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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부터 이윤석까지..'썰전' PD가 바라본 6명의 출연진
2013-07-17 11:08:13 2013-07-17 11:11:2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JTBC '썰전'은 출연진에게 있어 선물같은 프로그램이다.
 
고소·고발로 점철된 이미지의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호감형으로 바뀌었고, 막말 논란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김구라는 '썰전'을 통해 진행능력을 인정받고 지상파로 입성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허지웅 기자는 이름 값을 올리고, 다른 방송에도 진출하고 있으며, KBS 아나운서 출신 박지윤은 '욕망 아줌마'라는 캐릭터를 잡고 인기를 높이고 있다. 무존재감 방송인 이윤석은 '썰전'에서 만큼은 타 방송에서와 달리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김수아 PD는 출연진을 어떻게 바라볼까. 평가를 부탁했다. 사실 다른 사람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인데, 김 PD는 평소 출연진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깊었는지 거침없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제공=JTBC)
김구라 - "독단적인 면, 순기능할 때가 많아"
 
김수아 PD와 MC 김구라는 JTBC '아이돌 시사회'에서 한 번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아이돌 시사회' 때 김구라씨가 모니터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생각도 적극적으로 전했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마운 조언이었죠. 그 때 논란이 있고 방송을 접었을 때도 다시 한 번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방송 전 기획부터 '썰전' MC는 무조건 김구라였다. 정치와 시사를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은 김구라가 적격이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김구라는 이러한 기대를 완벽히 만족시켰다.
 
"기대했던 것 보다 본인이 더 즐거워해요. PD한테 있어서 '저 연기자 잘한다'고 하는 말은 정말 기분이 좋은 건데, KBS2 '두드림' 선배가 김구라 잘한다고 하더니 데려가는 거예요. 그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독설가'라는 캐릭터의 김구라는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시원스럽고 통쾌한 맛이 있지만, 때로는 지나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끔은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어요. 일을 처리하거나 방송에 복귀하는 과정을 봤을 때 그래요. 무리수를 안 두고 방송논리로 풀어나가요. 주변에 조언을 구하지도 않아요. 독단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이 오히려 순기능을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사진제공=JTBC)
 
이철희 - "인간적이고 털털한 선비"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은 최근 가장 대중적인 정치평론가로 거듭났다. 방송도 늘었고, 그의 발언으로 추측하면 출연료도 오른 듯 하다. 그만큼 '썰전'에서 잘했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썰전'에서 이 소장은 강용석 전 의원과 대립을 할 때는 강하게 맞붙다가, 강 전 의원이 합리적인 발언을 하면 '엑설런트'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유연한 사고를 보인다. 약간 비아냥 거리는 말투는 옵션이다.
 
"조금 꼬장꼬장한 면도 있는데 대체로 인간적이고 털털하면서 선비 같은 면이 있어요. 예절에 어긋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정치평론가라는 아이덴티티에서 벗어나는 걸 원하지 않더라고요."
 
"반면에 말이 통하면 적대시 하지 않아요.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이나 이정현 홍보수석도 높이 평가해요. 당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가 유연한 느낌이 있어요."
 
"어떻게 이 소장을 영입했냐"고 물어봤다. 각종 시사프로그램 위주로 출연한 그였는데, 예능에서 섭외를 했으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었어요. 매주 고정으로 반대편 사람이랑 같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 있었던 것 같고, 예능MC랑 나온다고 하니까 믿음이 안 갔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만나서 차근차근 프로그램 방향을 설명하니까 OK하셨어요."
 
(사진제공=JTBC)
강용석 - "너무 솔직해서 피해 많이 볼 것 같아"
 
'썰전'이 낳은 최대 수혜주는 강용석 전 의원이다. '썰전' 20회에서 드러났듯 그는 고소와 고발로 점철된 비호감 이미지를 완전히 세탁했다.
 
"굉장히 예의가 바르세요. 막내 작가에도 경어를 쓰시고, 평소에 정말 재밌어요. 똑똑한 동네 형의 느낌이랄까. 제가 궁금한 게 있으면 강 전 의원한테 물어봐요. 그러면 쉽고 편안하게 일반인의 언어로 설명해줘요."
 
강 전 의원은 최근 '썰전'에서 되려 자기 편에게 욕을 더 많이 먹는 인물이다. 몇 몇 보수 진영의 인물에 대해 '사퇴해야 된다'고 강력하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자체로는 이슈가 되지만, 강 전 의원 본인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된다. 이는 그대로 다음주 방송에 반영된다.
 
