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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특수?…투자업계는 건설사 외면
본계약 불확실성·수익 연결 기대 어려워
"적정 조건으로 본계약 체결할 지가 관건"
2016-05-10 16:08:39 2016-05-10 16:08:39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박근혜 대통령 순방 이후 '이란 특수' 기대감이 잔뜩 오른 건설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구속력이 없는 MOU나 MOA 단계의 결과물을 가져오자 본 계약 체결로 연결될 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앞선 중동에서의 '어닝쇼크'에 대한 학습효과로 수주하더라도 수익성이 개선될 지 불확실 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림산업(000210)은 직전거래일에 비해 3% 내린 8만800원으로 마감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직후인 지난 4일 6.4% 하락한 데 이어 2거래일째 큰 폭의 약세를 기록한 것이다. 대우건설(047040)도 3.5% 하락 마감했고, 현대건설(000720)도 3.4% 내렸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6.6% 하락했고, GS건설(006360)도 1%대 약세로 마감했다.
 
키움증권(039490) 관계자는 "전체적인 MOU 본계약이 언제쯤, 얼마나 이뤄질 지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기대감으로 건설주들이 연초부터 꾸준히 올랐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MOU에 그쳤다는 실망감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앞서 청와대는 박 대통령 이란 방문 기간 동안 총 66건, 371억달러의 MOU와 가계약 등을 체결했으며 일부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최대 456억달러까지 수주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본계약이나 투자의향서(LOI) 등 구속력이 있는 절차가 없다보니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남았다는 평이다. 이번 이란 특수 자체가 불확실하며 정부가 기업들이 외교성과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실제로 작년 3월 중동 4개국 순방 때도 이 같은 성과는 쏟아진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당시 정부는 에너지와 원전 건설, 플랜트, 투자, 보건의료, ICT, 건설 인프라 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 성과를 발표하면서 '제2 중동 붐'을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SK건설, 한화건설, 현대중공업(009540) 등 5개사는 쿠웨이트에서 46억달러 규모의 알주르 정유공장 건설사업 본계약을 체결했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함께 올 초 29억3000만달러 규모의 알주르 LNG 수입 터미널 공사를 수주하는 성과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가 드러난 사업 외에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 사업은 물론, 수주 경쟁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사업도 많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UAE와 협력하기로 한 에티하드 철도 공사(40억달러)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중단됐고, 카타르에서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8개 경기장과 도로 등 인프라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이미 유럽이나 현지 업체 컨소시엄 등이 사실상 수주한 상태다.
 
A건설 관계자는 "대통령이 해외에 방문한 뒤 적정한 계약조건을 붙여 합의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성과만 발표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게다가 정부가 나서서 사업성과를 보도했는데, 이게 잘못된다거나 수주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MOU가 본계약과 실제 공사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수익으로 연결될 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증권가 반응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수주절벽'도 걱정이지만, '저가수주'에 이은 미래 손실도 문제"라며 "조선업계 사례로 볼 때 무조건 수주를 통한 자금 돌려막기가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데다 중동 수주가 자칫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실적에서 드러났듯 현대건설을 제외한 중동 플랜트 공사의 저조한 채산성이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수익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물산(000830)과 삼성ENG의 경우 해외 프로젝트의 대규모 원가율 변동으로 영업적자를 나타냈고, 심지어 '이라크 대박'을 외쳤던 한화건설도 원활하지 못한 자금수령 등으로 우려의 시각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NICE신용평가는 최근 GS건설의 신용등급 전망(부정적)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시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중동 지역 현장에서의 추가 원가율 상승에 따른 저조한 수익성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란 순방에서 좋은 프로젝트에서는 성과가 나오겠지만, 급조된 프로젝트라면 진전이 안 된다거나 수주를 했다가 적자를 볼 우려가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수주를 못 해서 어닝쇼크가 온 게 아니다. 얼마나 적정한 계약조건으로 MOU를 본계약으로 이어갈 수 있을 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특수'로 건설업계 수주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주 불확실성, 수익성 여부에 물음표가 붙으면서 외면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현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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