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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K-뷰티 신화를 쓰고 있는
에이피알(278470)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별도 매출보다 작은 연결 매출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업체 측은 해외법인이 글로벌 운영 구조상 판매 채널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수익 창출의 핵심은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구조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별도 보다 낮은 연결 매출과 140일을 넘는 재고 소진 기간은 글로벌 사업 성과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사진=에이피알)
해외 고성장에도 별도 보다 낮은 연결실적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 5273억원을 기록하면서 직전년도(7228억원) 대비 2배 이상 외형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매출액도 7230억원에서 1조 5283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별도 기준 매출이 연결 매출액 보다도 10억원이 많다는 점이다. 앞서 에이피알은 2021년 연결 매출 2591억원, 별도 매출 2289억원으로 연결 매출이 302억원 가량 많은 구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부터 연결 실적과 별도 실적이 역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연결 매출은 3977억원으로 별도 매출(3986억원) 대비 9억원이 낮았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별도 매출 대비 3억원, 2억원이 낮은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격차가 10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자회사가 별도 실적을 갉아먹거나 내부 거래과정에서 미실현 손익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요 종속기업의 재무정보에 게시된 내부거래 조정 전 매출액을 합산해보면 2023년 567억원, 2024년 1919억원, 2025년 4515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종속기업의 매출이 별도 실적에 반영되면서 본사의 몸집은 커졌지만, 내부 거래를 제거하면서 연결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에이피알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법인은 글로벌 운영 구조상 판매 채널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브랜드 운영과 제품 기획, 가격 결정 등 주요 기능과 수익 창출의 핵심은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회사는 다국적 기업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에 원재료나 제품 및 용역에 대한 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가격인 이전가격 정책에 따라 해외 법인은 현지 시장 확대와 유통 역할에 맞는 수준의 이익만 인식하고 수익은 본사에 집중 돼 미국법인의 0%대에 순이익률은 사업부진이 아닌 역할과 기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에이피알이 보유 중인 14개 종속회사 중 10개 기업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법인 12곳 중에서 미국과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2개 종속회사에서 순손실이 발생했다. 순손실이 가장 큰 기업은 상하이 에이피알(SHANGHAI APR CO., LIMITED)로 지난해 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홍콩 법인인 에이피알 에이치케이(APR HK LIMITED)가 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10월17일자로 2개로 나뉘어 있던 홍콩법인 중 아펙코스(APEXCOS)를 청산하면서 에이피알 에이치케이 리미티드(APR HK LIMITED)으로 통일해 운영 중이다. 청산 이전 2024년 아펙코스는 당기순손실 2억원을 기록 한 바 있다.
미국법인 에이피알유에스도(APR US)은 지난 2024년부터 당기순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지만 순이익률은 0%에 불과했다. 미국법인은 지난 2023년 매출이 144억원에 불과했지만 2024년 621억원, 2025년 2860억원으로 매년 고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527만원에 그쳤다.
광고비 늘렸는데 재고소진까지 140일 소요
에이피알은 광고선전비를 늘리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고자산회전율은 2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광고선전비는 2667억원으로 직전년도(1419억원) 대비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별도기준으로도 1260억원에서 2053억원으로 증가했는데, 별도를 제외한 금액은 159억원에서 614억원으로 증가했다. 해외 현지 법인들이 직접 집행한 광고비가 1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시장 안착을 위해 본사뿐만 아니라 현지 법인 차원에서도 전방위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23년 2.4회를 기록하던 회전율은 2024년 2.2회로 소폭 감소한 이후 지난해에는 2.6회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 또는 매출원가 평균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지표가 낮을수록 창고에 오랫동안 재고자산이 쌓여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에이피알의 재고는 140.38일이 지나야 창고에서 출고되는 셈이다.
재고자산 별로 보면 원·부재료는 2023년 9억원, 2024년 89억원, 2025년 53억원으로 증감을 반복한 반면 상·제품은 553억원, 970억원, 1571억원으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성장하면 판매량 확보를 위해 원·부재료 등 재고 확보에 나서지만, 상·제품을 비롯한 완제품의 증가는 생산 속도가 판매 속도를 앞질러 창고에 물건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전통적인 화장품 기업인
LG생활건강(051900)(3.7회)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090430)(2.4회) 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각각 재고자산회전율 2.9회, 2.6회로 에이피알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에이피알은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판매량 증가에 발 맞춰 북미시장과 유럽시장, 일본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재와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한 결과"라면서 "브랜드 파워가 성장하면서 광고 효율성은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영업이익률(25%)도 국내 대형 화장품 기업의 수익성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별도 기준 보다 낮은 연결 실적과 낮은 재고자산회전율은 글로벌 사업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모회사가 자회사에 물건을 판매했는데 재고로 들고 있다면 별도 기준 매출은 존재하지만 연결 기준 매출이 발생할 수 없다"라며 "자회사가 다른 사업도 함께 영위하면서 연결 매출이 더 커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연결 기준 실적이 별도보다 낮고 재고자산회전율이 낮다면 실제 판매 속도가 기대보다 느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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