"솔직해서 손해본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같은 진영 사람이라도 강하게 뱉어요. 그러면 전화가 많이 오는 것 같더라고요. 솔직하셔서 그런지 저는 일하는게 정말 재밌어요."
 
"강 전 의원이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많고, 프로그램이나 시청률, 시청자 반응에도 관심이 많아요."
 
(사진제공=JTBC)
허지웅 - "멘트가 너무 강해, 편집도 많았다"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다는 평을 듣는 허지웅 기자는 '썰전'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허 기자의 한 마디에 tvN '나인' 다운로드수가 대폭 증가했고, MBC '구암허준'은 '근래 10년동안 가장 재미없는 드라마'가 됐다.
 
'썰전' 2부 '예능심판자'에서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펼치고 있는 그를 어떻게 발굴했을까.
 
"저는 예전부터 허지웅 기자 블로그에 가서 글을 많이 읽었어요. 기고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시각이 독특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고 문화콘텐츠에 이해력이 높은 30대 남성이랄까. 확실히 다수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기고를 많이 하다보니까 늘 피곤에 쩔어있어요. 힘들어하는데, 방송은 즐겁게 하는 것 같아요. 방향이 좋다고도 하시고."
 
'썰전'에서 허지웅 기자의 발언은 상당히 강하다. 단어 선택도 거침없다. '조루'라는 단어를 툭툭 내뱉기도 한다.
 
"글은 더 강해요. 방송이라서 톤 다운 된거예요. 방송 초반에는 톤 다운이 안되서 편집도 많이 됐어요. 최근들어서 어디까지가 방송용이고 편집용인지 서로 무의식 중에 합의가 된 것 같아요."
 
(사진제공=JTBC)
박지윤 - "격조있게 싸울 줄 아는 사람"
 
박지윤은 KBS에서 나온 뒤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다른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들이 교양이든 예능이든 나와서 활약할 때 그는 조용했다. 그러던 중 '썰전'을 만났고, '욕망 아줌마'가 돼 주가를 띄우고 있다.
 
최근 한 게시판에는 tvN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2' 가상 섭외 관련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김경란의 후임으로 박지윤이 지목됐다. '더지니어스'가 인물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프로그램인 점을 미뤄봤을 때, 대중은 지금 박지윤의 본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할 수 있다.
 
"지윤씨는 제가 추천했어요. 잘 할 줄 알았어요. 지윤씨 평소에 정말 재밌어요. 다른 프로그램을 봐도 자기 몫은 확실히 챙겨요. 그리고 김구라씨나 강용석씨 같은 사람들 앞에서도 크게 안 밀릴 줄 알았어요. 나름 격조 있게 싸울 줄 아는 인물이랄까요."
 
"저희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첫 방송에서는 강용석 전 의원이 보였는데, 2회부터는 박지윤이 보이더라'라고요."
 
'예능심판자'에서는 박지윤이 진행을 맡는다. 이로써 평가와 분석을 좋아하는 김구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수의 패널이 출연해 자칫 중구난방으로 흘러 갈 수 있는 '예능심판자'를 잡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혼자 방향을 알고 정확하게 길을 걷고 있죠. 애초에 '예능심판자'는 진행을 지윤씨한테 맡겼어요. 그래서 김구라씨가 2부에서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됐죠. 그만큼 지윤씨의 진행능력을 믿었어요."
 
(사진제공=JTBC)
이윤석 - "나이에 비해 정신연령이 높아"
 
이경규 사단으로 불리는 이윤석은 최고 학력 방송인 중 한 명이다. 박사학위를 따 강단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학업적으로는 뛰어나지만 방송인으로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썰전'을 만나서도 그 활약은 크게 도드라지지 못했다. 20회 특집에서 역시 존재감이 6위였다. 하지만 김 PD의 평가는 달랐다.
 
"개인적으로는 이윤석씨 정말 재밌어요. 20회에서 "'비록 지금은 6위지만 60세 때는 나 혼자 방송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들은 내가 갈아타는 말이다'이런 말이나 '허지웅은 듣보' 이런 말을 했는데 전 정말 웃기더라고요."
 
"'예능심판자'를 통해서 TV에 대한 즐거움을 깨우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윤석씨가 40대인데 정신연령은 조금 윗선 같아요. 아이돌 얘기에 관심도 없고, '그게 그렇게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배운 남자의 느낌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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