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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움켜잡고 "자고 가요"..대법 "성추행 아니야"
"손목 자체는 '성적 수치심' 신체부위로 볼 수 없어"
"'자고 가라'는 희롱적 언사, 추행으로 단정 어려워"
2015-01-02 06:00:00 2015-01-02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세탁공장 소장이 자신의 숙소로 심부름 온 여성 보조직원에게 '자고 가라'며 손목을 움켜쥐고 잡아 끈 것만으로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숙소에서 여성 보조직원을 추행한 혐의(성폭력처벌특례법상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로 기소된 전 세탁공장 소장 서모(6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부위는 손목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손목을 움켜잡은 것에 그쳤을 뿐 피해자를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다른 행동에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목을 잡은 것은 돌아가겠다며 일어서는 피해자를 다시 자리에 앉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록 자고 가라는 등 희롱으로 볼 수 있는 언사를 했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를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서씨는 2011년 6월 강원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삭탄공장 사택에서 함께 거주하던 직장동료로부터 밥상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밥상을 들고 찾아온 세탁공장 보조 여직원 A(52)씨를 침실로 유인한 뒤 술과 담배를 권했다.
 
이에 침실에 잠시 앉았던 A씨가 가겠다며 일어서자 서씨는 A씨의 오른쪽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자신 쪽으로 당기면서 "자고 가요!"라고 말하는 등 A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서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 했고, 서씨는 "A씨에게 캔맥주 1개를 건네줬고 A씨와 서로 얘기를 하다가 5분 뒤 돌려보냈을 뿐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되자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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