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성과급전쟁)②돈 대신 주식 준다…대기업 보상 개편, 갈등 불씨로
지난해 RSU 도입 총수 기업 13곳
국회서 상법 개정·RSU 규제 논의
지배구조 리스크 논란도
2026-03-31 06:00:00 2026-03-3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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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주요 그룹사들이 임직원 보상 체계 손질에 나서고 있다. 연봉과 현금 성과급 중심의 기존 보상 방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업별·업종별 보상 격차는 인재 유출과 조직 결속력 약화라는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보상 구조 변화와 그 이면의 내부 갈등 등 재계의 속사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주요 대기업들이 성과급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연봉과 현금 성과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주식 기반 보상 등 장기 인센티브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제도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보상 체계 개편은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RSU 도입 확산 움직임…글로벌 대비 뒤처진 보상 구조 개선 압박
 
2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임직원 보상 체계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 기반 장기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거나 일부 시범 운영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기 현금 보상만으로는 인재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총수가 있는 81개 집단 중 한화(000880)·두산(000150)·아모레퍼시픽(090430) 등 13곳이 RSU관련 주식지급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RSU는 연말·연초 현금으로 지급되는 기존 성과급과 달리 일정 기간 근속이나 성과 요건을 충족하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빅테크에서는 이미 핵심 보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큰 특징은 임직원 보상이 기업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동된다는 점이다. 주가 상승에 따라 보상 규모가 확대되는 구조로 기업 성장과 개인 성과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또한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면서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와 규제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LS(006260)그룹의 경우 지난 2023년 주요 계열사에 RSU를 도입했지만 시행 1년 만에 이를 철회했다. 당시 그룹은 RSU 성과보수 지급 시점을 3년 뒤로 설정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역시 결정된 주식가치연계현금(2만7340주 상당)을 지급시점(2026년 4월) 주가에 따라 현금으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RSU 도입 기업이 늘면서 관련 공시 의무가 강화된 데다 재계 안팎에서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결국 현금 성과급 체계로 복귀한 바 있다.
 
LS 측 또한 "기존에도 직전 3개년도를 평가해서 매년 장기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급을 주려던 건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다시 원상태로 돌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SU 중심 보상 체계를 구축해 장기 성과를 유도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여전히 단기 성과급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면서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 인센티브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배력 논란·제도 리스크 병존
 
다만 RSU 도입은 단순한 보상 확대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별로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특정 임원이나 핵심 인력 중심으로 보상이 집중될 경우 내부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식 기반 보상 확대 흐름과 동시에 제도적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의 자사주 활용 전략 자체가 제약을 받게 된 가운데 RSU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국회에서는 RSU를 통한 편법 승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이른바 차단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개정안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RSU 부여를 전면 금지하고, 임직원 지급 시 반드시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며, 계약서도 주주에게 공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RSU가 임직원 보상이라는 명목 아래 오너 일가 지분 확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RSU와 관련해 "주주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며 "공시의무를 대폭 보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RSU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보상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성과연동형 스톡옵션 강화와 함께 장기성과연동보상(LTI )제도나 프로젝트 단위 성과 공유 모델 등이 병행되는 추세다. 일부 기업은 사업부 단위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거나 특정 기술 인력에 대해 별도 인센티브 풀을 운영하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성과급 체계 개편은 단순히 보상 수준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 전략과 인재 운영 방식을 반영하는 구조적 변화"라며 "다만 지배구조와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만큼 한국형 보상 모델이 별도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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