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볼모로 한 금연정책 한참 빗나갔다"
최비오 정책부장/담배소비자협회
담뱃세 인상, 정부와 담배회사만 배불린 실패한 정책
흡연자와 비흡연자 공존 가능한 사회분위기 조성돼야
2016-09-05 06:00:00 2016-09-05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지난해 초 담뱃세 인상으로 줄었던 담배 지출이 올 들어 다시 늘어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담배 지출은 2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9% 증가했다. 담배 소비량이 담뱃세 인상으로 줄었다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의 자료를 살펴봐도 올해 상반기 국내 담배 판매량은 353억969만1천400 개비로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 310억679만6천 개비보다 약 14% 증가했다. 담뱃세 인상을 필두로 한 정부의 금연 정책이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올해 상반기 담배 세수는 전년 대비 1조5659억원 늘어난 5조934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담배 반출량이 40억갑이 이르러 올해 추정 담배세수도 사상 최고치인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금연 정책이 가뜩이나 얇은 서민 지갑만 탈탈 털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담배소비자협회의 최비오 정책부장을 만나 정부의 금연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최비오 담배소비자협회 정책부장. (사진/뉴스토마토)
 
 
- 담배소비자협회는 어떤 곳인가? 금연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흡연권과 비흡연권이 상호 공존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게 협회가 항상 주장하는 바다. 사회와 단체들이 흡연자와 금연자 이분법으로 나누기 때문에 갈등과 반목 다툼이 생겨나고 있다. 금연자들의 권리도 소중해야하지만 흡연자들은 당연히 내세워야할 소비자의 권익을 주장 조차 못하고 있다. 금연자들이 혐오하지 않은 흡연을 위해 흡연실 설치사업, 거리청소 운동, 청소년 흡연예방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금연자와 흡연자 모두 상생하는 흡연 문화를 만드는 게 우리 협회가 하는 일이다.
 
- 협회에서 최근 펼치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 
 
흡연권과 관련된 정책적인 부분을 국회에 줄기차게 진정하고 있고, 지자체 등을 통해 흡연자들만 혐오시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비흡연자와 흡연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캠페인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물론 금연단체들은 흡연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거나 벌레 취급하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금연의 대상은 우리인데 캠페인 동참 요구를 거부하는 이율배반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협회로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들이 나서 흡연구역 홍보를 해준다. 주변 상가 상인들도 동참해주는 식이다. 이러한 홍보를 통해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분산시켜 충분히 설치하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금연정책과 금연운동을 하는 분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지난해 초 담뱃세 인상에도 금연 효과가 미미하고 결국 정부 금연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담뱃세 인상은 서민 증세가 맞다. 서민의 혈세를 빨아먹는 정책인데 마치 하나의 지나치는 이슈로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담뱃세 인상은 국민 건강증진 보다 정치적 이슈, 정치적 타협의 카드로 활용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담뱃세를 인상하는 기본적인 목표는 흡연자의 수를 줄여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게 정부의 목소리인데 의도한대로 담뱃세 인상이 흡연자의 수를 줄인다고 하면 담배세로 인한 정부의 세입이 마땅히 줄어야 한다. 담뱃세를 인상해 국민과 약속했던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담뱃세를 마땅히 재조정해야 한다. 정부가 증세를 안 하고서는 세입 확보가 어려우니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담뱃세의 인상으로 세입의 증대가 목적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 담배가 사치품도 아닌데 개별소비세 594원이 포함돼 있다. 분명이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담뱃세 인상때마다 아무런 견제 장치나 타협의 과정도 없이 너무도 일방적이고 간단하게 인상을 단행한다는 점이다. 소득 역진성이 가장 큰 담배세금을 납부하는 흡연자들의 민심을 달래주는 유일한 방법은 법 개정을 통한 합리적인 담배가격의 인하다.
 
- 담배갑에 경고 그림을 삽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담배 인상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을때마다 경고그림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담뱃세 인상 정책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경고그림을 넣는다고 원하는만큼 흡연률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5년 전 담뱃값 경고그림이 흡연율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0.088%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일련의 금연정책들이 흡연자들의 공감을 전혀 사지 못하고 거부감만 키우고 있기 때문에 경고그림 삽입도 실효성은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 실제 담뱃세 인상에도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담배 판매량과 흡연률이 다시 회복 추세다.
 
담뱃세 인상이 금연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정치권의 협상카드이자 정치적인 볼모로 인상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대폭적 세금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제자리인 흡연율(담배판매량)에 대해 정부와 여당 어느 누구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당국이 정책실패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커녕 금연정책 실패를 '흡연자'들에게 돌리며 각종 규제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흡연자들의 고혈이 담뱃세 인상처럼 여야의 정치적 이권에 따라 맞바꾸기용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 
 
 
- 최근에 정부가 담배 인상을 이용해 막대한 재고차익을 챙긴 외국계 담배회사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는데.
 
재고차익에 대한 것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던 문제다. 담뱃세 인상으로 담배 사재기를 못하게 했지만 소비자들에게만 적용된 부분이었다. 제조사들의 발주량 통제 등에 대한 법률적인 조치가 없었다. 우리 협회도 제조사에 대한 법률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브리핑을 수차례 했었다. 그런데 정부가 이제와서 제조사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다. 제조사와 유통업자들이 재고차익을 많이 챙길 것이라는 걸 정부도 몰랐을리 없다. 정부의 세무조사도 결국 보여주기식인 셈이다. 담뱃세 인상이 서민증세라는 인식이 자리잡히면서 정부에만 쏠려있는 비판의 시선을 다른쪽으로 분산시키고 담배 회사들에게 전가하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안비춰진다.
 
- 인상된 담배 세수는 제대로 쓰여지고 있다고 보는가.
 
국민건강증진기금이 있는데 흡연자들을 위한 건강관리 사업, 금연치료, 의료보험혜택 등으로 쓰여지는 것으로 안다.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담뱃세 인상 전에도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극히 일부만 금연 정책에 쓰였다. 인상이 대폭 단행됐으면 인상률에 맞게 예산도 늘어야 할텐데 실제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흡연자들이 금연을 할수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세금을 올려놓고 막상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고 있다. 흡연자들을 위한 지정 흡연구역 설치도 턱없이 부족하다. 술을 마실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담배 필 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너무 일방통행이다. 간접 흡연이 문제시되고 있는데 흡연자들을 위한 지정된 흡연장소가 늘어난다면 간접흡연 피해도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정당하게 소비할수 있는 권리를 누리기 위한 공간마련에 세금이 더 쓰여져야 한다.
 
- 지정흡연구역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가.
 
금연구역이 늘어나니까 흡연자들이 골목길이나 외진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면서 간접흡연 피해가 더 많아지고 거리도 더 지저분해지는 등 민원만 늘고 있다. 담배를 필 곳도 없어지고 있지만 담배 꽁초를 버릴 곳도 없는 상황이다. 흡연자들이 길에 꽁초를 버리고 싶겠나. 시설 확대 등 현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지정흡연구역을 늘리면 많은 부작용들이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담배소비자협회 회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담뱃세 인상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제공=담배소비자협회)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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