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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 경쟁 2라운드 돌입..고객 뺏기 '이전투구'
NH농협은행도 '직원 할당' 가세..빼앗아야 산다
2013-04-17 16:17:12 2013-04-17 17:17:42
[뉴스토마토 홍은성·송주연 기자] #NH농협은행 모 지점 김 과장은 퇴근 전 본사 메일을 열어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직원 1인당 주택청약종합저축을 100계좌나 판매하라는 할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농협은행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갈아탈 만한 지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은행권의 주택청약종합저축 판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청약저축 시장을 놓고 고객 유치를 위해 직원들에게 무리한 할당을 강요하고 있어 은행간 '고객 빼앗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16일 직원들에게 '1인당 주택청약종합저축 100좌 유치'를 통보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1일 주택청약종합저축 판매를 개시하면서 직원당 판매 목표량을 제시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한 행원은 "결국 우리에게도 할당이 떨어졌다"며 "재형저축 판매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할당이라서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조만간 주택청약종합저축 판매 확대를 위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초 주택청약종합저축 판매를 개시하며 일반 영업점 1036개 지점에 78만5000 계좌, 락스타 41개 지점에 1만5000 계좌를 신규 개설할 것을 지시했다.
 
공격적인 영업정책으로 국민은행은 주택청약종합저축 판매 닷새 만에 25만 계좌를 유치했다. 국민은행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5개월 내에 100만 계좌 판매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9년 5월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주택 소유 여부나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공공주택이나 민영주택 모두 청약할 수 있는 청약통장이다. 매월 2만원 이상 50만원 이하 금액을 5000원 단위로 납입하는 방식으로, 일정 금액을 2년간 적립하면 청약저축 1순위가 부여된다. 단 1인 1계좌 가입만 가능하다.
 
현재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국민은행 등 총 6개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판매를 재개한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3월말 현재 5개 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총 계좌는 1190만3427 계좌로 집계됐다.
 
      <은행별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 현황 (단위 : 계좌)>
(자료 : 각 은행, 3월말 현재)
 
이 중 우리은행이 393만743 계좌로 가장 많은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이어 신한은행이 301만 계좌, 농협은행 240만684 계좌, 기업은행 149만7000 계좌, 하나은행이 106만5000 계좌로 뒤를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꼴로 주택청약에 가입했고 가입잔액도 21조원을 넘어 주택청약종합저축은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청약저축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신규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은행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타 은행 상품으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의 '고객 빼앗기'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은 24개월을 꼬박 불입해야 청약저축 1순위가 된다"며 "은행의 무리한 할당으로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행원이 고객의 기존 주택청약을 해지시키고 신규로 유치하게 된다면 결국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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