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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양선 아스타 대표 "미생물 진단 시장은 이미 열렸다…유럽·미국 공략할 것"
질량분석기 연구하다 사업체 설립…내년 코스닥 상장 재추진
"미생물 시장, 산업 전분야 걸쳐 있어…암진단 시장까지 열리면 파급효과 클 것"
2016-12-20 08:00:00 2016-12-20 10:17:59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연말로 접어들면서 신규상장(IPO) 시장 분위기가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기록인 유가증권시장 16개, 코스닥시장 109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한국거래소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올해 상장 기업 수는 유가증권시장 13개, 코스닥시장 67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 4분기 코스닥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내년으로 IPO를 미루는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질량분석기 전문회사 아스타도 이 중 하나에 속한다. 미생물 검사를 위한 질량분석기술을 보유한 이 기업은 이달 내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이었지만 현 시장 상황에서 회사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상장을 내년 2월로 연기했다. 시국까지 어수선한 가운데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리스크는 일단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아스타 측은 "기관투자자의 숫자 자체는 많았던 만큼 아스타에 대한 관심은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 내년에 다시 상장을 모색하려 한다"면서 "그 기간 동안 성장 가능성만 봤던 부분들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상장은 미뤄졌지만 질량분석기 사업에 대한 청사진은 본래 계획대로 계속해서 완성시켜나갈 예정이다. 조응준 대표와 함께 아스타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김양선 대표를 만나 회사의 성장 스토리와 향후 비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대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세명대와 미국 버지니아코먼웰스대 교수직을 겸직했으며 프로테오니크 연구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양선 아스타 대표이사. 사진/아스타
 
 
-아스타는 어떤 회사인가.
 
전체 직원 40명 중에 연구원만 32명인 회사다. 질량분석기 개발만 10년 동안 죽어라 해서 기기를 만들고, 샘플 프렙(준비) 시스템을 만들고, 진단용 플레이트를 만들고, 진단 소프트웨어도 계속 개발해왔다.
 
현재 질량분석기 중 미생물 진단기 쪽에서 저희보다 먼저 자리잡고 있는 회사가 두 곳 있다. 독일의 브루커와 프랑스의 비오메리으다. 저희는 후발주자이니 그들 제품보다는 성능 면에서 나아야 하고 가격은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저희가 '제품을 내놨다'라고 할 수 있다. 저희는 이제껏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행인 건 질량분석기가 고생스럽긴 하지만, 하이테크라는 점이다. 화학, 생물, 전자 공학 등 여러 분야의 각종 기술이 융합된 첨단 기기다.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다.
 
-2006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저는 질량분석기를 계속 연구하던 사람이고 조응준 대표는 회사를 많이 운영해봤던 분이다. 처음에는 조 대표가 회사의 로드맵을 죽 설정했다. 부품에서 시작해서 샘플 프렙시스템, 진단 검사, 솔루션 패키지까지 만드는 식으로 잡았는데, 막상 사업을 하려다 보니 국내에 기반 기술이 생각보다 없더라. 특히 질량분석기는 일년에 3000억 이상이 전량 수입되고 있다. 그야말로 수입 100% 의존도에 유지보수며 부품까지 모든 걸 다 해외에 목이 잡혀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관련된 기반기술부터 하나하나 끄집어 내서 하나의 안정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말디토프 질량분석기'가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이자 핵심 플랫폼이다. 말디토프 질량분석기가 진단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흔히 병원에 가면 병을 진단을 하기 위해 혈액, 소변, 객담 검사 등을 하는데 기존의 방식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병 진단을 할 때 어떤 환자한테는 혈액을, 또 어떤 사람한테는 소변을 채취한다.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이것저것 다 검사하지만 일반적으로 병원에 환자가 막 들어올 때는 진짜로 많이 아픈 상태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열이 있다든가, 다리가 부러졌거나, 심장에 문제가 생겼거나 하는 등 다양한 상태로 들어온다. 그러면 그 환자에 맞게 병원에서는 응급치료를 하든 검사를 하든지 한다.
 
말디토프는 이 건강검진 센터에 검사 장비로 들어가는 장비다. 여기에 어떤 콘텐츠를 싣느냐에 따라 검사하는 항목이 달라질 수 있다. 말디토프 질량분석기 중 미생물 검사시스템 같은 경우 이미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2600종의 미생물과 매칭 검사를 할 수가 있다. 또한 처음 배양할 때 들어가는 24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검사에 할애되는 시간이 보통 24~48시간인데 이게 5분내로 줄어든다. 병원균에 대한 모든 DB가 다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배양한 균을 말디토프로 찍어 패턴을 포착해내고, 이걸 저희가 보유한 70~100개의 매스 패턴과 1차적으로 비교를 하는데 이렇게 검사할 때의 정확도가 기존의 방식의 것보다 훨씬 높다.
 
관련 보험수가는 2015년 9월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큰 병원에는 이미 질량분석기 하나 정도는 들어가 있는 병원들이 꽤 있다. 연세세브란스 병원 같은 데는 독일 브루커 시스템 하나가 있는데 그것으로 모자라서 비오메리으 장비도 들어가 있고, 저희 장비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한 장비가 아니라 두세 장비를 같이 돌려도 될 정도로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아스타의 말디토프 질량분석기가 들어가 있는 병원은 어디어디인가?
 
