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34. 우종욱 스트롱홀드 대표 "미래의 커피 로스터기를 만든다"
2014-11-05 17:44:46 2014-11-05 17:44:46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커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창업 아이템 중 하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우리나라 커피수입은 11만5000톤으로, 성인 1인당 1년에 288잔을 마실 수 있는 양이었다. 지난해에는 수입량이 더 늘어 어른 한 명이 298잔을 마셨으며, 올해는 300잔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늘다보니 다양한 콘셉의 프랜차이즈가 나타나고 있고, 생두의 수입, 원두의 유통 등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만난 ‘스트롱홀드’는 이런 커피 업계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커피 관련 사업이라면 대부분 프랜차이즈 사업을 꿈꾸지만, 스트롱홀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조업 스타트업으로 전기로 동작하는 자동 커피 로스팅 머신을 만들고 있다.
 
로스팅이란 생산된 커피 ‘생두’를 볶는 과정을 뜻한다.
 
생두 자체로는 아무 맛도 나지 않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로스팅 과정이 필수다. ‘원두’가 커피 맛의 70%를 좌우한다면, 로스팅 과정이 20%, 나머지 10%가 커피를 내리는 전문가의 솜씨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로스팅 과정은 우리가 깊이 있는 커피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필수 과정인 셈이다.
 
그런데 이 로스팅 과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가장 엷게 볶는 ‘라이트’부터 시작해 시나몬, 미디엄, 하이, 시티, 풀시티, 프렌치 단계를 거처 가장 진하게 볶는 ‘이탈리안’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시중 카페에서 팔리는 커피의 로스팅은 매우 숙련된 전문가의 손에 의해서, 대당 3000~40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로스팅 기계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커피숍을 운영자 대부분이 이 과정을 거친 ‘원두’를 구입해 커피를 만들어 팔고 있다.
 
하지만 스트롱홀드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생두’를 자동으로 로스팅할 수 있는 스마트 커피 로스팅 머신으로 시장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또 쓸만한 로스팅 기계는 모두 ‘가스 연료’를 사용한다는 업계의 상식을 뒤집고, 전기로 동작하도록 만든 자신들의 로스팅 기계로도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가격도 대당 1000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처음에 이 같은 기계를 만든다고 했을 때, 커피 업계에서는 우종욱 스트롱홀드 대표는 철저한 ‘이단아’였다고 한다.
 
전기로는 가스 로스팅 기계의 맛을 절대 따라 갈 수 없고, 커피 로스팅은 정교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계가 전문가의 맛을 흉내내기 힘들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기존 시장의 상식을 깨고,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 커피 로스팅 머신으로 커피 유통 시장의 혁신을 꿈꾸고 있는 우종욱 스트롱홀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제조업 벤처 탄생 위한 최적지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스토롱홀드 테크놀로지 우종욱 대표입니다. 드물게 제조 스타트업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어 5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힘쓰시는 일은 어떤 건가요?
 
▲많은 회사들이 비슷하겠지만, 이제 제품이 나와 마케팅과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가 대상으로만 제품을 알려왔지만, 앞으로는 대중들에게 ‘스트롱홀드’를 알리는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커피 관련 사업이다 보니, 대표님도 굉장한 커피마니아일 것 같아요.
 
▲지금은 굉장히 좋아하지만, 대학생 때는 다른 분들이랑 비슷했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이면, 한 끼 식사비와 맞먹으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웃음).
 
차츰 좋은 커피를 접하면서 “이야 이런 커피가 있구나”라고 감탄하며 커피의 세계에 빠져 들었습니다.
 
-정말 드문 제조업 스타트업입니다. 외식관련 학문이나, 기계과를 전공하셨나요?
 
▲아닙니다. 대학에서는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대신 대학 내 경영학 학회를 오래 다니며, 창업 준비를 했죠.
 
