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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터러시 교육…올바른 게임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변성철 게임컬처랩 대표
1세대 프로게이머에서 사회적기업가로 변신…청소년·부모님·선생님 대상 강연
"게임 덕분에 혜택 많이 받아…그릇된 편견 없애고 e스포츠 발전 앞장 설 것"
2017-09-25 11:52:16 2017-09-25 11:55:01
[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대한민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다. 단순히 오락으로 치부되던 게임을 '프로'의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처음 생긴 곳도 바로 한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규모는 8억92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480억원에 달한다. 국내 e스포츠 시장규모는 글로벌 규모의 10% 수준이지만 종주국인 만큼 세계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게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다수 존재한다. 게임 중독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사회적기업 게임컬처랩을 이끄는 변성철 대표다.
 
반가운 얼굴이다.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게임컬처랩 사무실에서 전직 프로게이머 변성철(사진) 선수를 만났다. 그는 어엿한 기업가의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지난 1998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출시되고 이듬해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국적 규모의 대회가 생겨났다. 이내 국제 대회도 개최됐다. 변성철 선수는 화려했던 이 시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동했던 1세대 프로게이머다. 게이머로 데뷔했던 당시 그의 나이는 19살이었다.
 
프로게이머·해설자·코치·게임행정가…e스포츠계의 산 증인
 
2001년 짧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치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학업을 위해서였다. 선수 생활은 끝났지만, 그는 대학에서 전공도 '컴퓨터게임'을 택했다. 졸업 후 한 게임회사에 취직해 개발자로 온라인 바둑게임을 만들었다. 그는 "잘 하는 게 게임이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고 싶어서 대학에 진학했다"며 "개발자로 일하는 것도 보람됐지만 e스포츠계에 대한 그리움이 계속 남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다시 e스포츠계로 돌아왔다. 스타리그 해설자로 복귀한 것이다. 이후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e스포츠 산업은 빠르게 팽창했다. 프로게이머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관리하는 프로게임팀도 속속 창립됐다. 그러면서 여러 팀에서 코치를 해달라는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해설자에서 수석코치로 다시 한 번 변신한 그는 후배 게이머 양성에 힘을 보탰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진 스타크래프트의 최대 절정기를 선수, 해설자, 코치로 함께 했다. 쉼 없이 달려온 변 대표는 2007년 뒤늦게 군에 입대했다.
 
2009년 말 군 전역 후에 그는 국제e스포츠연맹 경기기술부 팀장으로 자연스럽게 e스포츠계로 복귀했다. 연맹에서 각종 국내외 대회 지원과 국제e스포츠 운영 매뉴얼 제작에 참여했다. 종주국으로서 e스포츠 대회에 대한 국제 표준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e스포츠와 관련해 선수, 해설자, 코치에 이어 행정가 업무까지 수행한 것이다. 그러다 2015년 초 그는 또 다른 도전을 결심한다.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가다…게임리터러시 확산 기여
 
변성철은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택했다.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사회적기업 게임컬처랩스를 창업했다. "게임은 이미 하나의 문화이자 거대한 산업이 됐다. 그럼에도 많은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예전에 오락실에서 하던 게임 정도로 생각한다. 게임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사회 문제들의 기저에는 결국 게임에 대한 이해 부족, 나아가 e스포츠에 대한 왜곡된 편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게임컬처랩을 통해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변 대표가 게임컬처랩을 통해 집중하는 사업은 '게임리터러시' 교육이다. 게임과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뜻하는 리터러시(literacy)가 합쳐진 말이다. 게임을 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하자는 의미다. 게임리터리시 교육의 대상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뿐만이 아니다. 변 대표는 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부모님과 선생님도 게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왜 그토록 게임에 몰두하는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히 게임을 하지 말라고만 다그친다. 그러나 인터넷이든 모바일이든 게임은 이제 대다수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부모님, 선생님들에게는 이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게임리터러시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게임컬처랩은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주최하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7 게임리터러시 교수직무연수'에서 일선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활용하는 e스포츠 대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직접 대회를 조직·운영하는 법을 알려준다. 변 대표는 "교내 게임 대회를 통해 대회 종목으로 택한 게임에 대한 이해는 물론, 대회 참가자(선수), 심판, 해설자, 운영위원 등 e스포츠의 다양한 직업군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게임인…앞으로는 받은 혜택 보답하며 살 것"
 
게임컬처랩은 기존 게임리터러시 교육에 더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게임 융복합 교실'이다. 게임과 다른 여러 콘셉트를 조합해 무궁무진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게임 상에서 거래되는 화폐와 아이템 등을 활용해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를 쉽게 설명할 수도 있다. 또한 도시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실제 도시의 일부분을 둘러보고 개선 사항을 찾아내 '도시 재생'을 게임화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향후에는 'e스포츠 교실'을 개설해 프로선수입문, (대회)운영전문가, e스포츠 해설가 과정을 각각 운영할 계획이다. 변 대표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e스포츠와 관련된 직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관련 직업 세계를 보여주고 실제 어느 분야가 적성에 맞는지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재능 있는 아이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 커리큘럼을 만들어 e스포츠 인재 양성 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나는 게임 덕분에 정말 많은 혜택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며 "이제는 소위 '게임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받은 혜택을 올바른 게임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e스포츠에 대한 애정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최근 국내 e스포츠계가 조금 주춤한데, 우수 인재 발굴 등을 통해 국내 e스포츠 산업 발전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변성철 게임컬처랩 대표가 게임리터러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게임컬처랩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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