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중요 군수기업소를 찾아 2026년 상반기 중요 무기 생산 실태를 파악하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생산능력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을 방문합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9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하는 시 주석은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65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과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 중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김 위원장의 초청에 의해 시 주석이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도 이날 시 주석의 방북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북·중 관계의 전통적 동맹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으로서 중국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됩니다. 이번 방북이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65주년을 맞아 이뤄진 만큼 양국 동맹, 특히 경제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북한 방문 기간 양당(북한 노동당·중국 공산당)과 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양자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시대에 발맞춰 더 큰 발전을 이루고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마오 대변인은 "올해는 '중·조(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65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조 관계가 시대에 발맞춰 더 큰 발전을 이루고, 양국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며, 지역 및 세계 평화의 발전과 번영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양국 관계 발전과 양국 국민 복지 증진을 의제라고 밝힌 만큼 중국이 북한에 대규모 경제 협력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국제질서를 주도하려는 시 주석 입장에서 지역 패권 강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을 둘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열린 북·중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의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에서는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이 가장 큰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991년 체결한 국경 동부 구간 협정에 따라 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出海)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 내놓을 것으로 미뤄보면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중·러 3국이 더욱 밀착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를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반면 일부 외신에서는 전문가의 입을 빌어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북·러 밀착 견제하고,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 쥐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안보 분야에서 밀착하는 가운데 중국이 경제 협력을 통해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고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추진되면서 북·미 대화 중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미국 측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은 한반도 정세와 같은 중요한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발표해 시각차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또 시 주석의 방북 발표 직전인 지난 3일 김 위원장은 새 핵시설을 찾아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를 통해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며 "외부 세력의 희망이나 수사적 표현에 따라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방과 주권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통된 입장을 재확인 했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성 담화로 미국을 향해서는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중국을 향해선 미국과의 대화 중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시 주석 방북 직전까지 무기 생산 현장을 찾아 군사 능력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일 중요 군수공업기업소를 방문해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가(KN-23) 추정 동체가 대량으로 늘어선 시설 내부를 살펴보며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생산능력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앞서 4일에는 딸 주애와 함께 작전수행능력 평가 시험 공정에 착수한 5000톤(t)급 구축함 강건호의 항해 시험을 참관하며 수중 비밀병기 개발 및 생산, 1만톤급 축함 건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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