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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에 막힌 한방의료 육성
"정·관계 '힘 싸움'서 열세"…추나요법 건보적용도 올해야 추진
2017-09-14 06:00:00 2017-09-14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의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입법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가장 큰 벽은 대한의사협회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지난 6일과 8일 각각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수차례 이 문제에 관한 공론화를 시도했으나, 2015년부터 의협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관련 법률안이 발의된 이번에도 의협의 반발이 거세다. 의협은 “의료기기란 현대의학 및 과학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기기를 말하며, 한방의료기기는 맥진기, 양도락기, 부황과 같이 한방원리에 근거를 둔 기기들”이라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과학적 원리에 의해 개발된 명백한 의료기기로, 이는 의사들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리만 놓고 보자면 한의협의 주장에 보다 힘이 실린다. 한의협 관계자는 “엑스레이는 현대의학 발전에 도움을 준 기술이지, 현대의학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기술이 아니다”라며 “의협의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발명될 과학기술도 모두 의사들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까지 상황은 한의협이 힘 싸움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추나요법 등 한방물리치료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올해 2월이 돼서야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기능이 유사한 기구들을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로 통합하고 한약진흥재단의 명칭을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도 의협의 반발에 부딪혀 계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의계에선 정·관계에 진출한 의사 출신 인사들이 의협의 입법로비 창구 역할을 하는 탓에 한방의료 육성이 지체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보건의료정책실 3국 11과 중 한의약 담당 부서가 1국 2과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한의약 정책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치료재료 3000여개 중 한의과 목록은 16개다. 급여화를 하려고 해도 가능한 항목이 없다”며 “의료행위, 치료재료에 대한 표준화도 안 되고 있다. 엑스레이 문제도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고 말했다.
 
추무진(왼쪽) 대한의사협회장과 양규현 대한골대사학회장이 지난해 1월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로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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