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통령따라 이번엔 이란으로
우리은행, 현지사무소 개소…KEB하나, 자금결제 서비스 추진
지난해 해외점포 순익 감소…국내기업 아닌 현지 시장조사 우선 지적도
2016-05-09 15:00:25 2016-05-09 15:00:25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주 이란 국빈방문 이후 은행들이 현지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지에서 국내 기업의 대규모 수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은행의 해외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이란 진출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하나금융지주(086790))은 최근 이란 중앙은행과 협의를 통해 현지은행들과 환거래 관계 복원 및 결제계좌 개설 등을 준비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먼저 현지 자금결제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앞서 지난 1976년 국내은행 최초로 테헤란 사무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서방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1990년 초 사무소를 폐쇄했었다.
 
우리은행(000030)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2일 이란중앙은행으로부터 이란사무소 신설을 승인받았다.
 
우리은행은 이어 현지 2위 은행인 파사르가드(Pasargad)와 이란사무소의 비즈니스 활성화 및 한-이란 무역거래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업무제휴도 맺었다.
 
업무제휴의 세부 내용은 ▲현지시장 정보공유 ▲현지 또는 진출예정 기업소개 ▲상호 은행연계 금융서비스 제공 ▲인적자원 교류 등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국내은행의 이란진출이 본격화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이란을 방문해 에너지·인프라 분야 등 총 371억달러(4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또한 이란은 앞으로 10년간 에너지 분야에 5000억달러(570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이란 진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확정적인 상황은 아니었다"며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통해 국내기업의 현지진출이 확실시되면서 은행권도 현지진출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의 해외 진출에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실제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지역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적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5년 국내은행 해외점포 영업실적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순이익은 전년보다 9% 감소한 5억7210만 달러(6600억원)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67억원 줄어든 29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100억원 순이익이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이 저금리 지속과 과당경쟁으로 해외진출은 국내은행들이 당면한 과제인 것을 사실"이라면서도 "20년 넘게 해외진출을 해왔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현지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 등 철저한 현지 시장조사 없이 국내기업의 진출 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소재 멜리뱅크(Bank Melli Iran) 본점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오른쪽)과 압돌네이저 헤마티(Abdolnaser Hemmati) 멜리뱅크 은행장이 면담을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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