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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후 금융권 낙하산인사 200명 넘어"
지위고하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김해영 "전문성 고려한 투명한 인사해야"
2016-09-21 16:35:51 2016-09-21 21:17:26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이른바 ‘낙하산’으로 금융권에 자리를 꿰찬 사람이 200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금융 공공기관·유관기관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2013~2016년 임원 현황’, ‘2014~2016년 공직자 취업제한심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다.
 
김해영 의원은 21일 “현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금융공공기관, 협회 등 유관기관과 금융회사에 임원급으로 취업한 공직자·금융권·정치권 출신 인사가 총 204명”이라고 밝혔다.
 
출신별로는 기획재정부와 감사원, 법원·검찰, 국무조정실 등 공직을 거친 사람이 76명,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권 출신이 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18대 대선 캠프, 청와대 등 정치권에서 온 인사도 60명이었다.
 
낙하산 인사는 금융지주 회장부터 금융 공기업 사외이사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공직자 출신으로는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인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눈에 띄었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장과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과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남진웅 전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장, 건설교통부 주택국장과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지낸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등도 있다.
 
금융권 출신으로는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출신인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박 대통령과 대학(서강대) 동문이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금융위 사무처장과 예보 사장을 지낸 김주현 우리금융연구소 대표이사,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손상호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등이 있다.
 
이밖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지난 대선에서 금융인들의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했던 이동걸 현 산은 회장,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도전했던 정수경 우리은행 상임감사와 민주자유당(새누리당 전신)에서 선전국장을 지낸 신용선 주택금융공사 사외이사 등도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혔다.
 
문제는 최근 들어 금융권에 대한 낙하산 움직임이 심해지는데 있다. 현 정부에서 금융권 낙하산 수는 2013년 30명에서 2014년 59명으로 증가했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강조한 것을 계기로 2015년에는 51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들어 64명으로 다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낙하산 수가 최근들어 다시 늘고 있는 것은 정치인 출신 ‘정피아’가 득세하고 있다는 금융권의 하소연과 궤를 같이 한다. 일각에서는 “능력없는 정피아보다는 차라리 업무를 아는 금융권·관료 출신이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낙하산이 이뤄지는 영역이 계속 넓어지는 것도 문제다. 더민주 소속 한 당직자는 “최근 들어 금융권에 대한 낙하산 문제가 심해진 느낌”이라며 “감사 자리까지는 몰라도 과거에는 ‘상도의’상 건드리지 않았던 사외이사·비상임이사 등의 자리에까지 정치권의 입김이 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앞으로도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달 30일 임기가 끝나는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임에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이력이 있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2013년 임명된 최 이사장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에서 자문교수로 몸담았던 인물이다.
 
이밖에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의 수장 교체도 예정된 상황에서 김 의원은 “정부의 ‘공공개혁’ 기치에 맞게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오른쪽)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는 모습.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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