-사회학과 출신의 커피 로스팅 제조업 벤처. 너무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제조업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제조업과 와이파이를 활용한 무료 통화 두 아이템을 두고 고민했죠. 그런데 무료 통화는 결국 통신사와 문제에 부딪힐 것 같았어요.
 
무료 통화 아이템을 접고 어떤 산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커피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고, 좋은 ‘솔루션’을 만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창업에 도전했죠.
 
◇우종욱 스트롱홀드 대표(사진=최준호 기자)
 
-창업자 대부분이 커피 프랜차이즈나 생두나 원두 유통업에 많이 도전합니다. 왜 로스팅 기계 제작에 뛰어들었나요?
 
▲커피 로스팅 시장이 굉장히 발전 여지가 많아, 이 분야를 공략하면 다른 쪽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해외의 좋은 머신을 들여와 국내 시장에 소개할 생각도 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기능을 가진 기계가 없더라구요. 우리가 만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조업 벤처.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을까요?
 
▲사실 한국은 제조업 벤처가 탄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머신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어요. 중국은 조악하고, 일본과 독일은 무척 비쌉니다.
 
또 한국은 사물인터넷, 모바일앱 기술 등도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잖아요? 제조업과 IT기술이 융합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저희 머신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작동하고, 원두 제조 프로파일을 사용자들과 공유하고 있죠.
 
결국 제조업은 IT기술의 융합해 혁신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최준호 기자)
 
-사명인 ‘스트롱홀드’는 어떤 의미인가요?
 
▲스트롱홀드는 군사용 전진요새라는 의미입니다. 산업의 최전선에서 불굴의 의지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의미이며, 실제 저희가 그런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합니다.
 
-팀원들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처음에는 5명이 시작했습니다. 이중 3명은 로스팅 머신을 만들던 회사 출신이십니다.
 
알고 지내던한 분께 “우리 함께 해보자’고 제안해, 프로그래밍, 설계·판금, 조립·배선의 전문가분을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 네번째 멤버로 이덕규 기술이사님이 합류해 제품 컨셉부터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책임져 주셨죠.
 
-다니던 회사를 뒤로하고, 막 대학을 졸업한 대표님과 함께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저도 신기합니다(웃음). 다만 우리는 서로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서 확실히 알았어요.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을 할 수 없고, 기술만으로도 불가능하죠. 정말 필요한 사람끼리 모였다고 생각해 주세요.
 
◇햇빛도 없는 사무실, 쇳가루 들이마시며 버틴 창업 초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인건비와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조 벤처는 많은 자본금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많이 필요하죠.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많이 필요할지 몰랐고, 제품도 빨리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어요.
 
2010년 5월에 저와 공동창업자 둘이 각각 400만원씩 800만원으로 창업했어요. 이후 신용보증기금에서 3000만원의 청년 창업자금을 지원받았죠. 이후에는 저희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운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정부지원금이나 추가 투자를 많이 받으셨죠?
 
▲네 맞아요. 우선 2011년에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1억원을 지원받았고, 그 다음해에도 우수 창업기업으로 선정돼 또 1억원을 지원받았죠. 또 2012년 초 고려대학교 기술지주 회사에서 추가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무실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또 초창기에 백일승 전 JCE(현 조이시티) 대표님과 지인분들에게 엔젤투자를 받고, 이를 계기로 엔젤 매칭 펀트를 통해 추가 투자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성장 과정을 굉장히 좋게 보시던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의 심사역분을 만나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죠.
 
-총 투자액은 얼마인가요?
 
▲약 20억원 정도 입니다.
 
-굉장히 여러 단계 투자를 받았어요.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경영권은 탄탄하신가요?
 
▲네. 지분상으로도 제가 대주주입니다.
 
-창업 초기가 궁금합니다. 어디서 처음 시작하셨나요?
 
▲용산에서 20평짜리 사무실을 구해서 시작했어요. 햇빛도 안 들어오는 사무실에서 2년을 버텼죠.
 
-눈빛이 약간 아련해 지셨습니다. 고생이 심하셨나봐요.
 
