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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 쾌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
2016-05-17 12:45:07 2016-05-17 18:06:34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한국 소설가로는 맨부커상 첫 수상이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한강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터키의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중국의 유명 작가 옌렌커, 이탈리아의 엘레나 페란트 등 쟁쟁한 후보자를 제치며 얻은 쾌거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수상 직후 한강(오른쪽)과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심사위원장을 맡은 보이더 턴킨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는 "채식주의자는 잊혀지지 않는 강력하고 독창적인 소설로 맨부커상을 받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간결하면서도 불안하고 아름답게 조화된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스타일로 풀어냈다며 "치밀하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책으로 독자의 마음 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고 극찬했다. 
 
해외 언론들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다(가디언)", "앞으로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뉴욕타임즈)", "일시에 마음을 빼앗긴 수준 높은 작품(아사히신문)"이라고 호평했다. 
 
채식주의자는 3부로 구성된 연작소설로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으며 극단적으로 육식을 거부하고 죽음에 다가가는 여인 영혜에 대한 이야기다. 1부에서는 영혜의 남편의 시선으로, 2부는 영혜의 형부이자 인혜의 남편의 시선으로, 마지막 3부는 영헤의 언니인 인혜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난 2004년 발표된 이후 2007년 단행본으로 나왔으며 2010년부터 베트남, 스페인, 중국, 포르투갈, 폴란드 등에 차례로 출간됐다. 영어로는 지난해 1월 번역됐다. 지금까지 모두 25개국에 해외판권이 팔렸다. 
 
 
소설가 한강은 전남 광주 출신의 1970년생으로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고 이듬해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 6권, 소설집 3권, 시집 1권을 발표했으며 이상문학상(2005)과 동리문학상(2010), 황순원문학상(2015) 등을 수상했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런던대에서 한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해 28살인 이 젊은 번역가는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없다는 것을 알고 21살때 처음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식주의자 이외에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Human Act)'와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서울의 낮은 언덕들'을 번역했다. 
 
한편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인정받는 권위있는 상이다. 영국 부커 재단은 지난 1969년부터 부커 문학상을 시상했으며 2002년 투자회사인 맨 그룹이 후원하며 이름을 '맨부커상'으로 고쳤다. 인터내셔널 상은 2005년 신설된 시상 부문이다. 기존에는 격년으로 수상작을 선정했으나 올해부터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돼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매년 수상작을 선정하게 됐다. 수상한 작가와 번역가는 수상 상금(각 2만5000파운드)과 최종 후보 상금(1000파운드)을 합쳐 각각 2만6000파운드(한화 약 4400만원)를 받게 된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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