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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심장에 칼 겨눈 윤갑근…"나는 검사다"(종합)
"검사로서 주어진 일만 할 뿐…어려움 감내할 것"
"프로세스 악용 우려…수사 방해 되는 보고 자제"
2016-08-24 17:03:02 2016-08-25 09:36:1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나는 검사다. 검찰 조직 안에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든 뭐든 검사로서 주어진 일 할 뿐이다. 다만, 어려움은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우병우(49·사법연수원 19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53·18기)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를 맡은 윤갑근(52·19기) 특별수사팀장(대구고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맡았다. 살아 있는 권력의 심장에 칼을 겨눈 셈이다. 전례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등 검찰의 명운이 그의 어깨에 달렸다.
 
특별수사팀 30명 규모로 구성
 
윤 팀장은 24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검 13층 소회의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검사를 중심으로, 특수2부·특수3부·조사부 등 서울중앙지검 핵심수사부 소속 검사들과 일부 파견검사 등 7명 안팎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린 뒤다. 공보 역할 등을 할 차장검사와 수사관들은 현재 인선 중이다. 완성된 특별수사팀은 30여명 규모로 구성된다. 사무실은 김 부장검사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윤 팀장이 이번 사건의 수사 지휘를 맡게 된 것을 두고 논란이 있다. 수사 대상인 우 수석이 윤 팀장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이기 때문이다. 또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했고, 우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있을 때 윤 팀장은 그와 직접 관계가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의심받고 있다.
 
윤 팀장은 이날 이 같은 우려와 논란에 대한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우 수석과의 인연을 두고 (국민이)걱정하시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오해가 없도록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연에 연연할 정도로 미련하지 않아"
 
특히 "개인적으로 자긍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팀이 꾸려진 취지가 다른 오해가 없도록 객관적·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로서는 개인적 인연에 연연할 정도로 미련하지 않다. 팀이 꾸려진 취지대로 엄정하게 본분에 충실할 뿐"이라고 태도를 단호히 했다. 
 
그는 이어 "주어진 사명과 직분에 충실하겠다"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범위에 대해서도 윤 팀장은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기본적인 것은 우 수석에 대한 이 감찰관의 수사의뢰사항과 이 감찰관의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지만, 그동안 제기됐던 우 수석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팀장은 "우선 진상 파악을 신속히 하는 것이 과제"라며 "제대로 하려면 공정하게 해야 할 것이고, 결과가 나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윤 팀장에 따르면, 팀은 일단 두 갈래로 운영된다. 우 수석에 대한 직권남용과 조세포탈 등 혐의에 대한 수사와 이 감찰관의 특별감찰관법 위반혐의다. 윤 팀장은 "물리적으로 나눠서 보면 쟁점이 여러 개일 수 있지만 수사팀에서는 의뢰와 고발을 기본으로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각 검사에게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의혹들도 수사 검토"
 
그는 이어 "나머지 의혹은 구체적인 수사가 진행할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률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의혹 전반이 아니라 혐의에 초점을 맞춰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손영배)에 배당됐던 우 수석 관련 고소 고발 건도 모두 이첩 받을 계획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등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견뎌내는 것도 윤 팀장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한 수사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지휘보고 등 업무처리 프로세스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특별수사팀은 특별검사도 아니고 조직 내 수사팀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강구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수사 진행상황이 흘러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수사가 방해받는 보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특별수사팀이 청와대와 접촉하지는 않는다. 검찰총장에게만 보고할 뿐이다. 그러나 행정부처인 법무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 될 가능성이 있다. 윤 팀장은 법무부에 대한 보고와 관련해서도 "적법한 프로세스를 통한 합리적인 범위 내 보고는 몰라도 이것이 악용돼서 방해받지 않도록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사 방해 받지 않도록 방법 강구할 것"
 
윤 팀장이 말한 이 같은 원칙을 세운 데에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지침이 바탕이 됐다. 윤 팀장은 김 총장으로부터 "구체적인 것은 신속히 진상을 파악하고 공정히 수사하라는 지침과 함께 수사가 지장 받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관리하라는 지침 내지 당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지침이 없어도 정해서 가야 한다"며 이번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윤 팀장은 수사팀장으로 지명됐을 때의 소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방에서 고검장으로 근무하다가 언론 보도 외에 알지 못한 상황에서 팀장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멍한 상태였다"며 "사안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를 맡은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기 위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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