▲어휴, 말도 못해요(웃음). 노래방 뽁뽁이 구해와서 저희 수작업으로 방음시설 갖추고, 철가루 날리는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죠.
 
5명의 멤버들이 2년 동안 한 달에 한, 두번 집에 들어갔어요. 제품을 만들다 지쳐서 잠들었다 일어나면 온 몸에 철가루가 묻어 있었어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절실하게 생각했죠.
 
◇스트롱홀드의 고척동 공장(사진=뉴스토마토)
 
-현재는 구로구 고척동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중간에 고려대에서 사무실을 구했다가, 이쪽으로 옮겼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싼 공장부지가 고척동이에요. 여기에 사무실과 제조공장, 또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몇 명이 함께 일하고 계신가요?
 
▲22명 입니다. 절반이 엔지니어고, 5분은 커피의 맛을 연구하는 박사급 인력이세요. 그리고 나머지 영업, 마케팅 인력이 저를 포함해 6명입니다.
 
-제품 설계만 하고 중국에서 생산하면 단가를 줄일 수 있지 않나요?
 
▲저희의 가장 큰 장점이 모든 제조 과정을 저희 손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품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차기 모델에 설계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죠. 또 혹시나 고장 제품이 생겨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죠.
 
커피 로스팅 머신 분야는 가격 치킨게임을 하는 시장이 아닙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훨씬 중요해요.
 
◇4년간의 연구개발..작고 스마트한 커피 로스팅 머신의 탄생
 
-스마트 커피 로스팅 머신 '에스트리니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 커피 로스팅 머신입니다. 다양한 열원을 조절해, 구입한 생두 품종과 원하는 로스팅 단계를 설정하면 자동적으로 커피를 로스팅해 줍니다. 초보자는 자동으로 커피를 로스팅할 수 있고, 전문가는 대류열, 전도열, 복사열을 조절해 매우 정밀한 로스팅이 가능합니다.
 
여러 차례 시제품 개발을 거쳐, 올해부터 일반에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기존 제품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자동기능 등 극단적인 편의성으로 초보자들도 쉽게 쓸 수 있고, 전문가들은 온도와 시간, 압력, 수분 등을 매우 세밀하게 로스팅 과정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노동으로도 품질 좋은 '원두'로 생산할 수 있죠.
 
그러면서 맛의 깊이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커피 로스팅 머신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 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맛의 균일성입니다. 사실 상업용 로스팅 머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술적인 보안점이 많지만, 시중의 최고의 커피숍에서도 손님들에게 매일 동일한 맛을 선사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커피 로스팅 머신 에스트리니타(S-TRINITA)(사진=스트롱홀드)
 
-말씀에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가격과 용량은 어떤 정도 인가요? 제가 알아보니 쓸만한 로스팅 기계는 3000~4000만원 정도한다고 들었어요.
 
▲자동차가 배기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처럼 머신의 가격은 용량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저희 제품은 1020만원(VAT 별도)인데, 아마도 말씀하신 가격대의 로스팅 머신은 저희 제품보다는 대용량의 머신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저희 제품은 차로 따지면 소형차입니다.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30~40분이면 커피 150잔을 내릴 수 있는 생두를 로스팅할 수 있습니다.
 
-경쟁 제품에 비해서 싼 편인가요?
 
▲사실 국내 다른 제품들도 비슷한 용량과 가격에 굉장히 좋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다만 저희 제품과는 결정적인 두 가지 차이가 있죠.
 
-자동 로스팅 기능과 연료로 전기를 쓴다는 점이죠?
 
▲네 맞습니다. 우선 저희가 5년 동안 연구해 만든 스마트 로스트웨어(Roastware)의 수준은 전 세계에서도 독보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도입해 누구나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들 간에 로스팅 정보도 서로 공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센터나 어떤 사용자가 특정 원두를 로스팅해 매우 뛰어난 맛을 구현했다면, 우리 제품을 가진 누구나 재현 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과 IT기술의 융합이 만든 혁신적인 변화죠.
 
