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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공천, 의정활동과 무관…정파논리에 유권자는 없었다
19대 국회 의정활동 항목별로 전수조사…상위 10위권 공천칼날에 '우수수'
2016-03-21 07:00:00 2016-03-21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윤선훈 기자] 4·13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공천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국회 출석률, 법안 발의율 등 의정활동과는 무관한 공천이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이상은 의정활동과는 상관없이 공천에서 배제돼, 정무적 판단이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명확한 기준 없이 공천이 진행되면서 '보복', '학살' 등 극단적 평가도 이어졌다. 유권자에 대한 두려움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취재팀은 지난 한 주 간 19대 국회의원 293명을 대상으로 19대 국회 임기(2012년5월30일~2016년3월20일) 내 이뤄졌던 상임위·본회의·국정감사 출석률, 법안(대표발의+공동발의)  발의 건수, 발의 법안(대표발의+공동발의) 통과율 등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 항목들을 대상으로 각 당별로 상위 10명의 의원들을 추린 후 이들의 공천 여부를 따졌다.
 
우선 상임위원회 출석률을 보면,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출석률 상위 10명 가운데 4명을 다음 국회에서 볼 수 없게 됐다. 151회 열린 상임위에 150회나 참석해 이 부문 1위를 기록한 송영근 의원과 7위(출석률 96.4%) 이종진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3위(98.2%) 강길부 의원과 공동 5위(97.0%) 류성걸 의원은 컷오프 탈락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상황이 비슷하다. 더민주당에서는 상임위 245회 가운데 238회에 참석, 출석률 3위(97.1%)를 기록한 정청래 의원과 6위(96.6%) 강기정 의원이 공천위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상임위 출석률 2위(93.2%) 신학용 의원이 불출마를 결심했고, 공동 5위(91.0%) 전정희·김승남 의원과 8위(89.7%) 임내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국회 본회의 출석률의 경우, 새누리당은 출석률 상위 10명 가운데 100% 출석률을 기록한 장정은·안상수 의원을 비롯해 문정림 의원(6위) 등 3명이 낙천됐다. 더민주는 이윤석(1위)·유대운(공동 3위)·문희상 의원(공동 9위) 등 3명이, 국민의당은 김승남(5위)·임내현(8위)·전정희 의원(10위) 등 2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 여부는 의정활동 성실도를 평가하는 잣대로 꼽힌다. 각 당이 내세운 컷오프 기준인 '저성과자' 분류시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률 등 계량화가 가능한 기준을 토대로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사결과,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새누리당은 공교롭게도 비박으로 분류된 강길부, 유승민계인 류성걸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더민주당은 범친노로 꼽히는 강기정 의원과 당내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이 탈락했다. 
 
이에 대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률은 공천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본회의나 상임위 출석이 중요하지만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은 사람이라면 (의원총회나 기타 일정 등으로) 출석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서 얼마나 정책 발의를 잘 하느냐, 얼마나 국가 차원에서 예산심의를 하느냐 등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법안 발의 건수와 통과율을 기준으로 공천 여부를 따지더라도 여전히 이번 공천에는 잡음이 남는다. 법안 발의 건수를 기준으로 각 당 상위 10명의 의원을 집계한 결과, 새누리당에서는 정희수 의원(1478건, 5위)과 윤명희 의원(1118건, 9위)이 탈락했다. 발의 건수 1위인 이한성, 4위인 박인숙, 8위인 류지영, 10위인 김을동 의원은 경선을 치르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1위인 김성곤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뒤집고 비례대표에 도전한 가운데 2위 김광진(2006건), 5위 부좌현(1726건), 6위 박민수(1677건), 7위 김우남 의원(1629건) 등이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당에서는 4위인 김승남 의원(1150건)과 6위 전정희 의원(1084건)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대표발의와 공동발의를 포함해 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통과율을 보면, 새누리당에서는 3위인 진영 의원(31.5%)이 청와대와 친박계의 눈 밖에 나면서 낙천해 당적을 더민주로 옮겼고, 4위 조해진(26.2%), 8위 이병석(24.6%), 10위 윤상현 의원(22.9%)이 공천에서 떨어졌다. 이중 윤상현 의원은 김무성 대표를 향한 막말 파문이 공천 배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더민주는 5위 이윤석(9.3%), 6위 김우남(9.0%), 8위 최규성 의원(8.4%)이 낙천했고, 국민의당은 5위 김승남 의원(7.0%), 6위 임내현 의원(6.8%)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19대 국회 293명 의원의 법안 발의 건수가 평균 658.6건, 법안 통과율이 평균 8.8%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당에서 공천 배제된 의원들은 평균을 상회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낙천됐다. 특히 진영 의원은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낼 정도로 그 역량을 인정받았으나, 기초연금 공약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의 대립 끝에 비박 길을 걸었다. 또 조해진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의정활동 실적보다 공관위의 정무적 판단이 우선했다는 지적이다.
 
대표발의 법안의 통과율을 추려봐도 의정활동 실적이 우수한 다수의 의원들이 공천의 고배를 마셨다. 새누리당에서는 대표법안 통과율 1위인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9위 문정림(23.6%), 10위 박대동 의원(21.9%)이 낙천했다. 이한구 의원은 공관위원장으로서 김무성 대표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1위 최규성(37.9%), 2위 문희상(33.3%), 3위 오영식(32.0%), 4위 신계륜 의원(24.1%) 등 대표발의 법안 통과율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공천에서 떨어졌다. 국민의당에서는 3위인 김승남 의원(8.5%), 7위 임내현(5.0%), 10위 전정희 의원(3.3%)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여야는 의정활동 실적 외에도 여론조사 등을 통한 본선 경쟁력과 함께 도덕성, 당 정체성 부합 등을 공천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면에는 철저한 정파 논리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19대 국회 끝은 역시 최악의 공천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윤선훈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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