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과 자동차 그리고 노트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이들 전자기기에 내장된 리튬이온 전지(배터리)에 쓰이는 리튬(Li)과 코발트(Co) 때문이다.
전지 개발에서 코발트는 필수품이다.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전지, 즉 '2차전지'인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 물질로 리튬 복합물(LiCoO)을 쓴다. 이 복합물은 코발트 산화물(CoO)로 이뤄진 파편들 사이에 리튬이 끼어 있는 구조다.
리튬은 일부가 빠져나와 이온이 되고 리튬이온은 흑연으로 이뤄진 음극으로 들어가 탄소를 환원시킨다. 니켈(NiCd 또는 NiMH) 전지에서도 니켈의 산화능력을 높이기 위해 코발트를 첨가한다. 리튬이온 전지는 같은 크기의 니켈 카드뮴 전지보다 용량이 3배 정도 많고 메모리 현상이 없어 전지의 용량이 줄어들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지는 가격이 비싸며 높은 온도에서 폭발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리튬 가격이 250% 올랐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은백색의 금으로 통하는 리튬 공급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코발트 가격은 2015년 한 해에 톤당 2만달러에서 2만6000달러로 치솟았다. 리튬과 코발트의 공급 사슬에서 감춰진 불편한 진실은 이들 광산이 위치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노동학대와 환경오염에서 비롯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르헨티나와 콩고에서 문제의 현장들을 취재해 여러 차례 기획기사로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다국적 회사들은 리튬 광산에서 암염 판에 많은 양의 물을 퍼부어 리튬을 채굴·가공함으로써 지역 환경을 악화시킨다. 토착민들을 리튬 광산에서 아르헨티나 평균 임금인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현지에서 생산된 리튬의 공급경로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최종 소비처를 통해 역추적이 가능하다. 파나소닉은 토요타와 테슬라를 위해 전지를 생산한다. 애플은 SQM리튬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은 리튬 공급망에 관한 워싱턴포스트의 반복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푸른빛을 띠어 독일어로 도깨비를 뜻하는 코발트는 도자기·유리 등의 염료나 촉매 또는 합금 등에 쓰이고 방사선 치료, 멸균 또는 식물 품종개량 등에도 이용된다. 코발트는 니켈, 구리, 납을 생산하면서 부산물로 얻어진다. 올해 기준으로 전체 코발트 사용량의 22%가 전지 제조에 쓰인다. 리튬이온 전지용 코발트 수요는 2025년이 되면 지금의 2배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60%를 아프리카 콩고가 책임진다.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 내 코발트의 90%가 콩고산이다. 중국은 대기오염을 줄이는 방안으로 전기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테슬라나 GM 등 자동차 회사들에 납품하는 전지 제조기업들은 점차 중국이 통제하는 공급 사슬에 의존하고 있다.
콩고에서의 코발트 생산은 보다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콩고의 코발트 광부들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국제개발처(AID) 조사보고서를 보면, 콩고의 콜웨지 지역에서만 4000명의 어린이가 광산에서 일하고 있고, 그중에는 13살 미만도 있다. 이들은 안전장치 없이 플라스틱 램프에 의지해 손으로 지하 30m까지 파 들어간다. 사망과 부상이 속출한다.
카와마 지역에서는 광산으로부터 유출되는 독성물질들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기형 출산을 일으킨다. 맨손 광부들의 임금은 시간제가 아니라 그들이 채굴하는 광물의 양에 의존한다. 광물을 발견하지 못하면 임금도 없다(No minerals, no money). 임금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운수 좋은 날 하루 2달러 또는 3달러다. 사고가 발생하면 광부가 모든 책임을 진다. 광물을 구매하는 광업회사들은 거의 도움을 주지 않는다. 10살 정도 어린이들이 광물 자루를 나르는 모습도 발견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지를 납품받는 애플사가 인권유린과 아동노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는가에 의문을 표한다. 콩고산 코발트 무역은 10년 가까이 비판의 표적이었다. 미국의 무역집단들도 이를 인정한다. 애플 등이 회원으로 가입된 미국 전기산업시민연맹은 2010년에 코발트를 포함해 광산 채광에서의 인권유린에 관한 우려와 공급망 추적의 어려움을 표명했다. 미국 노동부는 콩고산 코발트를 아동노동으로 생산한 혐의를 받는 물품으로 등재했다. 국제앰네스티도 같은 견해를 표명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애플, HP, 삼성SDI, 소니는 코발트 책임선언(Responsible Cobalt Initiative: RCI)에 가입했다. RCI는 금속, 광물 및 화학품 수출입업자들로 구성된 중국상공회의소(CCC)에 의하여 운영되고 OECD의 지원을 받는다. 선언에 가입한 기업들은 코발트가 어떻게 채굴, 수출, 제조 및 판매되는 공급망을 추적한다는 OECD 지침을 준수하겠다고 서약했다. 테슬라와 LG화학은 가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