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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장기불황, 새로운 소비행태에 대비해야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16-02-25 06:00:00 2016-02-25 10:16:33
안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 밖으로는 저유가와 신흥국위기로 인한 불황이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되면서 소비현상에도 많은 변화를 낳고 있다.
 
불황은 물리적, 경제적 불황도 있지만 심리적 불황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이런 심리적 불황이 주변전염이라는 현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불안, 위축 동조화를 증폭시키고 이것이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왜곡된 사이클로 나타나고 있다. 물리적 불황에다 심리적 불황이 더해져 상당히 고착화, 장기화될 개연성이 있다.
 
이렇게 불황이 일시적이 아니라 상시화 되다보니 사람들의 소비행동에도 특징적 변화가 관찰된다. 요즘의 소비특징을 표현하면, '가성비 소비(합리적 가격에 괜찮은 품질의 상품 소비)'와 '작은사치 소비(고가이지만 자기보상적 성격의 소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따라다닌다. 많은 기업들은 '가성비 소비하는 사람 따로, 작은사치 소비하는 사람 따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두가지 소비는 어느 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가성비 소비를 통해 절약한 자금을 어느 아이템에 몰아서 작은사치를 하는 소비행동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소비 성격에 있어 이성적 합리성 추구의 가성비와 감성적 보상성 추구의 작은사치라는 양극화가 더욱 완연해지면서 앞으로 어정쩡한 소비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아이템이 어떤 성격의 소비와 매칭되는지 살펴보면서 타깃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확실한 콘셉트를 보여주는 노력이 요구된다.
 
가성비 소비는 저가격 소비와 구분된다. 무조건 싸다고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과잉생산에 따른 잉여시대가 도래하면서 여기저기 널려있는 저가격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저가격 플러스 알파'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성비가 주목을 끄는 것이다. 우선 주목을 끄는 저가격으로만 끝나지 않고 기대이상의 품질과 성능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아무리 불황이라 하더라도 고도사회로 진전된 상황에서의 불황이기에 저가격추구의 성격도 달라진다. 즉 성능, 품질을 함께 고려하는 '착한 저가격추구'가 부각되는 것이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산 저가 브랜드들의 위상 변화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예전에는 중국산하면 '무조건 싸다'는 인식만 떠올랐다. 하지만 샤오미를 비롯한 여러 중국브랜드가 최근에 괜찮은 품질을 바탕으로 저가격 상품을 내놓으면서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직도 우리 중소기업들 중에는 '우리는 중소기업이니 무조건 싸게 내놓는 것밖에 없어', '무슨 품질까지 신경을 써' 등과 같은 패배주의적 고정관념에 빠진 경우가 많다. 여기서 탈피해야한다. 한국 중소기업발 가성비 혁신이 나와야 한다. 중국 가성비와는 다른 한국 중소기업에서만 찾을 수 있는 고유의, 특유의 가성비가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무조건 싼가격' 즉 싸구려가 아니라 '착한 싼가격'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 중소기업에서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면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가성비 최강 브랜드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두 번째로 작은사치에 초점을 맞춘 제품개발과 상품판매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작은사치는 자기가 감당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사치부리기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조건적 명품구매와 같은 것은 말 그대로 남용적 사치다. 남에게 보여주기식 중독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작은사치는 착한사치에 해당된다. 남에게 보여주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고급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한 자기만족형 즐거움이 존재한다. 큰사치가 오로지 남에게 보여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작은사치는 자신에게 자신감을 주고 심리적 고양을 일으키는 순기능을 가진 요즘 시대에 요구되는 사치라고 할 수 있다. 사치품, 즉 럭셔리에 대한 접근도 바뀌어야한다. 무조건적 고가 명품식 접근이 아니라, 타깃소비자의 마음을 관통해 그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착한사치 개념을 찾고 그러한 개념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과 마케팅기술 찾기에 나서야 한다.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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