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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투만의 ‘티 나는 리서치’ 목표”
작년말 파격인사로 리서치센터장에 발탁…차장에서 상무보로 두 단계 승진 화제
올해 성과측정 프로그램 개편…하반기 코스피 상단 2600선 전망
2017-06-29 08:00:00 2017-06-29 08: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는 ‘파격 인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작년 12월말 리서치센터장으로 발탁되면서 차장에서 상무보로 무려 두 단계나 승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초고속 승진 사례가 나타나면서 증권가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올해 ‘티 나는 리서치를 하자’는 목표로 리테일 부서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애널리스트 성과측정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등 다양한 발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으면서 다른 증권사와의 차별화를 모색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한투 리서치센터의 브랜드를 시장에 더욱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는 윤 센터장을 만나 리서치센터의 발전 방향은 물론 하반기 증시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티 나는 리서치'를 통해 한투만의 리서치 브랜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재홍 기자
 
-리서치센터장으로 발탁된지 6개월이 지났다.
 
인사발령 직후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많은 점들을 배우면서 더욱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한투 리서치센터의 인원수는 90명에 달한다. 당연히 센터장이 많은 부분을 챙겨야 한다. 그전까지는 10여명 정도 팀 단위만 이끌어와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규모를 이끌어야 하는 점이 쉽지 않다. 현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5~8명 정도 예상하고 있다. 만약 8명을 채용하게 된다면 리서치센터 규모는 거의 100명에 육박하게 된다.
 
-센터장에 발탁될 때 증권가에서는 파격인사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외부에서 볼 때는 차장이 상무보가 됐으니까 당연히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서는 파격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증권사마다 인사정책이 있겠지만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부서장이 되지 않으면 부장이 될 수 없다. 차장을 8년간 했는데 업무능력이 떨어져서 승진을 못한 건 아니었다. 기업분석 부서장은 35명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담당 분야를 내려 놓아야 한다. 좀 더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싶어서 부장이 되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었다.
 
-‘티 나는 리서치를 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하는 자료는 상당한 고민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그런데 발간 이후의 과정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발간한 자료가 시장에서 읽힐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발간하기까지가 업무의 절반이라면 상대방이 내가 만든 자료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나머지 절반이라고 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가 하루에 500여통의 자료를 메일로 받는데, 이들은 메일을 지우는 것도 일이다. 일반적인 자료를 발간한다면 500개 중에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말 그래도 티가 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일환으로 리테일 부서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리테일 부서에서 애널리스트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영업을 위해 궁금한 점이 있어 조언을 구하려고 해도 연락이 안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올해 2월부터 애널리스트의 핸드폰에 리테일 부서 직원들의 연락처를 다운로드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잘 받지도 않고 콜백도 어려운 점을 감안했다. 리테일 부서의 전화를 받지 못하더라도 바로 콜백을 하게 했다. 이렇게 몇 개월을 했더니 사내에서 ‘한투 리서치센터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성과측정 프로그램도 개편했다.
 
어느 회사나 성과측정 프로그램이 있다. 다만 정교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주관적인 판단, 생각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개편 작업을 진행해 결과를 표로 만들었다. 자부할 수 있는 건 두 달간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논의를 해서 항목을 도출했다는 점이며, 센터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에 PT하러 전주까지 내려가는 것과 근처 소규모 자산운용사에 PT하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따져 다르게 배점을 주겠다는 의미다. 애널리스트들도 의미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유의미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0점을 받을 수도 있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도 고민을 해야 한다. 다만 시장 상황이 바뀌거나 리서치센터의 업무 중요도가 달라진다면 배점이 변경될 수 있다.
 
-그 외에 한투 리서치센터만의 장점이 있다면.
 
전 업종에 애널리스트가 포진해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얼마전 60p 분량의 분기 프리뷰 자료를 발간했는데 모든 섹터를 다 커버했다. 이런 자료는 한 섹터라도 없으면 의미가 반감된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요 섹터만 커버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분기별로 IR 컨퍼런스라고 해서 기업과 기관투자자를 연결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달 열린 행사에서 참여기업은 32개사, 기관투자자는 640명이었다. 전 섹터에서 한투 애널리스트들이 활발히 활동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조만간 베트남 상장사 6곳을 국내에 초청해 행사를 하는데 국내 리서치센터 중 최초 시도다.
 
-올해 상반기 주가가 상당히 상승했다. 하반기 전망은.
 
몇년간 국내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렀던 건 기업들의 이익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작년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이 99조원이었는데 올해는 130억원 이상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전망치도 올해초보다 올라간 수치다. 작년말부터 올해초에는 특검, 탄핵 , 사드 등 정치적인 이슈에다가 소비침체가 겹쳐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다만 정치적인 악재가 걷히고 새 정부 출범으로 증시가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 현 추세라면 코스피가 2600선까지 상승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반기 변수 및 조정 가능성은 있는가.
 
현 주가는 작년말 대비 18% 가량 올랐는데 상승폭은 신흥국 중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월봉으로 코스피 지수 그래프를 그리면 7개월째 상승 추세다. 그동안 6개월 연속은 몇 차례 있었지만 7개월 연속은 처음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을까지 조정국면이 한 번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변수 측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사드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가 우선적으로 중요해보인다. 미국에서 9~11월 사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도 중요하지만 시장 유동성이 얼마나 빠르게 회수되는가도 관심을 둬야 한다. 다만 국내 증시의 기초여건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악재를 이겨내고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투자전략을 조언한다면.
 
이미 상반기에 코스피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하반기에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 완만한 상승세를 예상한다. 올해 코스피 상단을 2600으로 상향했는데 정확한 시점을 예견하기는 어렵다. 연말로 갈수록 주가는 오를 수 있다고 보며, 3분기 조정 시기에 매수하는 전략을 추전한다. 4차산업과 관련된 IT 종목이라던가 추경 수혜 기대감이 있는 내수 업종, 정부의 규제완화 기대감을 반영해 인터넷이나 제약, 바이오 종목을 좋게 보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오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증권업계에 오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돈을 벌려면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돈을 다루는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99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입사했는데 부서별로 선배 직원이 교육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애널리스트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내가 회사를 분석해서 전망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서울증권에서는 IB 부서로 발령받았는데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어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기게 됐다.
 
-그동안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는데 애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덕목은.
 
성실함, 자기절제, 승부욕 이렇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그 중 자기절제의 경우 애널리스트는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절제하는 게 중요하다. 기분을 이기지 못해 과음을 하고 늦게 출근해서는 안된다. 승부욕은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을 양과 질로 나눌 때 양과 관련된 부분이다. 애널리스트 정도면 다들 뛰어난 사람들이지만 그 중에서 오피니언 리더가 되려면 승부욕이 있어야 하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4년 연속 애널리스트의 수가 감소하다가 작년말부터 조금씩 늘고 있다. 과거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절반 정도가 리서치센터를 1지망으로 할 만큼 인기였다. 현재는 갈수록 일이 많고 힘들고 연봉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지 지원자 감소가 느껴지고 있다. 다만 업황이 좋지 않다고 바로 리서치센터 규모를 줄이면 좋아졌을 때 전문가를 충원하기 어렵다.
 
-올해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초 사업계획 보고에서 상반기는 리테일 부서와의 협업 강화를 비롯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다양한 일을 시도하고 하반기는 상반기에 했던 것들을 안정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리고 센터장이 없어도 스스로 돌아가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물론 쉽지 않고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투 리서치 브랜드가 시장에 더욱 각인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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