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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김중수 한은 총재.."전공과목 '물가관리' 낙제점"
물가 4%대 지속되고 3월엔 5%대 예상.."관리범위 완전 이탈"
"시장 소통보단 정권과 소통"..한은 독립 훼손에 내부서도 비판
2011-03-29 11:53:04 2011-03-29 18:48:39
[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오는 4월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심기가 편하지 않다.  
 
취임후 1년간 김 총재가 받은 평가는 혹독했다.  올해 초부터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한은의 첫번째 존립 목적인 물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가장 뼈아프다. 
 
김 총재가 물가를 놓친 이유가 정부의 성장중심 경제운용을 뒤따라갔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독립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자존심을 구길 만한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김 총재의 소통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시장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볼 타이밍에 번번히 금리동결을 선언하는 바람에 김 총재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보고 있고, 시장은 이 때문에 한은의 '시그널'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앞으로 김 총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 '고삐풀린 물가'.. 전공분야 놓친 한은
 
일단 한은 총재의 '전공필수' 과목인 물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 총재는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렵게 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1월 4.1%, 2월 4.5%로 2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관리목표치인 3±1% 상단을 넘어섰다. 이번달은 5%를 넘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태풍같은 기상이변에 올해 중동사태로인한 고유가 등 예상치 못한 외부변수가 작용했음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지난해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이 기대인플레를 상승시킨 요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물가관리 기관인 한국은행이 오히려 물가상승을 불러왔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어조로 한은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해야된다는 요구가 많아진 상황에서 우회전(기준금리 인상) 할것 이라던 김총재의 말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과의 소통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이는 실기론으로 이어졌다.
 
한은의 일관성없고 시장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연구원은 "좋은 정책이랑 시그널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어나운스먼트 이펙트(annoucement effect)를 잘 활용했던 엘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처럼 직접(정책을) 하지 않더라도 말만으로도 시장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한은이 잘한거라고는 시장을 왜곡하지 않기위해 정보를 전혀 주지 않은 일" 이라며 시그널링이 부족했던 한은의 정책에 대해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라도 서둘러 기준금리를 올린것이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안한점과 타이밍을 놓친점은 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올해 금리를 올릴 시기에 2번 올린만큼 크게 잘못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앞으로의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지속되는 '독립성'논란..임직원들도 반감
 
김 총재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이라는 것에서 부터 시작됐던 독립성 논란은 아직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기획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 부활은 독립성의 훼손시키는 문제로 지적됐다.
 
한은 노조는 "지난해 4월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지금까지 금통위원 1인석이 비어있는 데도 한은 총재가 장기간 침묵함에 따라 한은의 독립성 훼손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김 총재가 금통위원의 조속한 임명을 청와대에 적극 요청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위에서 시키는 데로 할 뿐인 것 같다. 한은이 없고 재경부 같다"며 한은의 지나친 청와대 눈치보기를 비꼬았다. 
 
한은이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경제상황을 보고한 'VIP브리프'도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 이용섭의원은 "청와대 경제수석을 앉혀놓고 물가만 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에는 한은 노조가 임직원 1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이상이 김중수 총재 취임이후 한은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답하는 등 한은 총재로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직군제 폐지' 등 긍정적 평가도
 
물론, 부정적인 평만 있는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조직개편에서 김 총재가 직군제를 폐지와 더불어 최근 인사에서 40대 본부장을 발탁하고 지방대 출신과 여성인력의 승진을 늘린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직렬 총원이 1500명 정도인 조직에서 1977~1982년에 입행한 직원이 아직도 무려전체의 1/4에 해당하는 369명이나 있는 한은은 창립이래 60년 역사상 가장 고령화된 조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영어에 능통한 김 총재가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G20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국제금융규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강화했다는 의미있는 평가도 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한은이 되야한다"는 김 총재의 말처럼 늘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임직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총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 "이라며  "문제는 일본, 리비아 사태 등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는데다가 유럽 출구 전략까지 겹치며 통화정책의 변수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총재의 추진력과 개혁정신을 앞으로는 금리정책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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