연세세브란스 병원하고 가톨릭 성모병원, 서울대 본교 병원과 분당 병원, 그리고 아산 병원에도 얼마전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 큰 병원들은 최근에 다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보험수가가 결정된 이후 움직임이 있는 편이다.
 
-연구진이 대부분인데 영업은 누가 하나.
 
저희의 첫 제품으로 나온 게 질량분석기에 들어가는 샘플 로드용 '말디 플레이트'다. 말디 플레이트의 경우에는 학회 정도에 참석해서 저희가 만든 플레이트를 제품화해서 보여주는 식으로 시작했다. 스테인리스로 돼 있어 강도도 있고 소수성, 친수성 패턴도 있어 정확도도 훨씬 좋고, 메모리 이펙트(방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충전시 전지의 실질 용량이 감소하는 것)도 없다. 이 제품을 팔기 위해 제가 학회에 참석할 때 소개를 하는 것 외에 미국 HST라는 마케팅 업체를 통해서 전 세계에 말디 플레이트를 220군데에 보냈다. 매출이 많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계속해서 팔리고 있는 제품이다.
 
사실 영업조직을 조기에 구축했으면 좀더 효과가 났을 텐데 그렇게까지는 못했었다. 그래도 제품이 좋았던 만큼 성과는 있었다. 우리가 개발한 시료 전처리 자동화 시스템 기기인 레즈(REDS)의 경우 셀트리온, 동아제약 같은 곳에서 사가고 심지어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뉴욕경찰(NYPD)에서도 사갔다. 제넨텍에서는 세 대나 사가기도 했다. 일단은 제품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만들어진 제품을 한 달 정도 써보라고 하는데 시간을 주면 써보고 구매하더라. 적어도 퀄리티 면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영업은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지.
 
조응수 사장님이 오신 이후 생산조직, 영업조직을 비롯해 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지금 구축하고 계신다. 영업담당 상무를 비롯해 인력도 뽑은 상태고 시장 조사도 마친 상태다. 병원, 보건소, 축산연구소, 농업연구소 등과 관련되는 영업망 자료를 확보하고 현재 영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내년으로 미뤄졌긴 하지만 올해 말 기술특례상장을 모색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기술특례로 상장하려는 기업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에 대한 의구심도 생긴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질적으로 많은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테크놀로지 자체가 굉장히 새롭기는 한데 그게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 기간이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다리기가 어려우실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봐도 어려운 것 같다(웃음). 사실 저희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경우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저희는 굉장히 다행스러운 점은 미생물 시장이 열린 상태라는 것이다. 저는 열린 시장으로 가야지, 없던 시장을 만들어서 가는 건 진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특히 바이오 쪽의 어려움이 그런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열리고 있는 시장에 들어가서 실적을 내는 것과 시장을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 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다. 훨씬 더 기회가 크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저희의 경우 자체 개발한 난소암, 유방암 질병진단 시스템인 '노스아이디시스'만 사업을 했으면 결국엔 아마 비슷하게 느꼈을 거다. 그런데 말디토프 질량분석기를 통한 미생물 진단은 산업 각 분야로도 확장이 되는 기가 막힌 시장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신의료기술 선정에 보험수가까지 겹치면서 진단검사 시장이 이미 열렸다. 그 쪽 시장만 해도 투자자들이 아마 기대하시는 실적은 나올 것으로 생각을 하고 암진단이 가시화되면 완전히 팽창, 확대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대하기로는 2~3년 뒤면 브루커 시스템, 비오메리으 시스템을 다 없애고 저희 시스템으로 다 깔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기대를 한다(웃음).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는데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미생물 진단 검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더 빠르고 편하고 경제적인 방법이 있으면 그리로 가버리고 마는 시장이다. 어차피 열릴 수밖에 없는 시장인데 유럽이 먼저 열렸고, 미국은 이제 막 시작이 되고 있고, 한국도 그렇다. 중국 시장의 경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팽창할 거라고 모두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이런 기기를 만들어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기존의 브루커와 비오메리으, 그리고 저희 아스타다. 게다가 아무나 들어오기 힘든 시장이다.
 
일단은 저희는 한국에서 시작해서 아스타UK를 통해 유럽 아프리카 쪽, 추후 상장이 되고 나면 미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미생물 검사 시장의 확장성에 대해 설명한다면.
 
미생물 검사 시장에는 일단 병원이 있고, 그 다음에 축산 관련 분야가 있다. 국내 50여군데 축산검사소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미생물 검사를 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또 수산검역 분야도 질량분석기 도입이 가능하다. 강물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내수면연구소 시장도 있다. 음식 관련한 연구소들도 시장이 될 수 있다. 농협에도 식품 관련 연구소들이 있고, 식품 관련 회사들도 균 검사를 실시한다. 김치연구소에서도 미생물을 연구한다. 또 제약회사 중에서도 균 검사 들어가는 파트가 있다. 심지어는 애완동물검사센터도 사업 대상이 된다. 한마디로 병원 외에도 미생물 관련 연구하는 곳이 정말 많다.
 
암 진단이나 다른 질병과 관련된 시장의 경우 열리는 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열리고 나면 사실은 파급효과는 미생물 검사 시장보다도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회사의 큰 성장은 거기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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