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농축협 조합 지속지수)비리의 온상..개혁이 시급하다!
2014-12-22 14:00:00 2014-12-22 14: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농민운동가 출신으로 2010년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당선된 이가 있다. 경남 창원 동읍농협의 김순재 조합장이다. 그는 내년 3월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20년 넘게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활동한 운동가 출신인 그는 조합장이 된 후 비리 임원들을 해직시켰다가 뻔뻔한 임직원의 버티기 모드에 해직무효소송까지 벌여야만 했다. 3년이 넘는 소송전 끝에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개혁의 칼을 휘두르는 그에게는 여전히 "당신은 농협 조직을 잘 모른다"는 비아냥만 돌아왔다.
 
김 조합장이 4년 가까이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끝내 농협 조직의 벽에 부딪치고 만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농협의 비리는 중앙회에서부터 전국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지역 단위조합들까지 어느 한 곳, 어느 개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농협이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농업 지원을 위한 정책의 손과 발의 역할을 농협이 맡았고, 정부에서 뿌리는 막대한 정책자금의 관리를 농협에게 맡겨두면서 권력과 돈을 가진 농협은 비리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비화됐다.
 
대출비리, 납품비리, 인사비리 등 헤아릴 수 없는 비리들이 농협과 농협이 흡수통합한 축협 등을 통해 쏟아져나왔다.
 
가까이는 서울축산농협이 지난 18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전·현직 조합장과 이사장 등 임직원 20여명이 대출금리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내부승진 인사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까지 포착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지역 농협 출신이 세운 회사에 수백억대 납품 특혜를 준 사실이 도마에 올랐고, 농협이 부동산 PF대출을 부실하게 운영해 연체비율이 일반 시중은행의 수십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농협이 가장 많은 비리를 양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거를 통해 조합장을 선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1988년 이후 직선으로 뽑힌 농협중앙회장이 3대째 쇠고랑을 찼던 점은 농협을 부정의 대명사로 인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역 단위조합으로 범위를 넓혀도 선거비리는 진흙탕, 복마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농협이 매년 발표되는 비위면직자가 가장 많은 공직유관기관 1위를 놓친 적이 거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는 2004년 이후 10년간 120조원 가까운 대규모 자금을 농촌에 투입하고 있고, 이중 상당 부분이 농협을 통해 지출되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그야말로 돈과 권력을 향한 암투다. 총선을 능가하는 검은 돈이 오가는 '대목'이란 말까지 나온다.
 
농협은 이같이 어마어마한 권한과 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견제시스템이 사실상 없다. 국정감사는 중앙회 중심으로 겉핥기에 그치기 일쑤고, 지역의 단위농협은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는 수준이 전부다. 외부로부터의 제대로 된 평가 한 번 없이 그들만의 리그로 지내왔다.
 
이에 <토마토 CSR리서치센터>(센터장 안치용)가 개혁의 화두를 제시한다. 센터는 22일 전국 1160개 지역조합을 전수조사해 평가한 '2014 농축협 조합 지속지수'를 발표했다.
 
지역농협의 지속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조직과 성과, 성장, 협동, 효율성 등 5대 부문을 총 39개 세부항목으로 평가해 지수와 순위를 부여했다. 언론은 물론 외부에서 전국 지역농협을 계량적으로 평가해 지표화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오는 2015년 3월11일에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에서도 체계적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안치용 토마토 CSR리서치센터소장은 "선거를 앞두고 농축협 조합의 지속가능성을 의제화하겠다는 판단 아래, 리서치센터 설립 이전부터 전국 농축협 단위조합의 지속지수 개발에 착수했고, 이번에 그 결과물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그리고 비교가능한 단위조합 평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몫은 농협에게 돌아갔다. 자기쇄신의 칼날을 들이댈 지, 또 다시 과거로 퇴행할 지는 농협의 선택이다. 그 속에 전국 농축업인의 삶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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