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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을 팝니다"…극심한 구직난에 대학이 직접 나서
2015-07-15 11:05:37 2015-07-15 11:05:37
없는 것은 빼고 다 있다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 이색 상점이 등장했다. 바로 기업의 채용담당자들에게 우수 졸업생들을 소개하는 '쿤밍대학 인재관'이 그것이다.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윈난성에 위치한 쿤밍대학교는 이달 초 타오바오에 '쿤밍대학 인재관'을 개설하고 65명의 졸업생을 '상품'으로 내놨다. 타오바오에서 인재관을 클릭하면 쿤밍대학 로고가 새겨진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이 등장한다. 학생별로 전공, 희망 직종, 희망 근무 지역, 희망 연봉 등의 정보도 제공된다. "주말을 보장해 달라", "이유없는 야근은 하지 않겠다"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적은 학생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몇몇은 자기소개 영상을 첨부하기도 했다.
 
관심가는 학생이 있는 채용 담당자는 1000위안을 보증금 명목으로 지불해 채용 의사를 밝히면 된다. 학교의 취업지원부서에서는 채용 의사를 밝힌 기업의 자질을 판단한 후 이상이 없을 경우 학생에게 통보해 준다. 이후 학생과 기업 관계자가 직접 접촉해 면접 일정을 잡는다. 현장 면접이 어려울 경우에는 전화나 동영상 면접도 가능하다. 학교측은 취업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면접 후 일주일 내에 보증금을 반환한다.
 
쿤밍대학교 총장은 "대학은 학생들이 사회에 자신을 보다 잘 알릴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며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맞서 대학들도 창의적인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판매'에 참여한 관광학과 학생은 "다른 구직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보다 나만의 개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고, 홍보 효과도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채용 결과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타오바오측은 "인재관 개설을 희망하는 대학이 늘어날 경우 이를 하나의 모델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9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안휘대학교의 채용박람회에 수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중국 정부는 올해의 대학 졸업생이 75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사진=뉴시스/신화)
 
이처럼 기발한 구직 활동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중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있다. 매년 노동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 인력은 늘어나는데 일자리 수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 졸업생 수는 2007년 495만 명에서 지난해 727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졸업생도 7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정부는 취업 시장만 안정된다면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은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30대의 젊은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지난해 대학 졸업생 중 취업이나 학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비율은 6.3%로 전년도대비 두 배 증가했다. 이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자아 실현이나 흥미 때문이라는 응답이 48.2%로 가장 많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19.3%), 직장을 잡지 못했기 때문(5.4%)이라는 경제적 원인도 상당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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