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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대출 옥죄기에 연초 '돈맥경화' 우려
시평 30위 내 10개사, 부채비율 200% 상회… 대출심사 강화 본격화
2016-01-12 16:07:05 2016-01-12 16:07:27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분양시장 호황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금융당국의 돈 줄 죄기로 건설업계가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빚더미'에 앉은 데다 금융권의 대출심사 강화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이 여의치 않는 등 자금조달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30위 안에 포함된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기업을 제외하고도 10개 업체가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를 나눈 값의 백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타인 자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이상적인 부채비율은 100% 이하지만, 기업의 차입경영이 일반화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 안팎이 현실적인 수준이다.
 
한신공영(004960)은 전년대비 75%p가량 증가한 661%를 기록했으며 ▲한라(014790) 442% ▲코오롱글로벌(003070) 341% ▲계룡건설(013580)산업 302% ▲SK건설 301% 등이 300%를 상회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경우 자본총계가 -4730억원인 반면 부채총계가 5조41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빚더미에 앉아있는 건설사들이 올 한 해 사업 환경이 녹록치 않아 보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내 172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5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23)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일 경우에는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회사가 완화 방침을 세운 금융기관보다 많다는 의미다.
 
특히, 1분기 대기업 대출에 대한 지수는 2009년 1분기(-22) 이후 최저치인 -19로, 대기업 대상 대출 문턱을 점점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선업과 함께 이미 취약업종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의 대출 잔액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조3000억원에 그쳤다.
 
건설업 대출은 2008년 3분기 71조8222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4분기 30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분양시장 호조로 간신히 40조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올해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악재로 40조원을 유지하기조하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A건설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다가 몇 년간 이어진 어닝쇼크 등으로 건설업계에 대한 부실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시중은행들로부터 차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현금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올 한 해 3조원 이상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의하면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건설기업들이 내년에 갚아야 할 회사채 잔액은 총 3조5893억원이다. 특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신용등급 'BBB' 이하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갚아야 할 회사채가 작년에 비해 늘어났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게다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요구 정보 수준도 높아졌다. 작년 11월 현대산업(012630)개발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공시한 투자설명서를 보면 현장별 미청구공사를 모두 기재했고, 분양사업지별 분양률도 공개했다. 이에 따라 현장별 미청구공사나 계약률에 민감한 건설사는 회사채 발행이 한층 더 어려울 전망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로 건설업 대출 위험노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며 회사채 시장에서도 기존 발행물량의 차환이 여의치 않아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저하되고 있다"며 "향후 영업 측면의 자금소요와 보유유동성, 만기도래 차입금의 차환 실적 등 유동성 대응능력이 올해 이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이 대출 옥죄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최근 부채비율이 높아진 건설사들의 유동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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