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협상 앞두고 애플 추가제소..무엇을 노렸나
2012-04-20 11:36:45 2012-04-20 11:36:5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타협점을 찾을 것 같던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이 재점화됐다. 공세는 삼성전자가 먼저 시작했다.
 
19일(현지시간)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언 뮐러의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8개 특허 침해에 대해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 2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같은 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맞소송 성격이 짙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문제는 삼성의 역공 시점이다.
 
글로벌 특허분쟁의 시발점이 됐던 미국 산호세 연방법원은 최근 양사에 협상을 위한 컨퍼런스 개최를 명령했다. 법원 명령에 따라 양사는 소송외분쟁해결기구(ADR)를 통해 합의 협상을 요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재판부는 협상기한을 90일 이내로 제한했다.
 
협상 테이블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CEO가 앉는다. 양측 최고 수뇌부가 법률 책임자들을 대동하고 직접 나서게 됨에 따라 타개책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힘을 얻었다.
 
때문에 협상을 앞두고 삼성이 공세를 취한 것은 일종의 맞불작전을 통해 강경한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에서 이동통신시스템 데이터 전송 및 멀티미디어 동기화, 가상 키보드, 디지털 영상 및 음성, 원격 영상 전송과 재현 등에 관한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IT 전문매체 기가옴(GigaOm)은 이에 대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뿐만 아니라 맥컴퓨터, 애플TV, 아이튠스 등까지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애플 전 제품으로 대상으로 특허 침해 주장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만 3만여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내달 3일 영국 런던에서 야심작 갤럭시S3를 전격 공개한다.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애플의 차기작 아이폰5 출시에 앞서 신작을 선보임으로써 시장의 관심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애플은 20일 뉴아이패드를 국내에 내놓았다. 시장 쟁탈을 위한 양사의 진검승부가 본격화된 것이다.
 
법정 대결은 제품 대결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1년 전 애플이 포문을 열며 시작된 양사 간의 특허분쟁은 현재 9개국 30여건의 소송으로 확대됐다. 양사의 소송비용만 4억달러, 원화로 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대강자 애플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위에 그쳤던 삼성전자는 단 1년 만에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늘리며 애플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갤럭시S2, 갤럭시노트 등 이른바 갤럭시 시리즈가 세계시장에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품질 외에도 애플과의 소송전을 통한 마케팅도 크게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계 주요국에서 소송이 전개되면서 삼성은 애플의 유일한 라이벌로 인식되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을 1강 체제에서 양강 구도로 전환케 했다.
 
윤선희 한양대 교수는 “세계 모든 언론사들이 애플과의 소송 내용을 다루다 보니 삼성으로선 엄청난 광고료가 들어갈 막대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으로서는 특허분쟁 장기화에 따라 언론 노출 빈도가 높아져 애플과 대등한 회사로 인식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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