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거정책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공급 중심 정책에서 임대주택과 주거복지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 가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주거복지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SH공사는 지난해 부터 아예 자체적으로 주거복지센터를 만들었다. 심지어 올해 5곳, 내년 7곳을 더 추가해 서울의 모든 자치구마다 1곳씩 주거복지센터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서종균 SH공사 주거복지기획처장은 공급자 중심으로만 이뤄지던 주거정책을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하고 연결해주기 위해서는 주거복지지원센터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임대주택 한 채를 공급하는 것만큼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잘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설했다. 서 처장을 만나 전국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서울의 주거복지정책과 주거복지센터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서종균 SH공사 주거복지기획처장. 사진/박용준 기자
최근 ‘주거복지’가 화두다 어떤 개념인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주택 정책이라고 다뤄왔던 분야가 주택시장에 공급과 수요를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중심이었고 임대주택이 그 다음 정도 정책이었다. 최근에는 주거비 보조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주거복지이라 하면 자기 능력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 부분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가가 문제되는데 이전까지는 이 부분에 정책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주거복지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주거가 보장되지 않으면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떨어지니까 주거보장을 통해 사람들이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주택 정책이라는 것이 공급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디자인되다 보니 굉장히 복잡하고 종류가 많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걸 필요한 소비자들한테 전달하기 위해서는 딱딱한 정책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소비자들한테 전달할 체계가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개입이 필요할 때 상담 같은 서비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주거정책이 변화하는 하나의 방향이다.
임대주택 안에서도 예전엔 주택을 공급하고 관리만 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면서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커뮤니티를 살펴보고 이들이 부끄럽지 않게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차별받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임대주택 정책을 잘 실현하는 일이다.
서울의 주거문제가 여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따지고 보면 보다 큰 이유들이 있지만, 저희는 서울이라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서울이 제공하는 기회를 충분히 누리면서 적절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이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람이 서울에 못 살 경우 주거가 기능을 해야 한다. 어떤 사회든 상대적으로 어려워서 그 사회에서 주택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늘 있지만, 비중과 관계없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문제가 아예 없어지는 사회야 없겠지만, 서울이 갖고 있는 문제는 대응하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하고 있고, 임대주택 1만호 공급도 그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문제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고, 지금 수준 내지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당분간 5~10년간 유지하면 문제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청년 같이 어려운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차츰 벗어날 수 있다.
최근 주거문제에서 대두되는 집단이 청년층과 1인가구인데 이 문제에 대해 시장과 정책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다. 그 다음 빈곤층 노인들이 오래된 문제인데 조금 더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역세권 청년주택 같은 사업이 일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부족한 수요에 대응하고 고시원과 원룸에만 의존하던 열악한 환경을 차츰 바꿔나가는 시도다. 지금은 수준 이하의 거처들을 정부가 컨트롤 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해야 할 시기다.
대안 격인 ‘주거복지체계’란 어떤 것인가.
한부모가정이 사는 지하 셋방에 간 적이 있다. 자녀 두 명과 사는 아주머니인데 지하를 내려가니 곰팡이 냄새가 확 날 정도로 열악했다. 아주머니 본인이 생각해도 죄스러울 정도였는데 과일행상 하느라 바빠 아무 대처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 아주머니가 당시 내고 있는 월세라면 은행에서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충분히 훨씬 나은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왜 아주머니는 이를 모르고 열악한 상황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을까. ‘이런 사람들을 연결할 장치만 있었으면 이렇게 방치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적인 수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충분히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주고 그 시민들을 그 제도까지 이렇게 끌고 가서 연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당황하기 때문에 정보를 체계적으로 알기 어렵다. 최소한 그럴 때 전화할 곳이라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정책들이 실제로 그 정책을 제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개념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나 위기에 처한 사람한테 위기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소액의 돈만 들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주거와 관련해 국가가 제공할 1번 서비스는 상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다.
임대주택을 다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제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을 한 채 더 짓는 것만큼이나 제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주거복지센터를 설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도 이전까진 공급량만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효과를 주는지는 잘 몰랐다. 각 지역에 주거복지센터를 만들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를 집적할 수 있다. 모인 정보는 정책효과가 정확히 어떤지,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이에 대응하는 정책은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주거복지센터는 민간에서 처음 시작해 이후 7~8년 후에 서울시에서 이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시 모든 자치구마다 하나씩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실현되진 않고 있다. 자치구당 1곳이 의미 있는 것은 복지나 행정의 기본 단위가 자치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면 진자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되기 쉬워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서울시의 주거복지센터가 늦어지면서 SH공사가 25곳까지 늘리는데 기여하려고 한다. 현재 4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12곳을 추가해 25곳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각 주거복지센터의 서비스 균질성을 확보하고자 중앙주거복지센터를 운영 중이며 향후 규모를 키워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우리 주거복지센터가 서울시 위탁으로 전환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행정의 틀 안에서 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센터는 시민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
주거와 관련된 모든 일은 콜센터 1600-3456으로 전화주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청년부터 사회초년생, 고령자, 기초수급자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각각에 맞는 임대주택 유형과 신청자격을 상담해주는데 현재 가장 수요가 많다.
이외에도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주거비 보조제도 안내 ▲전월세 구입자금과 관련한 대출상품 관련 정보, 집수리 관련 상담 ▲임대차 분쟁 시 법률 상담 ▲주거비나 연료비 등과 관련한 긴급지원 사업 ▲희망온돌사업 안내, ▲쪽방이나 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자를 위한 주거정책 ▲재개발·재건축 사업 진행절차 및 세입자 유의사항 정보 등 주거 관련 정보가 A부터 Z까지 총망라돼 있다.
법률과 관련될 경우 아주 전문적인 상담은 어려워도 기초적인 정보만으로도 해결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우선 기초 상담을 진행한 후 전문 상담이 필요할 경우 관련 기관과 연계해 주기도 한다.
주거복지체계를 완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SH공사에서 몇 개 주거지원 센터를 만들기도 하지만, 전국에 모든 상담 창구가 앞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서울에 모든 창구에 만들어지는 게 주거정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 국가가 이를 받아 전국으로 이를 확산하고 재정을 분담할 것이다. 센터가 적어도 기초단체마다 하나씩 생기고 전국에 이를 종합할 센터가 만들어지면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분석해 정책방향을 제시하면 보다 이상적일 것이다. 이를 그냥 기다리기엔 너무 느리니 서울에 우선 해보자하는 생각이다.
당산동 주거의제 거점공간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당산동에 이전에 청소년 수련공간으로 쓰이다 현재 방치된 곳이 있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하다 우선 우리 중앙주거복지센터 공간으로 쓰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주거복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민간 그룹들이 모여서 논의했으면 좋겠다. 정책에 대해 비판도 하고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하고 이야기들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중앙주거복지센터 기능 중 정책에 피드백 하는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논의한다면 우리 주거 관련한 사회적 역량이 한 단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시작이다. 현재 구상단계를 지나 이용계획을 수립 중이며, 구체적 민간 입주계획을 확정해 올해 안에 문 열 예정이다.
SH공사 강서지역주거복지센터가 지난달 30일 영등포구 하자센터 앞에서 '찾아가는 주거복지상담소'를 열고 있다. 사진/SH공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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