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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개인 성장 최우선, 훌륭한 리더십의 출발"
직원 스스로 문제 해결토록 하는 문화 중요…리더는 해결사 아닌 조력자로 나서야
좋은 권위|조너선 레이먼드 지음|서유라 옮김|한스미디어 펴냄
2017-07-19 18:00:00 2017-07-19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노동은 회사를 위한 것이다’라는 노사 관계의 대전제는 기본적으로 산업 혁명 시대에 형성됐다. 전제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하는 모든 시도들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인 눈가림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컨설팅 전문가 조너선 레이먼드는 산업혁명기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엄격한 위계질서를 앞세우는 기업과 리더의 근원을 파헤친다. ‘직원은 회사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자원’, ‘일은 경영자를 위해 하는 것’이란 명제들이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참’으로 둔갑됐고 그 논리는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몇몇 회사와 리더들은 아직도 원하는 역량을 직원들에게서 ‘뽑아내려’ 하고 있고 직원들은 ‘나쁜 권위’에 짓눌려 있는 상태다. 최근 성추문, 비도덕적 행위로 고꾸라진 우버부터 미스터피자, 대한항공 등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내외 기업들에서 사례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레이먼드는 신간 ‘좋은 권위’에서 이처럼 자본주의의 역사가 세워온 질서와 정반대 방향에 있는 리더십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훌륭한 리더십은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업 문화 혁명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직원 개개인의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며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열린 자세’에서 나온다. 저자는 이렇게 할 때 리더들이 좋은 권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더는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 이러한 관리 방법에 익숙해지고 나면 지금 여러분을 짓누르고 있는 문제의 90% 이상이 사라질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리더상은 어느 경영서에서나 등장하는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음을 저자도 인정한다. 다만 책이 조금 특별한 지점에 있는 것은 그의 실제 경험이 이론을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 상담을 해 온 저자는 자신의 코칭 경험을 살려 일반 경영서들보단 현실감 있고 실제적인 리더십의 방법론들을 이야기 해준다.
 
여러 이야기 중에 눈에 띄는 사례는 한 중견 금융자문회사의 기업 문화에 관한 상담이다. 저자는 2011년 그 회사의 문제점을 듣는다. 사장인 그레그는 직원들의 개인적인 자기계발을 지원하고자 했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탓에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레이먼드는 “당시 그레그 사장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만 회사를 이끌려 했다”며 “직원들은 사장의 좋은 의도를 파악하긴 했지만 사장이 용인하는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압박감도 동시에 받아 실제로는 단절감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사례는 직원들에 대해 불만에 찬 한 기업 경영자와의 상담 내용이다. 익명의 그 기업 경영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에 대한 불만만 일삼을 뿐 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실제적인 조취를 취하는데는 미숙했다.
 
레이먼드는 그에게 직원들이 스스로에 부과된 책임 수준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행동을 변화하도록 하는 ‘책임 다이얼’을 알려준다. 책임 다이얼은 따뜻한 시선의 관찰 단계부터 가볍게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초대 단계, 오랜 대화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때 냉정함을 잃지 않는 선 긋기 단계 등 직원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5단계 멘토링 기법이다.
 
“책임 다이얼은 호기심과 열정을 기반으로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다. 이것은 바로 당신이 기업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마음먹었을 때, 책임을 부과하는 대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다. 이 기술을 배울수록 당신은 직원들의 직업적인 경력과 개인적인 일상에 유사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신념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슈퍼맨과 스타워즈의 요다를 각각 ‘나쁜 권위’와 ‘좋은 권위’의 상징으로 비유하는 것도 곱씹을만한 부분이다. 그가 보기에 직원들을 위해 만능해결사 마냥 온갖 문제를 짊어지는 슈퍼맨식 경영은 더 이상은 적용되지 않는 구시대적 법칙에 가깝다. 이제는 직원들이 의지를 갖고 귀를 기울일 때만 지혜를 공유하고 그들의 내면 성장을 돕기 위해 끝없이 과제를 내주며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요다식 경영이 필요하다.
 
저자는 “요다는 그의 제자 루크가 실패하여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도 소리를 지르거나 거친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어떤 결과를 내는지 지켜봤다”며 “루크가 스스로 잠재력을 발견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또 “우리 역시 요다의 가르침을 현실 세계의 회사 리더십에 적용해야 한다”며 “리더의 행동이 직원의 경력, 더 나아가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민할 때 개인과 회사, 사회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좋은 권위. 사진/한스미디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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