사적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쟁이 길어지거나 전쟁 종료 선언 이후 중동 지역 안정화 작전이 시작되면 미국이 지원 요청을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상군 파견은 아니더라도 각종 군수지원이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보호하는 임무 등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청해부대의 기본임무가 한국 상선 보호인 만큼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상황이 된다면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한국 상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원론적 차원이긴 하지만 합참은 '청해부대는 우리 국민 안전과 상선 보호를 위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에 이르는 3900여㎞ 해역으로 확대한 바 있어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할 수는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청해부대 47진 대조영함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2000㎞ 떨어진 오만 남쪽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청해부대의 주요 군수품 보급항이었던 오만 살랄라항이 피해를 입으면서 당장 식량과 유류 등 청해부대의 군수품 보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은 이란의 위협이 있는 만큼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투입이 어렵겠지만 상황이 호전될 경우 투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또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한국 선박의 안전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등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기뢰제거 작전 투입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중동 지역 비중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해군은 2016년부터 매년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필리핀·태국 등 10여개국이 참가하는 다국적 기뢰전 훈련을 주관해왔습니다. 물론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의 훈련이었지만 10년간 다국적 기뢰전 훈련을 주도해 온 만큼 기뢰제거 작전을 펼칠 능력은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군이 보유한 기뢰전 전력은 원산함과 남포함 등 기뢰부설함 2척, 양양함·고성함 등 소해함 6척, 강경함 등 기뢰탐색함 6척 등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여야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이 중 일부를 구축함·군수지원함 등 지원 세력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기뢰제거 작전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가 지상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이 지상군 파견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 말은 아니지만 최근 주한미군 관계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적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관련해 한·미연합군사령부 등에 주어지는 다양하고 특별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이 경우, 정부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전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와 같이 평화 유지, 재건 지원 등 비전투 분야 파병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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