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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의 경고 "보수라면 친북·좌빨 주장 집어치워라"
"회유나 압박으로 변화되는 사람 아니다"..새누리 여러 경로 통해 압박한 듯
2012-12-15 15:27:49 2012-12-15 15:32:39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범죄 심리학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대선에 임하는 우리나라 보수진영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표 교수는 15일 자신의 블로그(표창원의 범죄와 세상 이야기)에 ‘보수주의자로서, 고백하고 요구하고 경고합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먼저 “고백한다. 저는 보수주의자, 반공주의자다”고 말했다. 북한에 부모와 형제를 남겨두고 혈혈단신 남한으로 건너온 부친의 영향이 컸다. “지금 이산가족 명단에 올려두고 계시지만 그 순번이 너무 멀어 아버지 살아생전에 가족 상봉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이어졌다. 험난한 가족사가 그를 “투철한 반공소년으로 자라게 했다”고 그는 말했다.
 
경찰대학을 졸업한 그는 시위 진압 도중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외사 첩보, 방첩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국정원, 기무사 등과 “공산주의와 싸우는 체제수호” 업무 협력을 했다. 유학을 통해 학자로 거듭난 그는 자신을 친미주의자 내지 지미 범죄학자로 분류했다. 개인사 소개를 통해 “제가 왜, 얼마나 보수주의자인지를 알려 드리려 했다”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표 교수는 우회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요구한다. 진정한 보수라면 친북, 좌빨 주장은 집어치워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유학 시절 진보와 보수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나가는 과정이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의 보수당과 민주자유당 등 보수 정당들은 당당했다. 노동당에 대해 이념 공격하지 않았고, ‘저들이 집권하면 나라가 결단난다’고 국민을 겁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현실에 대한 개탄으로 이어졌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과 국가보안법의 존재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진정한 보수라면 이들(진보진영)에 대한 지지가 늘고, 이들이 목소리를 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억지”라고 강조했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인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무한 보장하고, 국가안전 보장과 개인권리 보호,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법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당당하고 떳떳한 ‘진정한 보수’”라는 설명이었다.
 
이어지는 그의 질문. “민주당은? 문재인이나 안철수 후보는?”이라고 자문한 표 교수는 “제 경험과 학식에 기반해 말씀드리면 이들은 절대로 좌파가 아니다. 보수 우파, 그것도 ‘너무 보수 우파’”라고 규정했다. 이유로 “새누리당과 똑같이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주장한다”며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해 만약 "종북, 좌빨" 입에 담는 사람은 그 사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호도하고, 불안을 조장해서 "공정 경쟁" 저해하는 때 묻은 "이념론", "색깔론" 제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보수주의자로서" 너무 화나고 부끄럽다”며 글 게재의 배경을 설명했다.
 
표 교수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경험에 기반에 내렸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장단점을 솔직하게 나열한 뒤 결론적으로 “제가 겪어 본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남북 화해무드를 통해 이산가족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제 부친의 평생 한이며 소망인 가족상봉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준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보수주의자로서 경고한다”며 “보수주의의 핵심이며 근간이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인 "법질서"를 훼손하고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절대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절대 공정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대통령 후보와 그 캠프에서 선거관리위원회 활동에 대해 위협과 협박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공개적 압박을 자행하고 있다. 당장 중단하라”고 외쳤다. 또 “경찰의 국정원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도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체의 언행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아무 힘없는 일개 국민이고 유권자지만 보수주의의 근본을 포기하고 훼손하는, 선거관리 방해로 의심되는 언행을 계속한다면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 동원해 그 후보에 대해 반대하고 "3.15 부정선거 이후 대한민국 최악의 부정선거"라는 개인적 견해를 널리 공표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에게 정면으로 선전포고했다.
 
대신 “지금이라도 "종북 좌빨 색깔론" 주장 중단하고, 선관위와 경찰의 법집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면 개인적 "엄정중립"을 선거시까지 유지하겠다”면서도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이것이 힘없는, 한 '보수주의자'의 솔직한 고백이고 요청이고 경고”라고 말했다.
 
표 교수는 또 “제발 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제게 연락하라고 하지 말아 달라”며 “그런 정황과 징후가 포착될 때 더 화가 나고, 더 자주 글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그에게 압박한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저는 회유나 압박을 해서 변화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며 “역작용과 부작용을 일으키는 연락 시도는 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앞서 그는 같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경찰의 즉각 수사를 촉구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표 교수는 해당 글에서 “국정원이 대통령후보 한 사람의 '댓글 알바' 사무소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절대 믿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국정원과 직원 김씨의 대응은 이런 제 희망과 기대를 산산이 부숴버리고 말았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수사의 제1원칙인 '현장보존' 및 '신속임장'이 깨져 버렸기 때문에 '명징한 진실' 규명에는 오점이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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