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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불공정하도급)③영세업자 당하고 살아야만 하나
민변, 을지로위원회 등 사회단체 법령개정 추진, 국토부 보호법 보완 중
2014-11-13 16:40:13 2014-11-13 16:40:13
(사진=뉴스토마토DB)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하면 뭐하겠어요. 기껏해야 과징금 조금 내겠죠. 불공거래거래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은데 큰 의미없어요. 상장사는 기업이미지와 관급공사 수주 때문에 공정위의 영향력이 있겠지만 비상장사는 크게 게의치않아요."
 
2년전 부도를 맞은 하도급건설사 K대표의 하소연이다. 부도 직전까지 70위권의 종합건설사의 하도급공사를 했지만 불공정계약에 따라 20여억원의 손실을 떠안은 채 사업을 접었다.
 
억울한 마음에 공정위를 찾았다. 비슷한 피해경험이 있는 업계 동료들이 가봐야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기댈 곳은 공정위 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술한 공정거래법과 공정위의 더딘 업무진행 방식만 확인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경찰로 향했지만 법적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현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성과를 있을지 의문이다.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못했던 마지막 월급과 퇴직금이 K대표의 마음을 짖누른다.
 
하도급 전문건설사과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사 간의 불공정거래를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법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피해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현장 관계자들의 공정위와 국토부의 불공정하도급 거래 피해자 보호에 대해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 위반에 따른 처벌 수위가 낮고, 명문화 돼 있는 피해 유형의 부족, 터무니없이 업무처리 속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 탓에 하도급사들은 보호법의 혜택을 크게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공정 하도급 관련 공정위와 국토교통부, 국가계약법 등의 전반적인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이동우 하도급TF 팀장은 "건설하도급의 불공정행위가 건설과 공정거래라는 상이한 두 분야가 중첩돼 있다는 구조적 특징에 기인하는데 국토부와 공정위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만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변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계약체결단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탈법행위 금지를 법률에 명시하고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도급계약 허의통보 행위에 대해서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 유형에 ▲재입찰 행위 및 직접공사비 미만 계약체결 행위 ▲원사업자가 도급내역서상의 항목이나 물량과 다르게 수정·변경한 내역서를 토대로 하도급대금을 낮게 결정하는 행위 ▲입찰 종료 후 하도급입찰 결과 공개 등을 추가도입키로 했다.
 
계약이행단계에서는 수급인이 일방적으로 하도급계약을 해제·해지한 경우 이행보증금 청구를 제한하고, 추가공사에 대한 감리 등의 서면확인 의무 및 위반시 제재를 규정했다. 또한 추가공사 등에 대한 서면발급 및 대금지급을 의무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범위에 부당특약으로 인한 피해를 추가했다. 법률을 위반한 행위의 효력은 무료로 규정해 실효성을 높였다.
 
특히 개정안은 추가공사 발생시 서면을 작성·교부하지 않을 경우 해당 공사의 비용을 원사업자에게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해 서면 부존재에 따른 분쟁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종료단계에서는 부당한 계약해지 등의 경우에는 원사업자들이 계약이행보증금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고, 협의가 가능했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했다.
 
이동우 민변 팀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건설현장에서 문제되는 대표적인 사안들을 유형화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을 담았다"며 "계약의 단계별 핵심적인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방식으로, 특정한 분야에 국한됐던 지금까지의 개정안과는 접근법이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최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불공정 관행을 타파에 나섰다.
 
국토부는 공사대금 상습체불업체의 명단을 공개하고, 시공능력평가에서 감점을 주기로 했다.
 
또 낙찰률 70% 미만의 공공공사는 하도급자가 요청할 경우 발주자는 의무적으로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토록 했으며, 하도급계약에 대한 정보를 발주자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했다. 아울러 경험많은 우수 건설업체가 이미 등록한 업종 외 다른 업종을 등록할 경우 자본금 기준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K대표는 "건설시장도 상당히 투명화돼 악질적인 종합건설사가 상당수 줄었지만 여전히 발주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영세 하도급자의 등골을 빼먹는 업체가 많다"면서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계약조건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이해와 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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