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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퇴직연금 수익률 1%대 불과…TDF가 묘수될까
판 커진 TDF 시장, 대안으로 부각…주기적으로 자산배분 조정
2017-05-11 15:40:48 2017-05-11 15:57:24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해외는 잘 모르겠어요. 오를 때 투자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죠. 솔직히 장기투자가 맞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네요.”
 
국내 퇴직연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역할은 미흡한 실정이다.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원리금보장 상품으로의 쏠림과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서다.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되고 갈수록 노령화하는 퇴직연금 가입자에 필요한 건 능동적인 퇴직연금 관리다. 그러나 실제 가입자 스스로 운용지시를 결정하는 경우는 열에 둘에 불과한 것이 우리 퇴직연금투자의 현주소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 연말 기준 147조원으로 전년 말 126조4000억원 대비 16.3% 증가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은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1.58%로 장기 연환산 수익률은 5년 2.83%, 8년 3.6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순수저축성 정기예금 12개월 평균)가 1.63%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신통치 못한 게 사실이다. 수익률이 1%대로 떨어진 건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전체 적립금의 89.0%에 해당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1.72%이며, 실적배당형상품의 수익률은 -0.13%였다. 퇴직연금 5년과 8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2.83%, 3.68%였으며 실적배당형상품(8년·5.61%)이 원리금보장상품(8년·3.05%)에 비해 높았다. 또 지난해 만 55세 이상 퇴직급여수령 개시 계좌(24만718좌)에서 연금수령을 선택한 비율은 1.6%(3766좌)에 불과했다.
 
문제는 원리금보장 상품에 몰린 가입자들이 낮은 수익을 돌려받게 돼 퇴직 이후 보장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퇴직연금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DB(확정급여)형으로 그 비중은 점차 감소세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에서 DB형의 비중은 66.0%로 2011년말 대비 9.2%p 감소했다.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 비중은 증가 추세다. DC형 비중은 지난해 9월말 기준 24.2%로 2011년말 대비 8.0%p 증가했다. DC형은 사용자가 매년 연간 총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앞으로 적립하고 근로자는 스스로 선택한 적립금 운용방법에 따라 운용해 퇴직시 적립금과 운용수익을 퇴직급여로 받을 수 있다. DB형은 사용자가 매년 부담금을 금융사에 내고 운용결과에 관계없이 근로자는 퇴직시 지급받는 급여수준의 퇴직급여를 받게 되는 구조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 또는 이직시 수령한 퇴직금과 개인불입금을 본인 명의 퇴직계좌에 적립 운용해 55세 이후 수령할 수 있다.
 
 
DC형 가입자 중 운용지시를 외부에 의존하거나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74.5%로 높다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입자 스스로 운용지시를 결정하는 경우는 23.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왔다. 업계는 하반기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지시가 요구되는 DC형 제도에서 가입자가 약정기한 내 별도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은 경우 특정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는 것을 말한다. 박신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가입자의 운용지시와 책임이 동반되는 DC형 비중이 느는 만큼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이나 타깃데이트펀드(TDF)의 활용 등 보다 적극적인 퇴직연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TDF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시점으로 둬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배분 계획을 세우고 펀드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펀드를 말한다. 미국 TDF 시장규모의 경우 지난 2015년 기준 7630억달러로 2011년(3760억달러)보다 100% 넘게 증가했다.
 
초기 단계인 국내 TDF 시장도 올해 판을 키울 전망이다. 지난해 4월 가장 먼저 뛰어든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캐피탈사와의 제휴로 ‘삼성한국형 TDF’를 출시해 2015년부터 2045년까지 은퇴 시점을 5년 단위로 나눈 7개 펀드를 구성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올 초 미국 티로프라이스사와 함께 ‘한국투자TDF알아서’ 시리즈를 내놓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각 1200억원, 500억원 넘게 설정액을 불린 상황이다. TDF의 미국 성장세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TDF가 대안투자처의 한 축으로 떠오르자 국내 주요 운용사들도 잇따라 개발, 출시 일정을 발표하고 나섰다.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이르면 상반기 글로벌 자산운용사와의 제휴로 관련 상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시장 경쟁이 보다 격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TDF가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분산투자와 생애주기별 적절한 비중의 위험자산 투자를 통해 주기적으로 자산배분을 재조정해줄 수 있어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투자자에 이점이 큰 장기투자상품이라고 말한다. 다만 따져봐야 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TDF는 개별투자자가 처한 상황이나 위험 감수능력 등은 고려하지 못한다. 특히 TDF 외의 자산은 없다고 가정하는 구조여서 실제 그렇지 않은 경우 자산배분이 적절치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충분한 전문지식을 가졌다면 시간과 노력 등 투입비용이 들더라도 TDF보다는 직접 동일 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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