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경남 통영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에서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해상어류양식에 접목시켜 모바일 단말기로 양식장을 관리할 수 있는 생태통합양식 관리시스템의 상용화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시스템 개발은 완료한 상태고, 현장 적응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박명애 남동해수산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이곳에 부임했다.
박 소장은 1984년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연구사로 공직을 시작했다. 진해내수면연구소, 남해수산연구소 증식과, 영국 스털링대 양식연구소 파견, 수과원 본원 병리연구과 연구관을 거쳐 병리연구과장, 수산생물방역과장으로 수산생물 질병과 방역 전문가다.
박 소장은 "지금 남해안에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부터 면밀하게 살피고 판단해 통영을 중심으로 남해바다 현실에 맞는 현장중심의 연구를 펼쳐나가고자 한다"며 "수산양식 메카인 통영에 위치한 연구소인 만큼 양식업 현장에 적용할 기술과 연구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기초·기반연구 토대도 잘 닦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40년 역사상 첫 여성 소장으로 부임했는데 앞으로의 포부는.
▲우리 연구소는 1976년에 설립돼 남동해 주요 수산자원의 관리방안 마련 및 정책지원, 미래창조형수산양식을 위한 친환경 양식기술 개발, 적조피해 다발해역 해황특성 파악 및 어장환경정보 제공, 양식어장 적조 피해 저감기술 개발, 신속한 피해조사 및 현안 대응으로 정책지원 강화, 경남일원 수출용 패류생산 지정해역 위생조사 및 정책지원, 수산생물 질병·방역체계 구축 등 수산 해양 분야의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소 관할 구역은 해안선 길이가 8737km에 11개만(한산도~거제도)으로 이뤄져 온화한 기후조건과 천혜의 여건으로 난류성 어족의 산란장으로 전국 어패류 양식생물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수산업은 경쟁력 및 생산성 저하, 대량폐사 발생, 고수온, 빈산소, 적조발생 등 환경악화로 양식산업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안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현장연구를 중심으로 감동을 주는 연구, 희망을 주는 연구, 수산의 미래를 대비한 산업화 연구의 실현으로 한국의 수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연구기관이 되도록 책임과 헌신을 다하겠다.
-사물인터넷을 양식업에 접목하는 생태통합양식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들었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양식업에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가.
▲기존 해상양식장에서는 해상기상 악화 시(특히, 우천 시)에도 하루에 평균 2회 이상 먹이공급을 위해 현장에 가야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먹이를 주지 못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또 양식장 사육환경의 실시간 관찰이 어려워 대량폐사에 대한 원인 등을 정확하게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연구소에서는 원격지에서 휴대폰, 컴퓨터 등을 이용해 먹이를 공급하고, 사육환경을 자동 모니터링하고 온라인상에서 사육일지를 작성관리 함으로써 양식관련 각종 빅데이터를 자동으로 취득·관리 할 수 있는 생태통합양식관리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적응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생태통합양식 관리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사육환경(수온, 용존산소, 염분, 수중영상)을 모니터링 및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환경 모니터링부, 원격지에서 휴대폰으로 어류의 먹이활동을 관찰하면서 먹이를 공급하는 먹이공급장치부,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생태통합양식 관리시스템 관리용 전용 앱을 개발해 사육환경, 먹이공급장치, 보완카메라, 수중영상, 사육일지, 데이터 확인, 기상관측, 시스템진단 등 어업인의 먹이공급 및 사육환경 모니터링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개발된 생태통합양식 관리시스템은 현재 경남 저도어촌계 내에 해상 가두리에 설치해 시스템 구동 단계별로 먹이공급장치 원격제어, 사육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진단, 각종 기능 작동상태 구현 등의 현장적응 실험 중에 있다.
향후 최적화 적응실험이 종료되면 어업인 및 각 유관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시연회를 개최하고, 추후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다.
