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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홍준표 구도에 얽힌 삼각함수
2012-02-16 15:34:01 2012-02-16 17:50:5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박근혜의 갑옷을 입고 홍준표의 칼을 들고 문재인과 맞서겠다”
“치열한 전투 속에 갑옷은 찢기고 적장을 벤 칼만이 남을 뿐이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대표의 부산 사상 출격에 대한 홍준표·박근혜 양측 관계자들의 입담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홍 전 대표 의중은 이미 부산 사상으로 상당 부문 기울어졌다. 한마디로 밑질 게 없는 장사이기 때문.
 
이를 증명하듯 홍 전 대표는 지난 13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태풍이 불어 닥치는데 조각배를 띄우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지역 일꾼론’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이기는 공천”을 제시했다. 거물급 주자를 내세워 일대 혈전을 치르자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대선에서 필패”라고까지 했다.
 
홍 전 대표 뜻이 언론을 통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한 정면승부 의지로 해석되자 그는 다음날 “마치 제가 지역구를 옮겨 (부산 사상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 것은 유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현 지역구인) 동대문을 재출마 여부만 당에서 조속히 결정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던 홍 전 대표의 부산행은 이내 “당이 결정한다면 고려해보겠다”는 그의 답변에 다시 사실로 선회했다. 그는 이미 출마 여부를 비롯한 총선 거취에 대해 “당에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며 위임장을 던진 상황이다.
 
당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홍 전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는 박근혜 위원장을 의식한 전략적 후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총선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홍준표 맞대결은 어느 결과로 끝나도 이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성패의 파장이 박 위원장에게 부정적으로 미칠 것을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론 등 어느 정도의 상처가 불가피한데 홍 전 대표만 개선장군처럼 돌아올 경우 당내 대선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홍 전 대표를 투입하고도 졌을 경우엔 그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초점이 부산 사상으로 몰리면서 이른바 PK의 바람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렸다.
 
때문에 지역 일꾼론으로 대응, 인물 대결을 피하는 동시에 대중의 주목도를 분산시키는 게 전략적으로 낫다는 주장이었다. 이 경우 패배 시에도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였다.
 
한편 박 위원장 측 핵심인사들의 변화된 움직임도 감지됐다. 일부 인사는 15일 밤 홍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뜻을 재차 묻고 일부 동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위원장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에 따라 총선 판세, 특히 부산권 성적표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 고문은 거물급의 전략공천을 기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선거판이 커질수록 더 바람직하고, 제가 바라는 효과를 더 많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판이 커져야 바람의 세기가 달라지며 이는 결국 투표행렬로 이어질 것이란 게 문 고문 측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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