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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특허무효·침해 소송, 서로 다른만큼 조화 필요"
클라우스 바허 독일 판사 "'유럽 1위' 비결, 전담 판사 체계가 원동력"
"특허사건 판단, 일관성 갖는 것이 가장 중요"
2017-09-25 10:05:25 2017-09-25 10:05:25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독일은 유럽 특허소송의 80% 이상이 제기되는 특허소송 강국이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분쟁 당시에도 두 회사는 각각 자국 법원 외에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에 최초로 소를 제기한 바 있다. 클라우스 바허 독일 연방대법원 특허전담부 판사는 1995년 만하임 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방대법원 특허부 보좌판사,  2009년 연방대법원 판사에 임명된 특허통이다. 독일 특허법 주석서를 공동 저술했고 민사소송법, 불공정경쟁법, 경쟁제한금지법 등 독일의 다른 법 분야에서도 공동저자로 참여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지난 6일 특허법원에서 열린 2017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에 참석한 바허 판사를 만나 유럽 내 특허소송을 도맡고 있는 독일 법원의 원동력을 들었다.
 
클라우스 바허 독일 연방대법원 특허전담부 판사가 지난 6일 대전 특허법원에서 열린 2017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특허법원
 
현재 일하고 있는 독일 연방대법원 특허전담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독일 연방대법원에서는 특허침해와 특허무효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침해 사건은 지방법원, 무효 사건은 연방 특허법원에서 진행되는데 이 두 법원에서 올라온 특허 사건을 연방대법원 특허전담부에서 담당한다. 중요한 점은 침해 사건의 경우 독일의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비슷하게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 과정을 거치지만, 무효 사건은 특허법원-대법원 과정으로 심리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대법원의 경우 법률심만 진행하는데 사실심과 법률심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독일 지방법원은 빠른 처리 속도와 신속한 가처분으로 유명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보다 빨리 심리를 진행하는 원동력이 있나?
 
원동력이라고 하면 독일은 특허 사건 전담 법관들의 경험이 매우 풍부하다. 독일 사법부 내에서도 일부의 판사들만이 특허 사건을 전담하고 있고 이때 다른 사건은 일절 맡지 않는다. 이렇게 경험이 많기 때문에 신속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또 지방법원에서는 특허 무효가 아닌 특허 침해 사건만 담당한다. 사건을 담당하는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빨리 판결이 나올 수 있다. 특허 무효 사건은 다른 연방 특허법원에서 담당한다. 독일의 고유한 특허 관련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도 유사한 방식이긴 하지만 보통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렇게 하고 있지 않다.
 
한국은 판사들이 순환 보직을 도는데. 독일도 이러한 과정을 겪은 건가.
 
시행착오라기보다는 독일 법관 근무 제도는 초기부터 이런 전담 체제로 운영됐다. 독일 사법 제도하에서 법관 순환 보직이라는 개념은 없다. 물론 특정 법관이 다른 법원으로 발령을 받거나 다른 법원으로 승진해서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독일 법관들은 주로 특정한 법원에 특정 법률 분야에 5~10년 오랫동안 근무하는 편이다.
 
2011~2014년 삼성·애플의 독일 소송전은 독일 법조계도 크게 주목했을 거 같다. 당시 내부 반응은 어땠나. 다른 기억에 남는 특허 소송이 있다면.
 
그 문제는 자세히 알지 못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 다만 올해 7월 초 한 제약 회사가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부여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이 생각난다. 이 제약 회사는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특허는 있지만, 판매는 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였다. 하급심에서 잠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대법원도 강제실시권을 인정했다. 1945년 특허법이 시행된 이후 최초 사례였다. 다만 강제실시권에 대한 금액을 정해줘야 하는데 이는 본안소송에서 정해질 것이다.
 
삼성 등 다국적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제기할 때 자국 법원 외 독일 법원 등에 추가로 소를 제기함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전략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약품 관련 사건에서 특허권자가 특허 보호를 위해 자국 특허법원에 특허침해 금지명령을 신청한다면 자국에서는 특허권이 정확히 보호된다. 적어도 자국에서는 독자적으로 이와 관련된 물품을 판매할 수 있고 다른 어떤 기업도 물품을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 특허권이 없다면, 그 나라 다른 기업들이 물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특허침해를 금지하는 법원의 명령이나 판단을 받아서 완전하게 자사가 가진 특허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지난 6일 대전 특허법원에서 열린 2017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에 참석한 법관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특허법원
 
의약계 말고도 다른 여러 분야도 여러 나라에서 소송이 제기되는데.
 
자동차 업계를 예로 들 수 있다. 포르쉐가 독일 생산 라인에 대한 특허 보호를 신청했다고 하면 독일 내 특정 기술에 대한 생산을 독점한다. 독일 내에서는 보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포르쉐의 생산 라인이 다른 나라에 있다면, 특허를 보호해 독점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그 나라 법원에 신청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들과 같이 실질적인 효과들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특허 침해 사건이 집중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법원의 친특허적인 성향 때문인가?
 
많은 사람이 그렇게 본다.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고가 침해 사건에 대해 항변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그런 점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통계적으로 수치화된 것도 아니기에 저도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대기업들은 다소 소송을 꺼리는 문화가 있는 거 같다. 독일 대기업들은 특허소송 등 자체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
 
판사로서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저희는 법원에 제기된 사건만 담당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독일 기업 입장에서는 먼저 양 당사자 중에 일반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았을 때 소송이 필수적인 경우가 있다. 먼저 합의가 가능하면 양 당사자들이 처리하겠지만 소송이 필요할 때가 있다. 독일 기업 경우이긴 하지만 어느 나라나 비슷할 것으로 본다. 필요하지 않은 이상 법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기업들은 없을 것이다.
 
독일 법원 내에서 특허 소송 판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까 말했듯이 특허무효 소송과 특허침해 소송은 각각 다른 성격이다. 서로 분리되어 있기에 그만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모든 사건이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다. 특허를 무효하거나, 침해금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 등 모든 특허 사건을 관리하는 과정이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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