-남·동해안에는 굴 등 패류 양식업을 하는 어가가 많은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남동해수산연구소는 굴 등 패류 양식에 필요한 종묘를 기존 생산방법에 비해 에너지와 물 사용 그리고 시설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10배 이상 많이 생산 할 수 있는 순환여과식 패류 인공종묘생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패류 양식산업에 필요한 종묘생산업은 1000억원대의 산업규모로 연간 참굴 2300만연, 피조개 45억마리, 가리비류 40억마리, 바지락 및 백합 종패 약 7000톤이 필요하지만, 매년 절대량의 종패가 부족해 중국에서 바지락, 백합, 가리비, 피조개 등의 종패수입에 연간 약 5000만달러 정도가 소요되고 있다. 하지만 수입된 종패는 양식 시 폐사율이 높고 질병감염의 우려가 항시 노출돼 있어 국내산 우량종패 확보 및 공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가 개발한 순환여과 양식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친환경 첨단 미래양식기술로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기술개발 과제로 선정해 천문학적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첨단 양식기술과 친환경 양식방법을 양식 현장에 접목·보급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상업적 규모의 종묘생산이 가능한 순환여과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개발된 순환여과식 패류 인공종묘생산의 핵심기술은 폐쇄식 순환여과 패류어미 성숙관리시스템과 고밀도 순환여과식 유생사육시스템이다.
폐쇄식 순환여과 패류어미 성숙관리시스템은 기존 방법에 비해 에너지비용은 10분의 1 그리고 물 사용은 100분의 1만 활용해도 생존율 99%로 연중 성숙된 어미생산이 가능하다. 친환경 고밀도 순환여과식 유생사육시스템은 생존율 65%(기존 20% 미만), 생산성 10배로 기존 대비 시설면적 10분의 1, 사용해수 20분의 1로 초기 투자비 및 운영경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국제특허 등 기술선점을 완료함과 동시에 기술설명회 및 기술교육을 통해 관련 민간종묘생산어업인 등에 이전해 정체된 국내 패류인공종묘생산업의 제2의 도약기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이 기술이 효과적으로 양식현장에 접목되면 앞으로 많은 패류양식 어업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양식에 필요한 종묘를 생산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바지락, 가리비류 등 중국 수입 종패에 의존하고 있는 고질적 종패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박명애 소장(가운데)과 남동해연구소 직원들이 연구소 시험조사선을 타고 통영 가두리 양식장에서 조피볼락 치어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남동해수산연구소
-올해 늦더위로 인해 어패류에 의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서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줄길 수 있도록 연구소에서 힘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굴 등 패류생산 지정해역에 대한 위생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지정해역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위생조사이다. 이를 위해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의거해 해양수산부장관이 국립수산과학원장에게 위임했으며, 현재 경남일원 지정해역에 대해서는 남동해수산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다.
위생조사는 시료채취 후 6시간이내에 위생지표세균의 분석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경남일원의 지정해역에 대해서는 통영시에 위치한 남동해수산연구소에서만 수행이 가능하다.
효과적인 해역관리를 위해 경남일원(통영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 지정해역으로 유입되는 모든 잠재적 오염원을 파악하고, 해역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오염원에 대해서는 패류수확기(10월~5월)에 매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또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패류(굴)에 존재하는 위생지표세균 및 노로바이러스를 정화하기 위해 정화시설을 구축해 더 안전한 굴 소비 및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가열 조리해 섭취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굴은 패류 중 유일하게 생으로 먹기 때문에 정화에 더욱 힘쓰고 있다.
-1년 내내 바다와 관련된 업무를 하다 보면 기상상황이나 기타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다. 힘들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우리연구소는 도심에 위치한 내륙연구소보다 인적이 드문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불편한 점은 무엇보다도 교통이다. 연구소까지 하루에 운행되는 버스도 적으며 운행시간도 제대로 맞추기가 힘들어 자가 차량이 없으면 출퇴근도 힘든 실정이다. 민원조사에서도 민원인의 불만사항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 중의 하나다.
연구소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매년 발생한다. 올해도 태풍(18호 차바)으로 인해 연구소 내 시험선 접안시설이 파손돼 인근 항구에 정박할 수 밖에 없어 시험조사 및 연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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