◇생두의 원산지에 따라 자동으로 로스팅해주는 메뉴(위), 수동으로 화력을 조절할 수 있는 메뉴(아래)(사진=최준호 기자)
 
-로스팅은 매번 할 때마다 외부 환경에 맞춰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정교한 작업 아닌가요?
 
▲맞습니다. 로스팅 할 때의 기온 등 여러 주변 변수가 있죠. 단 전문가들도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온 습도 등에 따라 ‘표’를 만들어 불의 온도와 로스팅 시간 등을 변경합니다. 저희는 그걸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으로 구축해 놨습니다.
 
저희 경험상 환경의 변수까지 고려해 균일한 ‘맛’을 재현하는 하는 부분에서는, 전문가가 수동으로 로스팅하는 수준까지 근접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를 쓴다는 것은 ‘약점’ 아닌가요? 전기 연료로 로스팅을 하면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솔직히 저희도 제품을 홍보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커피를 로스팅 할 때 전기열이나 가스불로 직접 생두를 볶진 않습니다. 열에는 3요소가 있는데요. 대류, 전도, 복사열입니다. 이런 열의 전달 방식에서 기존의 전기 로스팅 머신들이 가스 로스팅 머신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저희 제품은 가스제품과 최소한 동일한 수준의 맛을 낸다고 자신합니다.
 
전기 밥솥이 처음 나왔을 때 모두가 가마솥 밥맛을 구현 할 수 없다고 했지만, 요즘 보면 아니잖아요? 저희는 100년 넘게 이어져온 가스 로스팅 머신의 기본 설계를 전기 사용에 적합하게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어요.
 
◇로스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최준호 기자)
 
-전기 밥솥과 비교하니 왠지 잘 이해가 됩니다. 제품의 판매 대상은 어딘가요?
 
▲50~60% 가량은 일반 카페나 로스팅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학원, 한의원 등 커피를 많이 쓰는 곳에서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하루에 150잔 정도 판매하는 곳에서는 1년 정도면 제품 구입과 생산비(전기료) 등을 포함해 충분히 투자금을 보상 받으실 겁니다.
 
또 커피를 취미로 가지신 일반 가정집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로스팅을 전혀 모르는 카페 주인이나 일반 소비자도 쓸 수 있나요?
 
▲네, 당연합니다. 그 부분을 위해서 저희가 지난 5년간 고생한 것이니까요. 또 일반 시중에 공급되는 전기로 동작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 구매하시면 우선 로스팅 머신과 친해지셔야 합니다. 원두에 따른 고유의 방식이 담긴 ‘프로파일’을 다운받아 로스팅해 보시고, 맛의 차이를 알아가시면 금방 로스팅의 재미에 빠지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존에 판매하던 커피와 맛이 차이가 나면 곤란한 것 같습니다.
 
▲일반 카페 사장님들은 기존의 커피맛과 품질 유지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당연히 기존의 커피 맛과 달라지면 큰일이죠. 저희를 찾으시면 우선 원두 컨설팅부터 시작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원두를 가져오시면, 저희가 기존과 가장 근접한 자동 로스팅 설정을 찾아 줍니다.
 
저희 제품을 구입하시는 분들의 절반 이상이 로스팅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지만, 잘 사용하시고 계십니다.
 
-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전문가들은 이전에 수동으로 로스팅할 때는 몇 시간이고 연속으로 계속 머신 앞을 지켜야 했지만, 이제는 자신들만의 설정만 지정해주면 되니 매우 편리하게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대부분의 전문가 분들이 높은 평가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에스트리니타(S-TRINITA)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체택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으며, 생두별 다양한 로스팅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사진=최준호 기자)
 
-전문가 대상 테스트도 해보셨나요? 예를 들어 최고급 수동 로스팅 머신과 비교해보는 블라인드테스트라던지…
 
▲처음 제품을 만들 때부터 전문가들에게 철저하게 평가를 받아왔어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커피 맛이냐’고 면전에서 타박주시는 전문가 분들도 계셨어요. 차마 자신은 마시지 못하고, 제자한테 맛보라고 하신 분도 계셨구요(웃음) 정말 굴욕적이었고,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지금은?
 
