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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조윤선 재소환…'블랙리스트' 대통령 개입 조사
특검, 직권남용·위증 혐의 집중 확인
2017-01-24 15:00:23 2017-01-24 15:00:23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됐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근무 기간인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하고, 2014년 10월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로부터 위증 혐의로 고발되자 9일 진행된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들을 상대로 관련 혐의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전달 등의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되고,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서 실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3일 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지난 2014년 1월과 7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며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저를 비롯해 동료, 선후배가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을 볼 때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라며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수석 회의 등 수시로 블랙리스트 관련 행위를 지시하고, 적용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인사 차별과 배제를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와 헌법 가치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29분쯤 나와 유 전 장관이 본인의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 것을 인정하는지,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를 보고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이날 오후 2시20분쯤 나온 조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를 보고했는지, 보수단체의 집회를 지원했는지 등의 질문에 침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특검팀은 18일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조 전 장관은 구속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이미 특검팀은 신 전 비서관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등 블랙리스트 관련자 3명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에 대해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역할과 실질적인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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