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책읽어주는기자)초연결시대, 생산자 중심의 마케팅 끝났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필립 코틀러 외 2명 지음|이진원 옮김|더퀘스트 펴냄
기업·고객 간 성립된 수평적 관계…친밀감·참여감 등이 마케팅 성공 열쇠
2017-03-02 08:00:00 2017-03-02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1. 세계적인 가구 업체 이케아는 고객이 자신의 공간에 맞는 가구를 단번에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증강현실 앱과 인쇄 카탈로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객이 가구를 놓을 장소에 인쇄 카탈로그를 놓고 앱 스크린을 켜면 집에 가구를 들여 놓을 때의 모습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2. 미국의 신발, 의류 유통업체 자포스의 직원들은 고객들과 매우 사교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실제로 고객들이 자포스의 콜센터에 전화하면 직원들은 신발뿐 아니라 일상에 관한 모든 것을 상담해준다. 직원과 고객 간 가장 긴 통화 시간은 무려 10시간 43분에 이른다.
 
‘마케팅의 구루’ 필립 코틀러는 신간 ‘마켓4.0’에서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기업들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과거 오로지 생산자 중심에 기반을 두던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은 이제 고객과의 교류, 친밀감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 구조에선 시장을 독식하는 특정 대기업의 힘이 강했다. 이들은 임의로 지리적, 인구학적, 사회심리적 특성 등에 따라 집단을 나눴고 소비 대상을 선정해 공략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고객 간 ‘사냥꾼과 먹잇감’ 식의 수직적 관계가 형성됐고 이는 전통적 마케팅의 표준이 됐다.
 
하지만 ‘초연결성’이란 개념이 중요해지는 오늘날에는 이러한 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수평적인 네트워크 망 속에서 특정 집단에 의한 ‘중심 권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중국과 인도를 제치고 오늘날 세계 1위의 ‘국가’가 된 상황에서 우리는 시장을 국가와 기업, 민족 등의 경계를 초월한 디지털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코틀러가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소비자에게서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제품과 브랜드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을 교류한다. 때로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들은 기업들의 일방적인 광고보다 더 신뢰받고 가치 있게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과거 생산자 쪽에 기울었던 시장 권력은 소비자와의 수평선을 맞추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됐다.
 
소비자들 중에는 젊은이, 여성, 네티즌 중심의 새로운 권력이 부상하고 있다. 소득 수준과 구매력이 높아진 이들은 과거 연장자, 남성, 시티즌에 의해 움직이던 시장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잡아가고 있다.
 
코틀러는 “이들이 보여주는 하위문화가 서서히 주류문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조류를 형성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하는 양상을 읽은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펼쳐 과거 음악이나 영화 산업의 전통 강자들을 전복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한다.
 
혁신도 과거엔 한 명의 천재에 의한 ‘톱 다운 형식’으로 이뤄졌다면 이젠 고객들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과거 스티브잡스 한 명이 성장시켰던 애플의 성공 신화는 이제 과거형이다.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고루 듣고 제품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샤오미가 오늘날 ‘연결성’에 더 최적화돼 있다.
 
“브랜드가 인간적으로 변할수록 고객 참여가 정말로 중요해진다. 고객 참여는 기업과 고객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두 집단이 친구처럼 교류할 수 있게 해준다.”(159쪽)
 
코틀러는 이러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수평적 관계가 4차 산업 시대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등이 융합되면서 ‘연결성’이란 개념이 점차적으로 심화,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두가 서로 연결”될 세상에서 그는 정보의 쏠림 없이 모두가 수평적 관계를 맺는 상황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케팅은 더욱 ‘인간 중심적’인 방향으로 뻗어나갈 것으로 예측한다.
 
그가 보기에 이미 변화의 조짐은 몇몇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메이크업 지니어스’라는 앱은 증강현실 기술로 제품이 고객에게 얼마나 잘 어울릴지 짚어준다. 고객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상거울처럼 활용해 제품들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영국 의류 브랜드 버버리는 매장 내에 센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옷들에 부착된 무선 전자 태그(RFID)는 고객이 옷을 입을 때 룸미러가 바뀌게 해준다. 이 태그로 고객은 옷을 입으면서 거울을 통해 제품 설명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코틀러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 4차 산업 기술이 스마트폰처럼 인간의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되는 시기를 이르면 2025년으로 보고 있다”며 “고객들은 기술 변화의 흐름 속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에 인간적인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제품의 우수성에만 집중하는 기업과 브랜드는 고객에게 단지 ‘즐거움’ 만 선사할 것”이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매력적인 고객 경험을 전달하고 고객들의 참여를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4.0'. 사진/더퀘스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