▲이제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최고급 로스팅 머신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봐도 절반 이상이 저희 제품과 최고급 제품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십니다. 월드 바리스타 침피언십이라는 전 세계 최고의 대회가 있는데, 저희 제품을 쓰신 분이 5등을 하기도 하셨습니다. 맛에서는 이견이 없어요.
 
-우리가 아는 매우 유명한 카페에서 이 제품을 쓰는 곳도 있나요?
 
▲아주 많아요. 서울 마포의 '커피 그래피티', 강원도 원주의 ‘커피라디오’ 등 많은 전문점에서 에스트리니타(S-TRINITA)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지적하는 제품의 단점도 있나요?
 
▲네, 아무래도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도록 최적화하다 보니, 용량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더 큰 용량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커피 업계 종사자들의 삶의 질 개선할 것
 
-지금까지의 성과는?
 
▲지금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은 올해부터 일반에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150여대 정도 보급됐습니다.
 
-공장에서 하루에 몇 대를 만들 수 있나요?
 
▲지금은 3대 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커피 로스팅 머신의 시장 크기는?
 
▲한국 시장만 보면 연 500억원 규모, 전 세계 시장은 약 1조원 정도로 형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팅 머신을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체 시장은 저희의 성과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와 내년 예상 매출 규모는?
 
▲올해는 연말 기준으로 20억원 가량이며, 이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해 내년에는 50~6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변하고 있는 점이 매우 긍정적입니다.
 
◇출하 대기 중인 로스팅 머신(사진=최준호 기자)
 
-시장이 변한다?
 
▲처음에 우리 제품을 소개하면, 커피 시장 관계자 분들이 저희를 ‘사기꾼’ 취급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커피협회나 전문가 분들이 먼저 에스트리니타를 인정해주고 계십니다. 예를 들어 월드 바리스타 챔피온십(WBC)에서 2위를 한 호주의 맷 퍼거(Matt Perger)와 같은 최고의 전문가와도 함께 커피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경쟁사에서 카피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가스 연료를 쓰는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회사나, 좋은 솔루션을 가진 경쟁사는 있어요. 하지만 저희 수준의 전기 로스팅 머신 기술력, 자동화 솔루션을 모두 가진 경쟁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 절대 극복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노하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중국이나 대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가격 경쟁을 펼친다면…
 
▲저희가 아무리 특허를 내고, 기술적 장벽을 쌓아도 결국에는 후발주자들이 따라 올 것입니다. 결국 ‘브랜드’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다른 노력은?
 
▲커피연구소에 최고의 전문가들이 '맛'연구에 몰두하고 계세요. 사실 지금 저희 매출 수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대규모 투자입니다. 하지만 커피 맛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기업, 누구나 인정하는 권위가 있는 기업으로 커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또 서울 카페쇼와 같은 커피쇼 참가, 전문 세미나 진행, 지면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시작할 것입니다.
 
-사업을 키워가기 위한 협력 대상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연구나 마케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많아요. 또 ‘생두’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회사들과는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로스팅을 하게 되면, 지금 대부분 도매로 팔리는 ‘생두’를 소매로 팔 수 있는 길도 열리니까요.
 
-반대로 경쟁사는.
 
▲미국의 로링사는 가스 로스팅 머신이 주력 사업이지만,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기센(Giesen)이나 독일 프로밧 같은 회사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죠.
 
-혹시 브랜드가 구축되면 커피 프랜차이즈를 할 생각은 없나요?
 
▲없습니다. '상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웃음)
 
-해외시장 개척방향은?
 
▲2년 전에 중국에 지사를 설립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우선은 한 국가당 4대만 전문가들에게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요. 충분히 테스트를 거치고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스트롱홀드의 목표는?
 
