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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
원희목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2015-05-18 18:09:09 2015-05-18 18:09:09
스페인 자유교육의 선구자인 프란시스코 페레(Francisco Ferrer)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라는 말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폭력은 결단코 용납되거나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이 그렇지 않다.
 
지난 1월 인천 자유무역지구 송도에서 온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일으킨 이른바 “인천어린이집 사건”이 일어났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작 네 살배기인 어린아이에게 천인공노할 폭력을 행사하는 CCTV 속 보육교사를 보고 필자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계기로 전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졌으며 부천, 서울 등지에서 유사한 아동학대 사례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러한 아동학대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했다.
 
이번 대책은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 인성과 자질을 갖춘 보육교사 양성, 부모가 참여하는 열린 어린이집 환경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영유아보육법과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같이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사건 발생 시 즉각 처분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는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대안이지만, 보다 선행적인 보육환경의 선순환 체계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한 보육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아동은 최대 2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보육교사가 점심시간 40분 동안 본인의 식사뿐만 아니라 돌보고 있는 아이들의 식사까지 모두 돌봐야 하는 실정으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육교사는 하루 평균 9.5시간 동안 이런 중노동을 수행하고서 기본급여는 110만3000원에 불과하며, 이는 정부가 확정 고시한 최저임금 월 108만8000원의 수준이다.
 
이에 대해 많은 보육전문가들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는 절대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최근 사회에서 회자되는 소위 ‘열정페이’가 보육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보육현장에 대한 감시와 처벌만이 강조되다보면 자칫 보육교사와 아이 양쪽이 모두 고통 받는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 사건이 생기면 보육교사 또는 어린이집의 책임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육정책 전반에 걸친 점검과 보육교사의 질적인 양성 및 보육교사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그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방안도 함께 살펴봐야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와는 달리 만혼으로 인한 출산 기피와 여러가지 이유로 불임가정이 많이 발생하여 합계 출산율이 1.18명(’13년 기준)으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즈음 한 가정의 나홀로 아이는 과거 다산으로 자녀를 많이 낳았던 시대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하였듯이 어떠한 이유 및 상황에서도 아동학대는 지탄받아 마땅한 사안이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육교사와 아이가 모두 행복한 보육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의 실상을 반영하여 보육기관과 아동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원희목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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