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쇄신안 잇따라 발표…"국민혈세 투입 대가로 부족"
산업은행, 자회사 낙하산 금지…'예외적 허용'은 유지
수출입은행, 판박이 대책 발표…부랴부랴 조직 축소키로
2016-06-23 16:11:50 2016-06-23 16:11:5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조선·해운업 출자회사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다. 최대 12조원의 국민 혈세를 지원받게 되는 만큼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로서 부당하게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주문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주채권은행 출신의 재무담당자가 자회사 부실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등의 감사원 지적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은은 23일 비금융자회사로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여신시스템을 강화하는 내용의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산은은 특히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제도를 도입해 원칙적으로 산은 임직원이 비금융출자회사(임직원 추천권을 보유한 회사, 최대채권자 또는 주채권은행인 회사)에 취업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심사를 통해서는 임직원 재취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은 유지했다. 취업제한기간인 퇴직 후 3년 이내 임직원이 비금융출자회사(산은이 주채권은행이거나 최대채권자인 회사 등)에 재취업하는 경우 재취업 적정성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산은이 그동한 성공적으로 구조조정한 사례가 기억되지 못하지만 분명히 있다"며 "최근에 (산은 출신 재무최고 담당자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하는 등) 여러 잘못이 부각되는 상황인데 앞으로 그런 부분은 최대한 어떤 형태로든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산은이 구조조정 중인 출자회사의 임원을 추천할 경우, 전문성 인사 추천을 위해 후보추천심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후보추천심사를 담당하는 산은의 출자회사관리위원회의 구성원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어 낙하산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외부의 명망있는 인사가 자회사로 가면 업무 파악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고, 내부 인사가 자회사에 내려갈 경우에는 유착관계의 우려가 있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며 "출자회사관리위원회가 공정한 인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달 초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및 자구 추진방향에 따라 산은은 오는 2021년까지 현 정원의 10%를 축소하고, 지점수도 2020년까지 82개에서 74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도 이날 '수은 혁신 및 기능강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관련기사:☞수출입은행, 자체 혁신방향 발표…조직·임금·예산 절감)
 
수은 쇄신안의 주요 내용은 ▲구조조정 위원회 설립 ▲외부자문단 신설 ▲관계기관 재취업 금지 등이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구조조정위원회와 자문단 신설 등은 산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은의 경우 내달쯤 직제를 개편해 9개 본부를 8개로 축소, 부행장 직급을 10개에서 9개로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2018년까지 수은 본부를 2개 축소하겠단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중 1개 본부를 내달쯤 직제 개편을 통해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이달 초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따른 쇄신안이 발표된 이후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부실 관리를 했단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하반기 급하게 조직 축소를 단행하는 모양새를 지울 수 없다. 은행측은 아직 어느 부문이 감축 대상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수은의 경우 산은보다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더 큰 곳이다.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0%에서 1분기 말 9.8%로 내려앉았다. 
 
물론 산은 역시 14%대의 BIS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STX조선의 법정관리와 대우조선 부실, 현대상선·한진해운 구조조정 이슈 등이 물리면서 안심하기 어려운 상태다.
 
수은은 이날 발표한 쇄신안을 바탕으로 부실여신비율을 2020년까지 2%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수은은 지난 3월말 부실채권 비율이 3.35%로 국내 은행 평균(1.87%)보다 두 배 가량 높기 때문에 이를 줄여나가겠단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기재부와 한은이 자본확충펀드 운용에 대한 세부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 목표를 잡게 되는 경우에는 수은이 얼마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식의 인식을 줄 수 있어서 부실여신비율로 우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국책은행의 조직쇄신안 발표는 지난 8일 정부의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두 국책은행을 위해 11조원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 등 12조원의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자구안을 요구했다. 이 자금은 공적자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책은행의 자구안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국책은행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기에 앞서 스스로의 경영 부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이나 관계기관들의 생각"이라며 "자회사 관리나 경영진 문책에 대한 이슈가 전혀 없이 '더 잘하겠다'는 식의 쇄신안으론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 회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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