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를 청년의 삶과 미래 기술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국제전문 언론인 로창현이 쓴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는 통일을 관념적인 정치 구호가 아닌 청년 세대의 현실과 기회,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전략과 연결해 풀어낸 교양서입니다.
일견 인공지능(AI) 기술서 같은 이 책은, 사실 통일과 평화, 청년의 삶을 함께 사유하는 통일·평화 교양서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통일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민족'이나 '이념' 같은 기존 정치 언어가 아닌, 미래 기술인 AI라는 새로운 언어로 다시 꺼내 들며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다른 접근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38년 경력의 국제전문 언론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네 차례 북한을 단독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 담론을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끌어왔습니다. 저자는 통일을 감성적 역사 담론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진로와 일자리, 기술 경쟁, 국가 생존 전략과 연결된 문제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막힌 소통을 풀어낼 전략적 언어 AI
책은 오늘의 2030세대가 통일 문제에 무관심해진 현실을 짚었습니다. 취업과 주거 문제 등 미래 불안 속에서 통일은 삶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통일을 '민족의 숙명'이라는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의 확장, 여행과 문화 시장의 확대, 청년 교류와 창업 기회, 인구 감소와 성장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현실적 돌파구라는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특히 남북 교류가 재개될 경우 북녘 지역 개발과 문화·관광 산업, 교육·의료 분야, 콘텐츠 산업,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과 프로젝트가 열릴 수 있으며 젊은 세대가 이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청춘 지도가 무한대로 확장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책에서 AI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남북 관계의 막힌 소통을 풀어낼 전략적 언어로 제시됩니다. 저자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말은 있지만 언어는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하며 통일과 민족, 화해 같은 기존 정치 언어가 더 이상 북측과의 대화에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협력은 이념이나 체제 논쟁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협력 영역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입니다. 공동 AI 인재 양성과 기술 협력, 데이터 분석과 농업·환경·의료 AI, 위성·기후·재난 대응 기술, 스마트시티와 에너지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며 이는 청년 연구자와 개발자, 창업가들에게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저자는 남북 협력이 청년에게는 글로벌 커리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남북이 통합형 AI 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청년 세대의 선택지는 크게 확대될 수 있으며, 인구 감소와 희망 부재라는 남한의 문제, 빈곤과 봉쇄라는 북한의 문제를 동시에 풀어갈 가능성도 제시합니다.
책은 단순히 기술적 측면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독도 문제와 일제 잔재, 분단의 형성 과정 등 역사 문제를 함께 짚으며 미래 전략 역시 역사 인식과 공동체 정체성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의 AI는 없다"고 역설하며, 기술과 기억을 함께 다루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남북 화해와 협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8000만 인구 규모의 경제권 형성,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전환, 북방 물류망과 유라시아 철도 연결, 관광·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 반도체·2차전지·희토류 자원과의 가치사슬 구축 등 통일과 평화가 한반도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남북 관계 전환을 위한 정치적 상상력에 대한 제안도 담았습니다. 해외 동포를 활용한 협력 방안과 역사·문화·인권·인프라를 아우르는 10개의 제안,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 구상 등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남북 관계를 단순한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전환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의 서술 방식도 독특합니다. 저자는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통해 분단의 역사와 공동체의 미래, 삶의 태도와 인연의 의미를 차분히 풀어냅니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손자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미래를 잃어버린 청년 세대에게 보내는 연서"라고 설명합니다.
책머리에
뉴욕 맨해튼에서의 경험과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한국의 흔적을 떠올리며 시작되는 책머리에서 저자는 분단의 현실을 역사적 인연의 매듭으로 바라봅니다. 외세 침탈과 식민지 경험, 전쟁과 분단을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며 남북이 다시 협력의 길을 찾을 때 '통일 코리아'는 과거의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 국가로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저자는 "통일은 청년 세대의 짐이 아니라 무대를 전 세계로 넓혀줄 기회"라고 말합니다. 또한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길과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청년의 미래를 상상하며, 이 책이 얼어붙은 남북 관계 속에서 작은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자 로창현은 글로벌웹진 뉴스로 대표이자 세계한인미디어 연합체 재외동포신문방송언론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시스통신 뉴욕 특파원, 유엔본부 출입기자 등을 거쳐 38년 동안 언론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네 차례 북한을 단독 취재했으며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에 이어 이번 책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를 펴냈습니다.
신간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 표지. (사진=도서출판 정음서원)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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