▲내년 상반기 목표로 대용량 머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1kg급이라면, 이 제품은 5~7kg급 입니다. 현재 제품은 220v 환경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기능상 제약이 많았어요. 이 제품은 어차피 쓰려면 전기 공사를 해야 하니, 저희의 모든 노하우와 기술이 구현 가능한 괴물급 제품이 될 것입니다.
 
-성공하신다면 어떤 일을 더 해보고 싶나요?
 
▲창업초기부터 팀원들과 공유하던 가치가 있습니다. 제3세계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커피생산지의 노동 환경, 임금, 의료 여건 등이 정말 열악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꼭 찾고 싶어요.
 
◇커피 생두는 결국 농부의 땀방울로 만들어진다. 스트롱홀드는 이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사진=최준호 기자)
 
-스트롱홀드를 찾으시는 고객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저희는 제조업입니다. 제조업의 혁신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동네 카페에서는 원가를 절약할 수 있고, 매장 운영 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을 계속 만들어 가겠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저희를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트롱홀드를 어떻게 평가할까?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 디지털 기능, 클라우드를 통한 데이터 분배,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 공유가 이제 다양한 기기 제조와 활용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로스팅은 모든 커피숍이나 커피 애호가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립 카페를 운영하거나 커피 품질에 예민한 레스토랑이나 기업 용으로도 침투가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대규모 프랜차이즈, 고급 커피를 고집하는 유럽이나 일본 시장에서는 도전이 쉽지는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신흥 커피 시장에서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강점으로, 유명 바리스타나 커피 전문가의 평가를 기반으로 시장 개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소형 카페에 공급하는 로스팅 업체들에게도 좀 더 대용량이 개발되면 가능할 것이고요. 다만 원두의 품질과 상태에 따라 로스팅 방식을 선정해야 할 경우에 이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원두 확보와 공급, 로스팅까지 확장 가능성, 고집있고 전통적인 장인들을 선호하는 시장의 문화를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가 앞으로 주어진 과제라고 봅니다. 다른 요소들은 해외 시장 개척을 해야 하는 타 제조업체와 유사한 전략일 것 같습니다.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 스트롱홀드의 경쟁우위 전략은 기존 수동 가스 로스팅 머신이 저렴한 전기 머신으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 안드로이드 기반 머신의 손쉬운 조작성과 로스팅 프로파일의 공유를 통한 더 나은 커피맛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기를 이용한 동작이나 안드로이드 UX는 다른 제조사가 금새 따라 잡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초기 머신을 통해 축적되는 로스팅 프로파일에 대한 DB는 후발주자가 따라 잡기 어려운 스트롱홀드만의 자산일 것입니다.
 
단, 그 자산이 진정 차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이 DB와 커피맛의 상관관계가 보다 정밀하게 연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다른 머신이 흉내내기 어려운 상세한 메타 데이터의 분류와 정밀함 그리고 그에 대한 맛의 DB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보다 많은 커피 매니아들에게 공유되고 회자될 수 있도록 하는 소셜 마케팅도 제품을 PR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커피숍 운영자를 넘어 커피 마니아들에게 이러한 서비스가 더 많이 체험될 수 있도록 한다면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이 될 것입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 카메라 시장과 동일한 길을 걷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름 카메라, 디지털 카테라 등이 각기 다른 감성으로 분리된 소비자 계층을 만들고 각자의 매력을 소구한 것과 같이 전체적인 시장 확대와 함께 나름의 가치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IT 기술과 제조 간의 접점을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최근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일색의 벤처 생태계에 다양성을 더해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회사인 것 같습니다.
 
다만 디지털 카메라가 한편으로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각종 사진 서비스들과 함께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웠던 것처럼, 지금은 제조에 몰두하더라도 함께 합을 맞출 만한 소프트웨어 서비스 스타트업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커피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색다른 트렌드나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진정한 메인스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년-1999년)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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