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톰 크루즈가 46년째 ‘오늘의 배우’인 이유
2026-10-19 06:00:00 ㅣ 2026-10-19 06:00:00
톰 크루즈를 말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영화는 바로 <미션 임파서블>일 것이다. 액션배우로서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고 그가 전편에 제작자로서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정상에 있게 한 바로 그 작품 때문에 오랜 시간 톰 크루즈의 다른 얼굴이 가려졌다. 
 
<7월 4일생>에서 신념이 무너진 인간의 고통을, <매그놀리아>에서 허세 아래 숨은 상처와 무너짐을 보여준 배우도 그였다. <제리 맥과이어>의 사랑과 유머, <콜래트럴>의 차가운 비정함, <트로픽 썬더>의 과감한 코미디, <락 오브 에이지>의 노래와 무대까지. 그는 자신의 매력을 새로운 인물에게 기꺼이 내주었다. 액션 장르의 아이콘이 된 그의 안에는 이렇게 다양하고 폭넓은 내면이 함께 있었다.
 
<디거>의 디거 록웰은 그 오랜 축적이 한꺼번에 분출하는 인물이었다. 탄탄하고 독창적인 이야기와 거장 이냐리투 감독의 연출, 동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특별했고 독보적이었다. 쉽게 사랑할 수 없으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사람. 웃음과 불편함, 기이함과 인간적인 감정이 한 얼굴 안에서 움직였다. 익숙한 스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그가 만들어낸 인간만이 남았다.
 
“제가 평생 해온 일이 인간의 모습을 흡수하고 그걸 다시 투영하는 일이었어요. 그게 전투기 조종사든, 자폐가 있는 형을 둔 동생이든, 7월 4일생이든. 캐릭터에게 현실감을 부여하고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요.” 
 
그는 영화마다 다른 감정과 유머의 리듬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한다. 팝과 재즈, 로큰롤을 넘나드는 음악가처럼 인물과 이야기마다 필요한 음정과 박자를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신들린 연기라고 부르는 순간 뒤에는 영화와 삶을 함께 이해하는 그의 오랜 공부가 있었다. 데뷔 마흔여섯 해, 60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시간이었다.
 
연기도 연기지만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그의 집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진, 상과 트로피를 모두 박물관으로 보내거나 따로 보관하고 자신의 공간은 비워둔다고 한다. 자기 영광을 전시하지 않는 것이다. 그가 이미 이룬 것을 바라보는 대신 지금 만들고 있는 영화와 앞으로 만들 영화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오래 하면 익숙함을 능력으로 착각하기 쉽다. 인정받은 뒤에는 배우려는 마음보다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지키려는 마음이 커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는 오래 일할수록 더 많이 배우고, 더 즐기며, 더 감사하게 된다고 말한다. 거장의 말에 신인의 설렘이 남아 있다. 오랜 세월이 열정을 닳게 하는 대신 사랑을 깊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뭉클하다.
 
자본과 권력, 기후위기를 풍자한 블랙코미디 영화 <디거>에 출연한 톰 크루즈.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그런 마음이 드러난다. 많은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그냥 톰이라고 불러달라'며 먼저 격을 내려놓고, ‘당신을 위해 여기 온 것이니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상대를 배려한다. 13번째, 할리우드 배우 중 최다 내한 기록을 세우면서도 앞으로 30번은 더 오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예정된 시간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팬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진심과 정성을 다해서 말이다. 
 
<디거>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우리 안의 탐욕, 권력과 책임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이야기를 혼신으로 살아낸 배우가 전하는 가치도 남겼다. 오래 한 일을 여전히 사랑하고, 성취 뒤에도 끊임없이 배우며, 오래 사랑받은 사람이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삶. 이 영화를 말할 때 이 아름다움도 함께 말하고 싶다. 사람의 아름다움은 작품을 넘어 더 큰 감동을 관객에게 전한다. 우리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마음과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를 묻게 하는 감동이다.
 
이승연 작가, 영화평론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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