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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우스푸어를 향한 불편한 시선
2012-07-22 15:37:29 2012-07-22 15:38:38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하우스푸어'를 동정하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하우스푸어는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집을 이고 산다'는 옛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했다가 집값은 하락하고, 대출이자와 빚에 억눌려 수억원짜리 집에 살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사람들이 하우스푸어로 통한다.
 
가진 것이라곤 집 밖에 없는데 그 집마저 가치가 떨여져 팔리지도 않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하우스푸어는 가계부채 문제의 근원으로 꼽히기도 한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 놓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는 집값이 떨어진 경우에는 만기연장시 가산금리 인상이나 원금일부상환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고, 은행들에게 채권보전의 문제가 없을 경우 일부상환 요구도 자제하도록 했다.
 
은행들이 돈을 빌려간 하우스푸어들에게 돈 갚으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게 한다는 정책이다.
 
최근에 날아든 재산세 고지서도 하우스푸어 동정론에 가세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재산세 과표기준은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전보다 더 많은 세금부담을 지게 됐다는 푸념들이다.
 
그러나 다양한 하우스푸어 동정론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집이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집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 '하우스푸어'(house-poor)가 아니라 그냥 '푸어'(poor)인 사람들이다.
 
사실 하우스푸어의 책임은 하우스푸어에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집을 비싼 값에 살수밖에 없게 만든 정부의 주택정책에 문제가 있겠지만,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책임은 집을 구입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2억원을 대출받아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고, 4억원을 빌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정상적인 일인가.
 
5000만원짜리 단칸전셋집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우스푸어에 대한 동정은 딴 세상의 일일뿐이다. 대부분의 하우스푸어가 고가의 주택이 집중된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점도 같은 이유다.
 
하우스푸어의 상당수는 집값 상승 바람을 타고, 대부분 차익을 좀 챙겨보겠다고 무리한 대출을 받았다가 실패한 경우다. 투기심리가 조금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하우스푸어가 얼마나 될까.
 
투기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 오래 살 집을 산 것이라면 팔지도 않을 집값이 떨어진 것이 아쉬울 뿐이지 분노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우스푸어를 포함한 집있는 사람들의 분노는 '전셋값'의 폭등으로 이어졌고, 그냥 푸어인 사람들의 등골은 더욱 휘었다.
 
어쨋거나 높은 대출이자는 낮춰야 하겠지만, 하우스푸어의 생활고를 그냥 푸어들에게까지 이해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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