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반헌법행위자열전, 가해자 드러내 역사의 법정에 세우는 공소장"
반헌법행위자열전, 10년 편찬 끝에 312명 명단 공개
"피해자 중심 넘어 가해자 기록"…역사적 책임 규명
판검사 등 법조인 다수 포함…"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2026-03-31 06:00:00 2026-03-31 06:00:00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노태우정부까지 권위주의 시기 국가폭력 가해자 312명의 행적을 정리한 기록물인 『반헌법행위자열전』(열전)이 10여년간의 편찬 끝에 다음달 세상에 공개됩니다. (관련 기사: 대통령 5명·판검사 76인, '반헌법행위자' 지목)
 
민간인 학살 문제를 오랜 기간 추적해 온 기자 출신 연구자인 정찬대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조사위원(역사사회학자)은 열전 출간을 앞두고 <뉴스토마토>와 30일 서울시 마포구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간 과거사 정리가 피해자 중심에 머물러 가해자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며 “가해자를 특정하고 행적을 남기는 것 자체가 역사의 법정에 세우는 일”이라고 열전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정 위원은 2015년 사업 초기부터 합류해 10년 넘게 인물 선정과 자료 조사 등 기록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특히 민간인 학살 분야를 담당하며 국가폭력 가해자들을 특정하고 그 행적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정찬대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조사위원(사회학자)이 30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정찬대 위원과 일문일답.
 
『반헌법행위자열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노태우정부까지 권위주의 시기 국가폭력 가해자 312명을 특정해 기록한 작업입니다. △민간인 학살 △내란 및 헌정 유린 △고문 및 간첩 조작 △부정선거 △언론탄압 등 5개 유형의 반헌법 행위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단순 명단이 아니라 각 인물의 생애 전반을 정리한 전기 형태로 구성된 점이 특징입니다. 
 
기존 과거사 정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과거사 정리는 피해자 중심으로 진행돼 사건의 진상은 밝혀졌지만 가해자 특정이 부족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반쪽짜리 결론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열전은 가해자를 특정하고 행적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가폭력의 책임 주체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기존 작업과 차별화됩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혹은 통치행위였다는 변명으로 가해자들은 법망을 빠져나갔고, 역사의 기록에서조차 익명 뒤에 숨었습니다. 법정형에는 공소시효가 있지만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있을 수 없죠. 반헌법 행위자 열전은 뒤늦게나마 이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기 위한 공소장입니다.
 
편찬 작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기자 시절부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문제를 꾸준히 취재해 온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1인 미디어를 만들어 관련 연재를 이어가던 중, 해당 작업을 본 한홍구 선생님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2015년 편찬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참여해 민간인 학살 파트를 담당했고, 인물 선정과 자료 조사 작업을 맡게 됐습니다. 
 
반헌법 행위자 312명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2015년 시작해 약 10년간 매주 회의를 진행하며 총 542차례 논의를 거쳤습니다. 약 3000명 후보군을 추린 뒤 405명으로 압축하고, 최종적으로 312명을 선정했습니다. 반헌법 행위자는 헌법을 명백하고 중대하게 위반한 행위 여부가 가장 핵심 기준이었습니다. 단순 가담자보다는 지시하거나 책임을 가진 고위직과 핵심 인물에 무게를 뒀습니다. 내부 논의를 거쳐 ‘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인물’을 우선적으로 포함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씨 등 최근 인물은 왜 포함되지 않았나요.
 
내부적으로는 윤석열의 내란 사건 등 최근 사안을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편찬 작업은 당초부터 노태우정부까지, 즉 권위주의 정권 시기로 범위를 한정해 진행됐습니다. 여기에 시간과 재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범위를 더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최근 사안까지 포함하면 작업이 끝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 계획한 시기까지 정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표지. (사진=편찬위)
 
조사 과정에서 특히 충격적이거나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전체 대상 가운데 판사와 검사 등 법조인의 비중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입니다. 헌법을 가장 잘 알고 수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법 기술자'들이 오히려 헌법을 유린하고 파괴하는 최일선에 섰던 거죠. 충격적이라기보단 씁쓸했어요.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정보기관 수사관 등 기록이 거의 남지 않은 인물 추적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신문 기사, 회고록, 기존 연구자료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 교차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회고록에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는 이름까지 모두 검색했습니다. 사건 관련자들을 추적에 추적을 거듭하며 작은 단서 하나까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축적했습니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도 있나요.
 
조사 과정에서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다수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판사 시절 간첩 조작 사건 6건을 담당했고, 이 사건들이 모두 재심에서 무죄가 됐다는 점입니다. 양승태가 판사 출신이니 조작 간첩 사건을 담당을 했을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것들이 조사를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논란이나 법적 대응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1차분에 수록된 81명 중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36명이 생존해 있습니다. 편찬위는 명단 공개 이후 이의 제기나 법적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최대한 교차 검증하고 근거를 축적했습니다. 향후 당사자나 유가족의 반론이 있을 경우 이를 접수해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번 열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공자가 춘추를 지으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았던 가해자의 행적,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역사적 정의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 정부 지원 없이 시민 후원으로 완성된 작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커요. 특정 개인의 저작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참여로 만들어진 기록이라는 의미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