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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아야 잘 자란다'..독일식 '숲 유치원' 급속 확산
생태체험 유치원 포함하면 전국에 800여개
2013-07-05 15:21:23 2013-07-05 19:06:11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옷은 편할 수록 좋다.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 없다. 자연이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놨다. 지렁이 잡기, 나무 칼 싸움, 땅따먹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며 매일 놀 수 있다. 아이들은 숲 속 이곳 저곳을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나무를 오르기도 하고, 맨손으로 땅을 파기도 한다. 오감을 활용해 자유롭게 노는 것. 이것이 독일 숲 유치원(Waldkindergarten)의 핵심이다.
 
숲 유치원은 1950년대 덴마크에서 처음 생겼다. 이후 스칸디아비아 반도를 거쳐 영국, 미국 등 세계 각지로 전파됐다. 그중에서도 숲 유치원이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의 첫 숲 유치원은 지난 1993년 덴마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플렌스버그(Flensburg) 지역에 세워졌다. 20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는 1000개 이상의 숲 유치원이 있다.
 
◇'숲', 끝없는 상상력의 원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은 매일 숲으로 등원한다. 숲 유치원에 나오는 아이들의 연령은 3~6세. 자유롭게 노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다. 아이들에게 플라스틱 장난감은 제공되지 않는다. 숲 속에서 자신만의 장난감을 찾아낸다.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기도 하고, 나무를 타거나 숨바꼭질을 한다. 규격화 된 교실이 아닌, 열린 숲에서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어 간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이 발달한다.
 
피터 하프너 독일 하이델베르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숲 유치원의 어린이는 일반 유치원의 어린이들보다 상상력과 의사소통, 집중력 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연구결과 발표에서 "숲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인지능력, 사회성, 창의성, 건강 등 많은 면에서 일반 어린이집을 다니는 어린이들보다 월등했다. 자신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일 자신들만의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놀기 때문에 훨씬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식 숲 유치원, 가파른 증가세
 
독일 숲 유치원의 장점이 부각됨에 따라, 한국에도 숲 유치원이 늘어나고 있다. 딱딱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쌓인데다 자연친화적 놀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유치원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숲속 생태체험을 운영하는 유치원까지 합치면, 숲 유치원은 전국에 808개에 달한다. 지난 2011년 부산에 처음으로 숲 어린이집이 생겨난 이래로, 그 수가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임재택 부산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한국 유치원의 문제는 너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데에만 치중하는 것"이라며 "숲 유치원은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콘크리트 벽에서 아이들을 가둬 기르는것은 소, 닭, 돼지, 오리를 가둬서 사육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그 나이대에 맞게 자유롭게 뛰어다니지 못하면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 숲 유치원에서 교육받고 있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숲에서 뛰어놀고 또래들과 함께 한다면 더불어사는 법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이 문제..정부가 거들어야
 
독일 숲 유치원은 전체운영비의 70%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학부모는 나머지 30%만 부담하면된다. 100유로(15만원)정도만 지불하면 아이를 숲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숲 유치원은 국가보조금을 받지못한다. 원비만 40만~50만원선이라 비용부담 때문에 학부모들이 쉽게 숲 유치원을 선택하지 못한다.
 
5살 자녀를 둔 홍용선(42)씨는 "숲 유치원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너무 비싸서 쉽게 아이를 보낼 수 없다"며 "아이들이 쉽게 숲 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에서 지원하는 숲 유치원 등의 '유아 숲 체험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김민선 산림청 주무관은 "지난 2008년부터 '산림교육 활성화 종합대책'을 수립해 산림청 주관 하에 교육부, 여성가족부와 협업해 숲 유치원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현재 전국 141개의 숲에서  '유아 숲 체험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며 "교육인력, 예산 등이 부족해 학부모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업 추진 과정에서 꼭 필요한 관계 부처 중 하나인 보건복지부는 포함되지 못했다"며 "빠른 정책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부를 협업에 포함시키고, 타 관계 부처들과 더욱 긴밀한 협조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숲 유치원에서 놀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국 숲유치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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