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대란 직면..일자리 급하다
2009-01-14 16:05:11 2009-01-14 16:05:11
지난해 12월 신규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5년만에 고용빙하기가 시작됐다.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일자리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고용악화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기존 일자리 유지 외에 인턴 등의 단기성 일자리나 직업훈련이라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용 5년만에 마이너스
 
경기 침체 터널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고용대란이 현실화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증가 수는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전년동월 대비 1만2000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무작위 카드 발급으로 신용 위기를 불러일으켰던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첫 마이너스라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2003년에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고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그해 10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8만6000명이 감소했다.
   
고용은 2007년 12월에 26만8000명 증가할 정도로 순조로웠지만 작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의 부실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그해 10월 9만7000명, 11월 7만8000명으로 감소하더니 급기야 12월에는 전체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 청년층.제조업.비정규직 타격
 
12월의 취업자 감소는 청년층, 제조업 및 건설업, 기능.단순노무 종사자,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36시간 미만 취업자에서 두드러졌다. 고용 빙하기의 중심에 서민층과 저소득층, 청년층이 서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령별로는 39세 이하에서만 감소하면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가운데 15~19세(-14.2%)와 20대(-3.3%)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컸다.
 
산업별로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2.9%)에서 취업자가 늘었지만 증가율은 둔화됐다. 제조업(-2.4%), 건설업(-2.5%), 전기.운수.통신.금융업(-1.5%), 도소매.음식숙박업(-1.1%)은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불황 속에 인력구조조정이 시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직업별로 보면 화이트 칼라에 해당하는 사무종사자(4.9%)와 전문.기술.행정관리자(1.2%)가 증가한 반면 서민 및 저소득층이 많은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2.1%), 서비스.판매종사자(-1.5%)의 감소폭이 커졌다.
   
지위별로는 자영업주(-1.6%)가 크게 줄면서 비임금근로자가 1.4% 감소했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자영업에 짙게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임금근로자는 0.5% 증가했지만 증가율이 전월(1.0%)보다 둔화됐다. 이 가운데 상용직(3.6%)은 늘어난 반면 임시직(-1.8%)과 일용직(-6.3%)은 대폭 줄었다. 이는 저소득층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는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숫자에서도 나타났다.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전년동월 대비 53만명(20%) 늘어난데 비해 36시간 이상은 63만명(-3.1%) 감소했다.
 
특히 일자리가 없거나 사업부진 등으로 주당 18시간 밑으로 일했지만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13만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40%나 늘었다.
   
이런 상황 탓에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5.6시간으로 2.1시간 줄었고 특히 제조업은 3.4시간이나 감소했다. 고용률은 58.4%로 떨어지면서 전년동월 대비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3.3%로 0.2%포인트 상승했다.
 
◇ 구직단념자 42% 급증
   
취업 상태도, 실업 상태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최근 들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577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보다 42만4000명(2.8%) 늘었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을 보면 9월 2.1%, 10월 2.3%, 11월 2.4%, 12월 2.8% 등이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533만7000명으로 20만1000명(3.9%), 여자는 1043만5000명으로 22만3000명(2.2%) 각각 늘었다.
   
특히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14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만3000명(41.9%) 급증했다. 구직단념자는 최근 1년내 구직 경험이 있지만 노동시장 여건상 최근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다.
   
구직단념자수는 10월 12만4000명, 11월 12만5000명, 12월 14만7000명으로 점차 증가 추세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감 요인을 활동상태별로 짚어보면 연로(7만6000명),  통학(5만8000명), 가사(5만명), 육아(3만8000명), 심신장애(7000명) 등 부문에서 모두 늘었다. '쉬었음' 답변도 전년 동월 대비 11.6%나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5~29세가 14%, 30~39세가 14.5%, 40~49세가 12.8%, 50~59세가 19.8%, 60세 이상이 4.4% 늘어났다.
 
◇ "경기 2분기까지 하락세 전망"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2분기까지 고용한파가 지속되겠지만 3분기부터는 구조조정이나 정부의 재정 지출이 효과를 내면서 고용사정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재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야기되는 만큼 정부가 청년 인턴제 등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 감소를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거치는 단계라 고용도 마이너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조조정이 빨리 끝나고 경기가 살아나면 3분기부터 고용사정도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정부는 고용 창출보다는 위기 관리에 치중하고 있어 일자리 수가 적을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올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한 것도 부처간의 조정 등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제조업에서 고용조정이 이뤄지면 서비스업에서 받아줘야하는데 현재 그런 여력이 없어 고용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면서 "고용시장은 2분까지 내리막길을 걷다 3분기부터 안정된 뒤 4분기나 내년부터 조금씩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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